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커창 시절 ‘노점경제’ 다시 장려…“배경엔 정부 재정난”

차이나뉴스팀
2023년 05월 9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3년 05월 9일 오전 11:30

중국 당국이 경제 하강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노점상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중국 여러 지역에서 노점상을 허용하는 조치가 취해지면서 이른바 ‘노점 경제’를 둘러싸고 2년 전에 발생한 중국 공산당 1, 2인자 간의 갈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고난의 행군은 이제 시작

최근 광둥성 선전시는 오는 9월부터 ‘노점상 규제’를 일부 해제하기로 했다. 선전시의 개정된 ‘도시 미관 및 환경 위생 관리 조례’는 가도판사처(街道辦事處·우리나라의 주민센터에 해당)가 노점상 허용 구역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선전시에 앞서 상하이, 항저우, 쿤밍, 란저우 등지에서도 노점상에 대한 규제 완화를 잇달아 발표했다.

재미 경제학자 정쉬광(鄭旭光)은 5일 에포크타임스에 “노점은 확실히 밑천도 없고 취업 능력도 없는 사람들의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노점에서 파는 물건은 서민들도 살 수 있어 소비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70~80년대에는 아침밥을 팔아도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수입이 좋았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다. 이제 노점상으로 부자가 될 가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점상을 허용하는 이유로 지방정부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꼽았다.

“과거에는 지방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에 아파트용 부지를 팔아 거두는 ‘토지양도금(土地出讓金)’ 수입으로 재원을 마련했지만 지금은 토지가 팔리지 않는다. 과거엔 걸핏하면 땅을 팔아서 낡은 도시를 허물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했지만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죽어)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게다가 3년 동안 제로 코로나를 겪으면서 재정이 더욱 악화돼 공무원 월급도 못 주는 형편이다.”

왕허는 뉴욕과 같은 세계적인 도시에도 있는 노점을 중국 당국이 도시 이미지를 내세워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도시 관리 정책이 서민의 삶에 전혀 부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또 일자리 부족, 소비 부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노점상을 허용하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 향후 언제든지 다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재미 경제학자 데이비 황(黃峻·Davy Huang)은 5일 에포크타임스에 노점상은 중국에서 수천 년 동안 존재해왔고 개혁개방 이후 많은 사람이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차린 것이 노점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수립된 이후 자본주의를 타도한다며 노점상을 금지하다가 이제 다시 허용하는 이유를 짚었다.

“노점 경제는 중국의 정치·경제 분야에서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를 견지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개혁개방 이후 경제가 30~40년 동안 발전한 지금에 와서 갑자기 노점 경제가 다시 돌아온 것은 경제가 침체되고 소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경제가 아무리 나빠도 저축을 하는 습관이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3년 동안 겪으면서 그들의 저축금은 거의 소진됐고, 지금은 한계상황에 다다랐다. 데이비 황은 중국인들이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고통의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계속 소비력이 높아지지 않고 경제가 침체되면, 그리고 코로나가 단기적으로 재확산하면 진짜 어려움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빠르게 달릴 때는 힘든 줄 모르다가 멈춘 후에 피곤함이 밀려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리창 총리, 전 총리가 시도했던 노점경제 재점화

2019년 말,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중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리커창 당시 총리는 2020년 5월 28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일에 “서부의 한 도시가 현지 규범에 따라 3만6000개의 이동형 노점을 설치한 결과 하룻밤 사이에 10만 명이 취업했다”고 밝히며 노점 경제를 권장하는 발언을 했다.

2021년 3월 10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에서 한 노점상이 물건을 팔고 있다. | STR/AFP via Getty Images

이어 중국 곳곳에서 노점 경제가 살아났다. 난징, 칭다오 등지에서 노점과 야시장을 허용하자는 제안이 잇달아 제기됐다. 하지만 불과 며칠 후 당국의 선전 기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리커창이 노점 경제 활성화 발언은 2020년 6월 5일 중앙 선전부에 의해 차단됐고, 관련 보도도 잇따라 삭제됐다. 이어 관영 매체들이 노점 경제를 반대한다는 논평을 잇달아 내놓았다. 중앙방송(CCTV)은 일선도시에서 노점 경제를 추진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했고, 베이징일보(北京日報)는 “베이징 거리 곳곳에 ‘유상(游商·행상)이 가득하면 수도와 국가의 이미지가 실추된다”고 했다.

이는 공산당 지도부 1, 2인자인 시진핑과 리커창 사이의 갈등 때문이라는 추측을 불러왔다. 미국의소리(VOA)는 당시 선전담당 상무위원인 왕후닝(王滬寧)과 베이징시 당서기 차이치(蔡奇)가 관장하는 선전기구가 리커창 총리가 제시한 정책을 보이콧하는 글을 발표했다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봄 이후 중국의 많은 대도시가 여러 차례 봉쇄됐고 경제는 계속 악화됐다. 도시 봉쇄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하이는 9월 22일 ‘도시 미관 및 환경 위생 관리 조례’를 개정해 일정 구역에서 노점상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상하이 당서기 리창은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로 있을 때 그의 비서였다. 리창은 상하이 봉쇄로 원성이 높았음에도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승진했고 지난 3월에 총리 자리에 올랐다.

왕허는 리창이 상하이에서 가장 먼저 노점상을 허용한 것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상하이 봉쇄로 무너진 명성을 만회하기 위함이었고, 총리 자리에 오른 지금은 경제를 살려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자신이 상하이에서 시작한 노점 경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려 한다고 했다.

왕허는 당시 리커창 총리의 노점경제론이 저지당한 이유로 주로 리커창이 시진핑과 같은 진영의 사람이 아닌 점을 꼽았다.

“리커창은 한 달 수입이 1000위안도 안 되는 사람이 6억 명이나 된다고 했다. 그의 이 발언은 시진핑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 두 사람은 의견 차이가 있다. 지금의 리창 총리는 시진핑의 측근으로 리창이 노점경제를 제안하면 시진핑은 지지할 것이다.”

왕허는 리창이 총리에 취임하자마자 국무원 업무 규칙을 전적으로 중앙의 지휘에 따르는 것으로 바꾸었다며 “리창이 지금 무엇을 하든 모두 시진핑의 뜻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