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졸자 10명 중 한두명 취업…노점상 단속직 석박사 몰려

강우찬
2022년 05월 26일 오후 7:27 업데이트: 2022년 05월 27일 오후 4:33

중국 3~4월 취업시즌에 대학 졸업생 10명 중 1~2명만 취업한 가운데 석박사들이 궂은일을 도맡는 ‘청관’(城管)직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었다.

‘도시질서 관리’를 뜻하는 청관의 중국 내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이다. 업무 범위는 도시위생 점검, 공사현장 감독, 주차 관리 등으로 넓지만 가장 주로 하는 일은 불법 노점상 단속이다.

중국 취업사이트 즈롄자오핀의 ‘2022년 대학생 취업현황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취업시즌(3~4월) 중국 대졸자 취업률은 15.4%에 그쳤다. 대졸자 10명 중 1~2명만 취업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베이징 차오양구가 발표한 청관 합격자 208명은 석사 131명, 학사 74명, 박사 3명으로 석박사급이 64%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지 매체인 중국기금보는 차오양구 청관 합격자 중에 “최고학부 농대 학사 출신은 물론 중국 사회과학원 석사, 외교학원 석사, 영국 맨체스터대학 석사, 심지어 베이징대 물리학 박사도 있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신문은 또한 전체 합격생 중 절반이 명문대 출신이며 해외 유학파도 10명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외교학원은 중국 외교부 산하 교육기관으로 외교관을 지망하는 소수의 입학생만 받는 곳이다. 교육 내용이 정부 기밀로 취급될 정도로 수준 높은 교육을 하는 학교로 알려졌다.

중국 청관(城管) | 자료사진=웨이보

차오양구는 베이징 내에서도 각종 투자은행과 글로벌 대기업, 중국 국유기업들이 몰려 부촌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중국 내 다른 지역 청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친 일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명문대를 포함해 중국의 상위 교육기관 석박사들까지 청관직에 대거 지원했다는 사실은 중국의 취업난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청관은 전문성을 요하는 직책이 아니다. 차오양구가 내건 지원 자격에는 ‘전공무관 학사 이상 학위 소지자’로 돼 있었다. 이런 자리에 베이징대 물리학 박사가 지원한 사실에 인재 낭비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한 네티즌은 해당 소식을 보도한 뉴스에 “사회적 이미지도 나쁘고 월급도 적은 청관에 지원한 베이징대 박사도 취업이 너무 어렵다보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은 상하이, 베이징 등에 대한 봉쇄로 도시 근로자들의 수입이 급감하며 생계난이 발생하고 있다. 4월 도시 실업률은 전월의 5.8%보다 높은 6.1%로 나타났다.

중국 통계수치 불투명성을 고려하면 실제 취업난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