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전국 통일대시장’ 추진…마오 시대로 돌아가나?

장팅(張婷)
2022년 04월 21일 오전 11:24 업데이트: 2022년 04월 21일 오후 1:05

중국 당국이 상하이 등 중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물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국 통일대시장(統一大市場)’ 건설을 서두르라고 지시해 마오쩌둥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10일 ‘전국통일대시장 건설 가속화에 관한 의견(이하 의견)’을 발표했다. ‘의견’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시장 관리감독 규정을 조속히 마련해 지방 보호주의와 시장 간의 간격을 타파하고 전국적으로 통일된 대시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대시장 건설의 최우선 원칙은 내수 안정·활성에 초점을 맞춰 ‘초대규모’의 국내 시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원, 상품, 서비스, 시장 관리감독 등이 포함된다.

통일대시장 건설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과거 마오쩌둥 시대에 실시했던 일괄구입(統購)·일괄판매(統銷) 정책과 유사하다며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의견’이 발표된 다음 날(11일) 시장에 뚜렷이 반영됐다. 11일 상하이증시는 2.61%, 선전 성분지수는 3.67% 하락했고, 창업판 지수는 2020년 7월 이후 최저치인 4.2%까지 하락했다.

그렇다면 중국 당국이 통일대시장을 추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관영 신경보(新京報)는 11일 보도에서 통일대시장을 건설하는 것은 중국 경제가 성장 궤도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것일 뿐 ‘계획경제 시대’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어용 전문가를 인용해 전국 통일대시장을 건설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관리감독 정책을 통해 ‘국내 대순환’의 막힌 곳을 전체적으로 뚫음으로써 ‘국내 시장과 국제 시장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사우스캐롤라이나대(USC) 에이킨대 경영대학원 프랭크 셰톈(謝田) 교수는 이 ‘통일대시장’이라는 표현 자체가 모순이라고 했다. 즉 중국 공산당이 시행하고 있는 ‘민주집중제’라는 표현에서 ‘민주’와 ‘집중제’가 서로 모순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이 통일대시장은 과거 시행했던 일괄구입·일괄판매 정책과 비슷하다”고 했다.

“시장에는 수많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있고, 제품 가격이 투명하다. 그래서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서만 시장 경쟁이 생길 수 있다. 통일하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시장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사실상 전매나 독점이다. 중국인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과거 시행했던 일괄구입·일괄판매다.”

그는 또 통일대시장이 야기할 문제도 제기했다.

“통일시장이 제품에 통일된 가격을 매기고 제품 공급원을 통일적으로 통제하면 시장의 수요를 예측할 수 없다. 당국은 양곡류와 일부 소비재만 통제할 수 있어 결국에는 시장에 공급되는 품목이 줄어들어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식량마저 부족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과거 일괄매매를 시행한 이후 발생한 대기근이 재연될 수 있다.”

펑충이(馮崇義) 호주 시드니 과기대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이 통일대시장을 계획경제로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중국식 자본주의가 바로 중국 공산당이 영도하는 시장경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서방 국가들은 자유자본주의를 실시하기 때문에 정부는 사회와 시장을 위해 봉사하지만, 중국은 정부가 시장 위에 군림하는 국가자본주의를 실시하기 때문에 시장이 정부에 봉사하게 한다”며 중국 공산당이 이 통일대시장 개념을 내놓은 것은 국제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고 국내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을 지배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키우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는 또, 시진핑은 정치적으로는 마오 시대로 돌아갈 수 있어도 경제적으로는 마오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이 과거에 시행한 계획경제를 우리는 ‘국가사회주의’라고 부른다. 지금은 ‘국가자본주의’라고 부르는데, 국가사회주의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국가사회주의는 국유경제 일색이지만, 지금은 국유경제뿐만 아니라 외국기업, 민간기업 등 여러 가지 경제 형태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용과 세수의 대부분을 민간기업이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은 외국 기업에 의존해 외화를 벌어들여 정권을 지탱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것들을 끊을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은 전 세계 자본시장과 중국 민영경제에 붙어 기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은 과거의 계획경제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펑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통일대시장을 추진하는 목적은 정치권력을 통해 에너지, 교통 등 상위 산업을 장악한 뒤 외국 기업과 민간기업이 국유기업에 의존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이 마윈(馬雲)의 알리바바와 같은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등 민간기업을 과거에는 풀어놓았지만 지금은 다시 국가 통제하에 두는 것도 국가자본주의의 틀을 유지하기 위함이란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통일대시장을 추진하는 이유 3가지

셰 교수는 중국 당국이 지금 통일대시장을 추진하는 데는 3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재정이 파탄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운송, 소매, 배급과 관련된 민간 산업을 국유화하면 정부의 재정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둘째는 가을에 열릴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지으려면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 통일대시장을 이용하면 당내 반대파와 공산당 정권에 도전하는 민간 기업가를 제거할 수 있다.

셋째는 대만과의 전쟁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괄구입·일괄판매, 즉 일괄매매는 사실상 전시나 준전시 상황에서나 쓸 법한 조치다. 즉 향후 전쟁으로 인해 직면할 위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전 국민의 공급·지출·소비 등을 중국 공산당이 장악하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과 서방의 제재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셰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전쟁에 대비하고 흉작에 대비하고 있다고 본다”며 “일괄매매와 통일대시장은 식량 등 군수 물자를 비축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리는 지난해 중국 당국이 전 세계 비축 식량의 절반을 손에 넣은 사실을 알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은 식량을 비축하고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3월 초에 열린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전국인민대표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서 내수 증진과 국민경제 내순환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셰 교수는 “통일대시장은 사실상 내부순환의 일부로, 물자 부족과 공급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괄구매, 일괄판매, 일괄배급 방식으로 큰 시장과 빅데이터를 결부해 내부 순환을 실현하는 방식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구상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딜레마에 빠진 중국 공산당

최근 중국 당국이 인구 2500만의 상하이시를 봉쇄한 후 필요한 물자를 정부가 통일 배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많은 시민이 식품을 배급받지 못하고 있고, 집 안에 갇혀 스스로 구매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반면 다른 성에서 보내온 야채 등 지원 물자는 수령할 사람이 없어 썩어 버려지고 있다. 채소가 도로에 수북이 쌓여 있고, 변질된 돼지고기가 휴지통에 버려져 있는 실상이 네티즌이 올린 영상에 담겨 있다.

또 많은 성시(省市)들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 내 고속도로를 폐쇄하면서 전국 연해(沿海) 지역의 물류가 마비되고 1000만 명에 달하는 운전자들이 움직일 수 없게 돼 중국 전체 물동량의 4분의 3이 운송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상하이 네티즌들이 SNS에 올린 슈퍼마켓 진열대가 텅 비어 있는 모습. | 웹진 이미지

최근 상하이 기자 천지빙(陳季冰)은 중국 공산당 당국이 실시하는 극단적인 방역 조치를 ‘계획경제’에 빗대며 이 같은 조치가 통하지 않음을 암시하는 기사를 썼다.

작년 말 산시(陝西)성 시안(安市)시가 봉쇄돼 수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특히 음식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푸청먼 6호’라는 계정을 가진 네티즌은 위챗에 올린 글에서 ‘강력한 봉쇄령 아래 계획경제 시대의 배급제로 바꾼 당국의 위기 처리 방식에 거대한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셰 교수는 중국 당국이 도시를 봉쇄한 상황에서 배급제를 실시하는 것은 새로운 계획경제를 시범적으로 운용하는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상하이 봉쇄로 인해 공급망이 끊어지고 배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도 중국 당국은 통일대시장 건설을 외치고 있고, 상하이의 이런 일괄 배송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계획경제에서의 일괄매매인데 중국 당국은 그래도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셰 교수는 이어 “중국 당국은 이때 전국 통일대시장을 내놓으면 비슷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금이 통일대시장을 만들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 경제는 극단적인 봉쇄정책의 영향으로 크게 하락했다. 작년 12월 초에 열린 경제 업무 비공개 회의에서 중국 당국은 이례적으로 중국 경제가 “수요 수축, 공급 충격, 약세 전망”이라는 3대 압력에 직면했다고 인정하며 경제 안정과 사회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4월 6일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3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월의 50.2에서 42로 떨어져 2020년 3월(43.0) 이래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이 다시 현저히 위축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4월 1일 발표된 차이신 제조업 PMI는 48.1로, 코로나199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4.03) 후 2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4월 6일 리커창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내외 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심화됐고, 일부는 예상을 뛰어넘었다”면서 “새로운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는 11일 중국 국무원과 후춘화(胡春華) 부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의 코로나19 통제 조치가 중국에 있는 유럽 회사의 운영에 혼란을 조성해 물류와 생산이 반(半)마비 상태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 와중에 중국 공산당이 들고 나온 통일대시장 정책은 사실상 마오 시대의 계획경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전 세계 자본시장과 외국 기업, 중국 민영기업과 맞물려 구동하기 때문에 계획경제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이것이 모순이고, 이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중국 당국의 과제이자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