中 백신외교 덥석 받아들인 IOC…단호히 “NO”한 일본

한동훈
2021년 03월 18일 오후 3:21 업데이트: 2021년 03월 18일 오후 4:42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 참가자에게 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을 제공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가 반발을 샀다.

지난 11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총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히며, “중국 올림픽위원회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바흐 위원장은 “진정한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제안”이라고 극찬했다.

다음 날 일본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12일 마루카와 다마요 일본 올림픽 담당 대신은 IOC의 결정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다마요 대신은 “일본은 중국 백신을 승인하지 않았으며, 일본 대표팀은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라며 설령 선수들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더라도 일본 선수들은 방역 조치를 취해 안전하게 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침 이날은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쿼드'(Quad) 4개국 첫 정상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한 협의체지만, 공산주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쿼드 정상회의 주요 결론 중 하나가 인도의 백신 생산능력을 강화해 중국의 백신외교에 대응하자는 내용이었다.

마루카와 다마요 일본 올림픽 담당 대신 | AP 연합

당사국과 사전 협의 없이 성급히 발표한 IOC

IOC의 발표는 주최 측인 일본과 사전협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흐 위원장은 11일 중국 공산당의 중국산 백신 제안 소식을 알리며 “비용은 IOC가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백신을 공짜로 제공받는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본 행정기관을 총괄하는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1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IOC와 사전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다마요 대신 역시 “사전에 들은 적도 없고 조율도 안 됐다”며 해당 소식을 IOC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녀는 “일본 올림픽은 백신 접종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일본의 반응은 IOC 결정에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림픽 과정에서 대량의 환자가 발생하거나 사망자가 나온다면 개최국으로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에 일본은 백신 접종보다는 철저한 방역 조치 준수 쪽으로 원칙을 정했다.

백신이 만능은 아니다. 백신을 접종한 후에라도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권하고 있다. 자칫 백신 접종을 과신해, 방역 수칙을 준수하지 않거나 태만해진다면 마찬가지로 위험할 수 있다.

일본은 바로 이 점에 올림픽 개최의 방점을 두고 있다. “일본 올림픽은 백신 접종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백신 자체의 불량,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IOC는 당사국과 한 마디 상의없이 중국 공산당과의 간단한 의사소통만으로, 중국산 백신 접종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발표했다. 일본으로서는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3월 7일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연설하는 장면을 카메라가 잡고 있다. | 로이터 연합

중국 백신, 임상 데이터 부족… WHO도 ‘감히’ 추천 못 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7일 IOC와 협력해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공이 현재 수십 개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며 “안정성, 유효성이 각 나라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이 체제 선전과 전염병 확산 책임 회피를 위해 백신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앞서 공산당은 ‘마스크 외교’를 펼쳤다가 불량 마스크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중국산 백신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중국산 백신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며 “중국 정부의 행보에서는 ‘백신 외교’의 냄새가 짙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백신은 현재까지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

WHO가 중국과 밀월관계이기는 하지만, 긴급 사용 승인 절차를 위해 필수적인 임상 3상 데이터를 중국 제조사들이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중국 공산당의 전염병 은폐를 여러 차례 노골적으로 도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중화권의 반공 네티즌 사이에서는 그를 ‘테드 서기’라고 부른다. WHO 직원들과 소속 전문가들 역시 중국기업 및 정부와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WHO는 중국산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하지 못했다. 한 중국문제 평론가는 “WHO조차 엄두를 못 내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 시노백 백신

임상 3상 단계는 백신의 효과와 안정성을 검증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1상은 보통 20~80명을 선발해 주로 약물의 안전성을 검증한다. 2상에서는 100~500명을 선정해 신약의 유효성과 부작용 여부를 관찰한다.

핵심인 3상에서는 1000~5000명, 필요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을 확보해 시험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테스트를 통해 연구진은 안정성과 효율성 등 중요한 데이터를 도출하며, 그다음 데이터 상황에 따라 백신을 개선한다.

즉 임상 3상 데이터는 신약의 신뢰성을 인증받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자료다.

중국은 백신외교에 엄청난 비용과 공을 들이지만, 완전한 임상 3상 데이터만은 한사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임상 3상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백신외교에 들어가는 노력보다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지난 9일 페루 언론은 전 국립보건원 출신의 미생물학자 부스타만테 박사의 조사를 인용해 페루에서 진행된 3기 임상 테스트에서 중공 시노팜이 연구 제작한 백신 2종의 유효율이 각각 33%, 11.5%로 나와 WHO가 정한 긴급 사용 승인 기준인 50%에 크게 못 미쳤다고 보도했다.

VOA는 서방 국가들이 임상 3상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중국 시노백 백신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