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괴짜부자, ‘펠로시 대만 방문시 재산 90% 기부 약속’ 논란

김태영
2022년 08월 6일 오전 8:56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14

잇단 기행 탓에 ‘괴짜 부자’로 알려진 천광뱌오가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에 방문한다면 재산 90%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이를 지켜야 할 상황에 처하자 해당 글을 삭제해 비웃음을 사고 있다.

천광뱌오, “’펠로시 대만 방문 안 한다’에 재산 90% 걸겠다”

‘자칭 자선사업가’로 알려진 장쑤황푸(江蘇黃埔)자원재활용유한공사 천광뱌오(陳光標, 55) 회장은 중국 장쑤성 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 난징시 인민대표대회 대표, 상공회의소 집행위원 등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천 회장은 지난 31일 자신의 웨이보에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만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그가 대만에 방문한다면 그 즉시 재산의 90%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소식은 중국의 반응을 시험해 보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펠로시 의장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대만에 가는 일이 없을 테니 안심하라”고 했다.

천 회장의 장담과 달리 펠로시 의장은 8월 2일 밤 대만을 방문했다. 이에 천 회장은 급히 자신의 글을 삭제했지만 이미 중국 네티즌들은 그의 글을 캡처해 발 빠르게 퍼뜨렸다.

중국 네티즌들은 천 회장의 웨이보에 “재산 90% 기부한다는 약속 지켜라”, “정말 부끄럽다”, “사기꾼…”, “온 국민이 재산 90%를 기부하는지 지켜 보고 있다”, “천광뱌오는 소문처럼 실제 자산이 없을지도 모른다” 등의 댓글로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다.

천광뱌오의 기상천외한 과거 행적

일각에서는 중국 네티즌들이 천 회장을 조롱하는 이유가 과거 그의 행적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의 공기오염이 극심했던 2013년, 천 회장은 중국 청정 지역 공기를 캔에 담아 판매하는 사업을 벌였다. 이 공기 캔은 천 회장의 얼굴 사진과 ‘신개념 신선 공기’라는 문구가 새겨진 상태로 개당 4~5위안(800~900원)에 판매됐다.

당시 천 회장은 이 공기 캔 사업으로 연간 1억 위안(약 192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2014년 1월에는 뉴욕타임스를 인수하겠다는 돌발 선언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뉴욕타임스 측과 인수와 관련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아서 슐츠버거 뉴욕타임스 회장은 “우리는 매각 의사가 없다”며 “천광뱌오의 발언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천광뱌오의 자선사업을 둘러싼 의혹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천 회장은 중국 장쑤성 출신으로 1991년부터 난징에서 가짜 의료기기를 판매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그는 재활용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고, 1998년부터는 돌연 자선활동에 나서며 중국 내 자선사업가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경영보에 따르면 천 회장의 회사 매출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자선기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탐사보도로 유명한 중국 미디어 그룹 차이신은 2016년 ‘천광뱌오, 선행인가 사기인가?’라는 제목의 심층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천 회장은 자선사업 회사를 운영하면서 서류 조작, 허위 선전, 불법 모금, 직인 위조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매체는 천광뱌오가 이렇게 큰일을 벌 수 있었던 데는 전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국가위원회 부주석이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공작부 부장이었던 링지화(令計劃)의 비호가 있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이처럼 수많은 의혹을 받고 있는 천 회장은 이번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공개 활동을 자제하며 언론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왔다. 그러다 지난해 한 언론을 통해 천 회장이 밭농사를 짓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그의 근황이 알려졌다. 당시 이를 본 중국 네티즌들은 “기부 천사에서 사기꾼으로 변모하더니 이번엔 농사꾼이냐?”, “부모님이 하던 농사일을 물려받은 것 같다” 등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천 회장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하다가 최근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관련 이슈로 다시금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현재 그는 약속한 기부금을 내라는 중국 네티즌들의 요청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