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기업, 전 직원 해산…20조원대 프로젝트 중단

이윤정
2021년 03월 5일 오후 1:51 업데이트: 2021년 03월 5일 오후 1:51

중국에서 투자 규모가 20조 원이 넘는 반도체 기업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우한에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우한훙신(武漢弘芯·HSMC)이 최근 전 직원에게 해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HSMC는 직원들에게 2월 28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3월 5일까지 회사를 떠나라고 통보했다.

이 내용은 240명으로 구성된 회사 내부 그룹 채팅으로 2월 26일에 전달됐다. 상세한 설명을 달거나 보상 계획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HSMC 웹사이트는 이미 접속이 안 되고 있다.

HSMC는 2017년 11월 1280억 위안(약 20조8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고 설립됐다. 당시 HSMC는 중국 최초로 7nm(나노미터) 공정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회사를 우한의 반도체 허브로 만들기 위해 우한의 둥시후(東西湖)구 정부도 투자금의 10%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자인 차오산(曹山)과 리쉐옌(李雪豔)은 모두 반도체 기업 경험이 없고 업계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HSMC는 자금 부족으로 지난해 9월 우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중단했고 11월에는 우한 정부에 접수됐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HSMC가 갑자기 자금난에 처한 것을 두고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노린 사기극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HSMC 사태는 사실 수많은 중국 반도체 프로젝트 중단 사태 중 하나에 불과하다.

미·중 무역 전쟁 발발 이후 중국 공산당 당국은 대규모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반도체·SW 산업 발전정책’을 발표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2014년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을 설립하고 1390억 위안(약 23조 원)을 모금해 반도체 산업에 쏟아붓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지난해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SMIC(중신궈지·中芯國際)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는 등 기술과 장비 공급을 차단하기로 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난관에 봉착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반도체 생산 자급자족 실현’을 표명하며 미국의 제재와 시술 봉쇄에 맞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재 수천 개의 반도체 기업이 가동조차 안 되고 있다.

외신 언론인 RT 아메리카는 2019년 6월 5일 자 보도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중공은 줄곧 자체 반도체 산업을 건설하려 했다. 그들은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유럽·일본·한국과 협력 관계 구축했다. 그들이 좀 따라잡긴 했지만, 여전히 많이 뒤처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