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발표한 장기이식 건수, 실제보다 훨씬 축소” 인권변호사

강우찬
2022년 09월 21일 오후 4:04 업데이트: 2022년 09월 21일 오후 5:31

코로나19 팬데믹의 혼란 속에서도 지난 2020년 한 해 중국 전체 장기 기증 건수가 5200건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국과 언론은 중국 장기기증 시스템의 비약적 발전상을 보여줬다고 자평했지만, 중국 장기이식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조사해온 국제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는 오히려 “숫자를 축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기증만으로는 설명 안 되는 장기이식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매체 ‘공익시보’는 지난 6월 ‘중국 장기이식 발전보고서’를 인용해 2015~2020년 중국의 장기기증 건수가 2만9천 건이며 2020년 한 해 5200건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장기이식 책임자인 황제푸 박사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장기기증 및 이식사업이 큰 진전을 이뤘다”고 전했다. 황 박사는 국가 장기이식위원회 주석(위원장)과 위생부 부부장(차관)을 지냈으며 현재 중국 공산당 중앙보건위 부주임이다.

관영언론 차이나데일리 역시 장기기증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차이나데일리는 장기기증관리센터 자료를 인용해 장기기증(희망) 등록자는 2015년 2만5천 명에서 2019년 176만 명, 올해 9월 500만 명을 넘어서며 급증했다고 전했다.

중국 장기기증 캠페인, 현실과 큰 격차

장기기증 등록과 실제 기증은 별개의 문제다. 장기기증을 했더라도 생전에 철회되거나 혹은 사후 유족에 의해 거부될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전통적으로 사후 신체 훼손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장기기증에 가장 저조했다.

중국 정부가 장기기증 시스템을 시범시행한 2010년부터 본격적 가동에 들어간 2015년까지 6년간 중국의 전체 장기기증희망 등록자는 6만5천 명에 그쳤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범사업 첫해부터 10개 주요 도시의 하나로 선정된 난징시는 앞선 20년간 자발적인 장기기증 건수가 단 3건이었다.

지난 15년간 중국의 장기이식 산업을 추적해온 메이터스 변호사는 중국의 장기기증 신청 급증과 장기기증의 결과로 시행된 이식수술 건수 증가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메이터스 변호사는 지난 7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유럽의학·보건철학회의(the European Conference on Philosophy of Medicine and Healthcare)에 참석해 “실제 숫자보다 크게 부족한 수치”라고 말했다.

중국은 장기기증은 매우 저조하지만, 장기이식 수술 자체는 다른 국가에 비해 극단적으로 짧은 대기 기간과 풍부한 장기 공급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21년 말 한국의 장기이식 수술 대기자는 3만9천 명으로 평균 대기 기간(2020년 기준)은 3년 7개월이었다. 대기 기간이 짧은 심장 이식은 6개월~1년, 가장 긴 안구 이식은 8년 1개월에 달했다.

장기기증 시스템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도 평균 대기 기간은 3~5년이다. 이식을 희망하는 장기에 따라 다르지만, 올해도 9만 명이 대기 중인 신장 이식 대기 기간은 3년 6개월(2017년 기준)이었다.

중국에서만 가능한 짧은 대기시간

중국의 대기 기간은 매우 짧다. 올해 4월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는 우한시 최대병원인 셰허병원에서 대기 기간 4일 만에 심장 이식을 받은 사례를 보도했다.

메이터스 변호사를 포함한 국제 인권활동가와 단체들은 이를 ‘주문형 장기이식’이라고 부르며 감옥에 수감된 무고한 파룬궁 수련자나 위구르인들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현지 수감자의 증언, 언론 보도와 병원 측이 공개한 자료, 병원 관계자와의 전화통화 등을 통해 이식용 장기 대다수가 납치·감금된 사람들을 살해하고 적출해낸 것으로 밝혀졌다는 입장이다.

메이터스 변호사는 바르샤바 회의에서 “뇌사자나 장기기증만으로는 중국 전역에서 성행하는 ‘주문형 장기이식’을 설명할 수 없다”며 대규모의 수감자를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한다는 것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설명이라고 말했다.

메이터스 변호사는 회의 전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위생부는 장기기증(희망) 등록자가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그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 발표는 신뢰성이 없는 단순한 정치적 퍼포먼스”라고 꼬집었다.

메이터스 변호사는 캐나다의 전 아태지역 담당 장관이자 인권운동가였던 고 데이비드 킬고어 변호사(올해 4월 별세)와 함께 오랜 세월 중국 정부에 독립조사단 조사 수용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적은 없었다.

중국 이식 의사들, 압도적 수술 건수 과시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국가는 장기기증의 부족이라는 근본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예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의정의관(의료·병원행정)국 감찰관(당시 부국장)은 2018년 7월 지린성 창춘시에서 열린 제9회 전국 장기기증 및 이식 포럼’에서 “2017년 중국 내 장기기증 건수와 이식 건수 모두 세계 2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당초 사형수의 자발적 기증으로 장기를 적출했다고 주장해왔지만,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이 지속되자 2015년 사형수 장기 적출을 금지했으며, 전국적인 장기기증 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2010년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간 바로 그 시스템이다.

그렇더라도 시스템 본격 가동 2년 만인 2017년 중국의 장기기증 건수와 이식 건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는 보건당국자의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중국 정부는 합법적인 장기이식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전국 병원 약 200여 곳을 지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여 곳이 수도 베이징에 위치한다. 이들 베이징 이식병원은 경이로운 이식수술 건수를 자랑하고 있다.

베이징대 인민병원 이식연구소소장 주지예(朱继业) 간담외과 주임(과장)은 ‘중국경제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병원은) 간, 신장 이식을 한 해에만 4천 건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한 해 장기이식 수술 건수는 약 1만2천 건이다. 주지예 과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1년간 중국 전국에서 벌어진 이식 수술 30% 이상을 베이징 인민병원에서 진행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느 한쪽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간 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서울아산병원 연간 이식수술 건수는 간 이식 400~500건, 신장 이식 300~400건 정도다. 아산병원은 2020년까지 28년간 간 이식 7천례를 수행해 이 분야 세계 기록을 세웠다.

중국의 인구 규모가 한국의 20배가 넘지만, 병원 한 곳의 규모마저 한국의 10~20배가 넘는 것은 아니다. 베이징대 인민병원은 시내 5곳에 분산돼 있으며 전체 병상은 약 3천 개가 넘지 않는다. 2700병상의 아산병원과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중국은 2015년부터 장기기증 시스템이 본격 가동했다고 주장했지만, 2015년 국제NGO ‘파룬궁 박해추적조사 국제기구(WOIPFG)’가 중국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 적십자사 직원은 “장기기증은 준비 단계다. 아직 실제 기증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고, 허난성 인민병원의 간담외과 주임 역시 “친척도 아닌 사람에게 누가 장기를 제공하겠냐”라며 “장기기증은 중국인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화조사 녹취록에 기록돼 있었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장기기증 등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등록인원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실제 기증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왼쪽부터 캐나다 전 장관 겸 인권운동가 데이비드 킬고어, 캐나다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에단 구트먼. 2014.11.25 | 사이먼 그로스/에포크타임스

중국 장기적출 연간 6만~10만건 추산

중국의 장기이식 문제는 2006년 메이터스와 킬고어가 조사보고서에서 공개하면서 국제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두 사람과 언론인 에단 구트먼이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이식수술 건수는 최소 연간 6만~10만 건으로 추산됐다.

2019년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민재판소 형태의 조사위원회인 ‘중국 법정(China Tribunal)’은 1년간의 조사와 심리 끝에 “강제적인 장기적출이 상당한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영국 왕실 칙선변호사 제프리 니스 경이 이끈 재판부(위원회)는 “장기적출의 주요 희생자는 파룬궁 수련자”라며 2015년부터 자발적인 장기기증만 허용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 측 주장을 부인했다.

파룬궁은 파룬따파(法輪大法)로도 불리며 ‘진(真)·선(善)·인(忍)’의 원리에 입각한 심신수련법이다.

장쩌민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1990년대 중국 내 수련인구가 9천만 명에 이를 정도로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파룬궁을 공산당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1999년 7월20일 박해를 개시했다.

구트먼은 중국 내 여러 탄압 대상자 가운데 파룬궁 수련자들이 장기적출의 주된 목표가 된 것과 관련해, 수련자들이 흡연을 하지 않고 신체를 단련해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이 한 원인으로 추측한다.

그는 바르샤바 회의에서 “유럽의회, 미국 하원, 체코 상원, 캐나다 의회 외교위원회 등 각국 의회와 기관에서 중국 내 양심수 인권 보호에 관한 결의를 채택하고, 파룬궁 수련자들에 대한 장기적출 범죄 보고가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트먼은 “2021년 6월 유엔 인권전문가 11명이 중국에서 파룬궁 수련자, 위구르인, 티베트인, 이슬람교도, 기독교인에 대한 장기적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했다”며 국제사회에서 이 사안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