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 2019년 디폴트 사상 최대 23조원…“2020년이 더 위험”

장위제(張玉潔)
2019년 12월 31일 오후 1:35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41

중국은 올해 발생한 채권 부도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정보 업체 윈드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들어 이달 17일까지 174개 회사채에서 발생한 디폴트 규모가 1,394억 위안(23조 2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210억 위안을 넘어선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관계자들은 내년 채권 시장은 더욱 어렵고 디폴트 위험도 더욱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디폴트 규모가 내년에는 2천억 위안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언론의 소식을 종합하면 올해 디폴트가 많이 발생한 업종은 제조업, 도소매업, 건설업 등이며 연체 채권 잔액이 가장 높은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랴오닝 순이다.

디폴트 러시는 12월에도 계속됐는데 12월 6일 하루에 5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디폴트 규모가 비교적 큰 기업으로는 스포츠웨어업체 구이런냐오(貴人鳥), 선전의 IT기업 바오첸리(保千里·Protruly)그룹, 철강업체 시왕그룹(西王集團), 싼딩(三鼎)홀딩스, 중신그룹(中信集團), 베이징대학이 설립한 베이다방정(北大方正)그룹 등이며, 부도 액수를 합치면 100억 위안이 넘는다.

중국 채권시장의 올해 기록적 사건들은 디폴트 발생 건수와 규모 외에도 두 가지가 더 있다. 올해 처음으로 성투채(城投債‧지방정부의 도시 인프라 건설에 투자되는 채권) 디폴트가 발생했고, 국영기업 달러 표시 채권 디폴트 리스크가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20년 만에 국유기업인 톈진물산(天津物産)그룹이 만기 도래한 달러채권 12억5천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그리고 베이다팡정(北大方正)그룹이 30억 달러 규모의 ‘동반 부도(크로스 디폴트)’를 낼 뻔했다.

올해 들어 디폴트가 발생한 기업은 90%가 민영기업이다. 하지만 국영기업의 디폴트도 큰 충격을 줬다. 발생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미 국영기업 10개가 부도를 냈으며, 이 중 8개가 하반기에 발생했다.

국영기업인 안후이성와이징건설(安徽省外經建設)그룹은 24일 또 4억 위안 규모의 채권 상환에 실패했다. 앞서 이미 중도어음 2건과 회사채 2건 등 57억 7,200만 위안에 달하는 디폴트가 발생한 바 있다.

국영기업인 하이항그룹(海航集團⋅HNA)은 올해 최소 2건에 걸쳐 25억 위안 규모의 사모채권 디폴트가 발생했다. 12월 24일에는 13억 위안의 공모채가 부도날 뻔했다. HNA 관련 기업인 하이커우메이란(海口美蘭) 국제공항은 이미 4건의 채권을 부도냈다. 그중 한 건은 2억 달러 규모다. HNA의 6월 말 기준 유이자부채(이자를 지불하는 부채) 총액은 5천548억 위안이 넘는다.

민영기업인 시왕(西王)그룹은 10월 24일부터 현재까지 6건을 부도냈으며, 부도 금액은 43억 위안에 이른다. 그 속에는 크로스 디폴트도 있다. 3분기까지 시왕그룹의 총자산은 499억 7천6백만 위안, 총부채는 308억 9천7백만 위안이었다.

시왕그룹의 디폴트는 민영기업의 상호 연대 보증과 관련이 있다. 중국의 민영기업은 국영기업과는 달리 대출받을 때 ‘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영기업끼리 서로 보증을 서주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하강할 때 기업 하나가 자금 경색이 일어나면 기업들이 줄줄이 곤란을 겪게 된다.

펑파이(澎湃)은 한 대기업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위기에 처한 민영기업이 다수라고 전했다. 중신그룹(中信集 )은 올해 7건을 부도냈고 부도 금액은 총 170억 위안이 넘는다. 중신그룹의 올해 3분기 말까지의 자산 대비 부채율은 87.88%다. 두 차례 이상 부도를 낸 기업들에는 중국민성투자그룹(CMIG·中國民生投資), 구이런냐오(貴人鳥), 둥쉬광뎬(東旭光電) 등도 포함됐다.

저우란(鄒瀾) 인민은행 금융시장사(司·국) 국장은 “내년 중국 채권시장 형세가 심각하고, 디폴트가 계속 발생하고, 하반기에는 디폴트 위험이 더 높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디폴트가 집중적으로 터지면 금융시장의 신뢰에 영향을 미쳐 크로스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신용도가 낮은 민영기업, 비공식 파이낸싱에 크게 의존하는 부동산 기업, 지방정부자금조달기관(LGFV) 등이 내년에 디폴트 위험이 높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12월 20일까지 중국 시장에서 표면금리(발행금리)가 10% 이상인 채권이 1천4백억 위안 규모로, 이 중 약 1천억 위안이 내년에 만기가 된다. 표면금리가 8% 이상인 채권은 1조 위안을 넘고, 이 중 1천9백억 위안이 내년에 만기가 된다.

중국 기업이 역외시장에서 발행한, 표면금리가 15%인 달러채의 절반이 내년에 만기가 되고, 그것도 내년 3월에 몰려있다.

이미 부채가 포화상태인 지방정부가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LGFV의 채권 디폴트 역시 올해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내몽골자치구 후허하오터 시 정부가 100% 소유한 투자기관이 발행 주체였다. 채권시장에서는 LGFV 채권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자유경제망(自由經濟網)은 25일 블룸버그 분석을 인용해 “내년 역내 시장과 역외시장의 채권 디폴트가 또다시 기록을 세울 것이며, 국영기업과 부동산 기업, LGFV는 위험이 더욱 크고 가장 쉽게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의 채무 문제에 대해 홍콩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트리아다 캐피털(Triada Capital)의 책임자 모니카 샤오(Monica Hsiao)는 중국의 부동산 업계가 채무불이행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융자 환경이 계속 긴축되면 정치적 배경이 강하지 않고 과도한 재무 레버리지에 의지하는 영세 부동산 업자들의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