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에 찍힌 마윈, 관영언론 ‘우수 기업가’ 명단서 제외

이윤정
2021년 02월 6일 오후 2:11 업데이트: 2021년 02월 6일 오후 5:40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이 중국 관영 언론의 ‘우수 기업가’ 명단에서 제외됐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가이자 최대 부호인 그가  주요 기업인을 다룬 뉴스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자 일각에서는 마윈과 중국 정부의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서 발행하는 상하이증권보는 1면에 시장 규칙을 잘 지키는 우수 기업가를 칭찬하는 논평을 실었다.

신문은 ‘고품질 발전, 어찌 기업가 정신이 부족할 수 있겠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일부 기업인들을 “시장 규칙을 잘 준수한다”며 높이 평가했다. 

논평은 중국에서 기업가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로 화웨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 전기버스 기업 비야디(BYD) 왕추안푸 회장, 둥밍주 거리(格力) 전기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등을 일일이 거론했다. 하지만 마윈의 이름은 빠졌다.

해당 논평은 알리바바가 분기 수익을 발표한 당일 발표됐으며 에포크타임스의 관련 평론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마윈이 관영 매체의 중국 기업가 명단에서 빠진 것은 그가 완전히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났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 서밋 연설에서 금융 당국을 ‘전당포’에 빗대는 등 공개적으로 비판한 후 불운이 이어졌다.

당시 마윈이 규제 당국에 불려가 면담한 이후 앤트 그룹의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에 상장하려던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 알리바바 그룹 산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은 사상 최대 규모인 370억 달러(약 41조 원)의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상장 이틀 전에 전격 취소됐다. 

앤트플랫폼의 인터넷 예금상품도 전부 판매가 중단됐으며 당국은 반독점 등의 명분을 내세워 알리바바 그룹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후 마윈은 2개월 넘게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실종설까지 나돌며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지난달 20일 마윈은 자신이 설립한 공익재단 주최로 열린 ‘향촌 교사상’ 시상식에서 50초가량 화상으로 연설했다.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영상이 공개된 후 알리바바의 주가가 잠시 상승했으나 곧 다시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마윈이 잠깐 등장한 것이 그가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중국 공산당 감독기구와의 불편한 관계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최근 앤트 그룹이 중국 규제 당국과 구조 조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앤트그룹이 금융 지주회사로 전환될 것이며 기술 사업 부문 전체가 해당된다고  보도했다. 

금융 지주회사가 되면 중국 당국에 자본금을 납입하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당초 금융 부문만 지주회사에 포함될 예정이었지만 블록체인과 음식 배달 등 기술 제공 분야도 포함돼 전환 범위가 확대됐다.  

블룸버그는 “앤트그룹이 주식을 다시 상장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국의 승인이 언제 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루이싱 커피 등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 조작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미국 의회는 지난해 ‘외국 회사 문책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외국 기업은 회계감사 자료를 미국 규제당국에 공개하고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해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 해당 법안을 준수하지 않으면 퇴출당할 수 있다.

지난 1월 초 중국 IT 대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가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하는 기업 명단에 올랐다가 제외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