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 ‘분할 상장’ 유행…전문가 “민간기업 약화 수법”

차이나뉴스팀
2023년 04월 7일 오후 12:36 업데이트: 2023년 04월 7일 오후 12:36

중국에서 기업을 분사해 상장하는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도 이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사업 부문을 6개로 분할해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京東)도 징둥공업(京東工業)과 징둥산발(京東產發)을 분사한 뒤 홍콩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빅테크 기업들이 이 같은 조치를 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수익성을 높이고 치열해진 시장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이면에 다른 요인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기업의 자금 부담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기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기업과 민간 기업가들의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중국 공산당 당국의 의도에 부합하기 위함이다.

징둥, 두 자회사로 분할 상장… 자금 부담 떠넘기는 수법

3월 30일, 징둥닷컴은 홍콩 증권거래소에 ‘징둥공업’과 ‘징둥산발’을 분사한 뒤 홍콩증시에서 IPO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했다.

현재 징동 계열사 중 JD디지츠(JD Digits), 다다(達達)그룹, 징둥헬스, 징둥물류 등은 이미 상장했다.

징둥산발은 물류창고의 현대화, 스마트산업단지, 데이터센터, 태양광 단지 등 인프라 건설·운영을 위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징둥산발의 순이익은 각각 28억1000만 위안, 14억9000만 위안, 22억2000만 위안으로 기복이 있었다. 징둥산발의 이익은 본업이 아니라 부동산 사업에서 나온 것이다.

징둥공업은 징둥 산하의 산업 공급망 기술 및 서비스 제공업체다. 2020년, 2021년, 2022년 징둥공업은 각각 3억4000만 위안의 순이익, 13억 위안의 순손실, 13억 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제일재경(第一財經)은 3월 31일 왕펑보(王蓬博) 박통분석(博通分析) 수석애널리스트를 인용해 ‘투자자들은 주로 분할된 두 회사가 징둥 플랫폼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 않은지, 독자적인 수익 능력이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학자 황쥔(黃峻·Davy Jun Huang)은 2일 에포크타임스에 사업을 분할해 상장하는 상황은 두 가지라고 분석했다. 하나는 사업성이 좋은 프로젝트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경우다. 즉 신규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자본금을 늘리는 차원에서 상장을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업이 자금 부담을 떠넘기는 차원에서, 자체 자금이나 조달한 자금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한 다음 분할해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다.

그는 징둥산발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실제로 징둥산발이 주로 하는 사업은 창고물류(Warehousing Logistics)를 위주로 하는 부동산업으로, 수익은 징둥닷컴에 창고를 임대하는 데서 나오고 임대료는 임의로 정할 수 있다. 즉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기는 것이다.

장둥닷컴의 CEO인 류창둥(劉強東)이 2018년 3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민대회당에 도착하고 있다. | Lintao Zhang/Getty Images

“상장할 때는 임대료를 약간 올릴 것이다. 만약 징둥닷컴이 이 가격이 아니라 시장가격에 임대한다면 징둥산발이 지금과 같은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갖고 있는 부동산 물건의 자산 가치를 평가 절상해서 내던지려는 것이다.”

징둥닷컴의 사업 분할 상장 소식에 3월 31일 징둥닷컴 주가가 5.39% 올라 172홍콩달러에 거래됐다.

황쥔은 현재 많은 증권업자가 사업을 분할해 상장하는 이런 기업을 띄워 이윤을 챙기고 있다고 했다.

“이런 증권회사들은 주식을 사고파는 데서 수익을 얻기 때문에 종종 많은 보고서를 내 내막을 잘 모르는 주식 투자자들이 투자하도록 부추긴다. 결국 기업의 자금 부담을 주식 투자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전문가 “민간기업에 봄이 온 것이 아니라 겨울이 왔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은 2020년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外灘) 정상회의에서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가 혁신을 질식시킨다”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알리바바그룹은 당국의 ‘빅테크 때리기’의 핵심 표적이 됐다. 마윈은 한동안 공적 활동을 접고 2021년 말 대륙을 떠나 일본, 스페인 등 해외를 떠돌았다. 그가 지난 3월 27일 돌연 귀국한 배경에는 정치적 거래가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

마윈이 귀국한 직후 알리바바그룹은 3월 28일 창사 24년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지주 회사인 알리바바 그룹 밑에 클라우드·이커머스·물류·엔터테인먼트 등 6개의 주요 사업 법인을 두는 분할 방안이다. 이들 사업법인은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IPO를 추진할 수 있다.

일부 중국 언론은 마윈이 귀국함으로써 민간기업의 “자신감이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런쩌핑(任澤平) 중국민영경제연구회 부회장은 3월 28일 신랑(新浪) 웨이보에 “민영경제의 봄이 또 한 번 왔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황쥔은 기업에는 기회일 수 있다면서도 신중론을 폈다.

“중국 당국이 지금 민영기업에 분할 상장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그들에게 돈을 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당국의 지도부가 바뀌면서 민간기업의 발전을 독려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민간기업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지만 민간기업에 봄이 왔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는 징둥닷컴과 알리바바 같은 중국 내 사업을 위주로 하는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셰톈(謝田) 교수는 2일 에포크타임스에 긴급 소환된 마윈이 회사를 6개로 쪼개 상장을 추진하고 징둥닷컴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분할한 후의 기업은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마윈의 기업이 6개 사업부로 나뉘면 6개의 이사회가 생긴다. 그러면 중국 공산당 간부들은 이 이사회 의장 자리를 차지할 게 분명하다. 이는 민영기업의 사장들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그들의 영향력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 공산당의 목적이다. … 민간기업에 봄이 온 것이 아니라 겨울이 왔다.”

중국 경제가 심각하게 추락하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어쩔수 없이 시장 친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3월 열린 양회(兩會)에서 “민간기업은 우리편”이라고 했고, 리창(李强) 신임 총리도 민간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최근 많은 성·시의 서기들도 기업의 경영 환경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셰톈 교수는 이에 대해 공산당은 민간 기업가들로 인해 공산당의 영향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민간기업을 때렸지만, 지금은 중국 경제 전체가 추락하고 국영기업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간기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간기업의 창업이 늘어야 외자를 더 많이 유치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민간기업, 자본주의가 다시 한번 중국 공산당 치하의 경제를 살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셰톈 교수는 “중공은 민간 기업가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시장 친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가들은 더 이상 쉽게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들어 분할 상장 공고 낸 대기업 10개 넘어… 앞으로 더 많을 듯

알리바바가 사업 부문을 6개로 상장하겠다고 발표하자 징둥닷컴은 한발 앞서 분할 상장을 시작했다. 한 중국 언론은 앞으로 더 많은 국내 인터넷 대기업들이 분할 상장의 물결에 합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사평론가 왕허(王赫)는 2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당국이 2022년 1월 금융개혁을 통해 한 회사를 여러 개로 나눠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A주 분할 규칙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국영기업과 중앙기업이 먼저 시작했다. 다른 회사들도 이 방식으로 돈을 벌게 되자 잇따라 이 유행에 합류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돈을 긁어 모으고 있다.

한편 당국은 지난 2월 17일부터 IPO 등록제를 전면 시행하면서 상장 문턱을 대폭 낮추었다. 이전에는 IPO를 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올해 들어 A주 시장에서는 국영기업을 포함한 10개 이상의 기업이 사업을 분할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3월 28일, 중국남방항공은 자회사인 남방항공물류를 분사해 상하이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중국 대표 제약회사 신리타이(信立泰)도 지주회사인 신타이메디칼(信泰醫療)을 분사해 상하이거래소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분할 상장 공고를 낸 기업은 차이나유니콤(中國聯通), 헝퉁광전(亨通光電), 유시동력(濰柴動力), 중국교통건설(中國交建), 싱파(興發)그룹 등 10여 개 기업이다.

왕허는 이러한 추세에 따르는 문제점과 부작용을 짚었다.

“중국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중국 당국은 상장 회사 수를 늘려 중국 자본시장을 자극하고 개미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투자하기를 기대하지만, 자본시장에 제대로 된 경영 규칙을 마련해 주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주식시장은 경제의 바로미터이지만, 중국의 주식시장은 경제의 발전 추세와 괴리돼 있어 바로미터 기능을 하지 못한다. 중국 당국이 분할 상장, 전면등록제 등을 추진하는데 결국은 백성들을 갈취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