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인, 1조 7천억원 기업 뺏기고 구속…이유는?

니콜 하오
2019년 04월 5일 오후 2:22 업데이트: 2019년 12월 20일 오후 7:45

중국의 지방정부가 중국 재계 거물을 독단적으로 체포해, 가치가 100억 위안(약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그의 기업을 장악했다고 최근 ‘차이나타임스’가 폭로했다.

차이나타임스는 3월 29일, 이 사건을 최초 보도했으나, 곧바로 인터넷에서 삭제됐다. 해당 사건을 다룬 다른 중국 언론들도 결국 보도를 삭제했다. 하지만 일부 해외 중국 언론만이 기사를 재게시했다.

최근 중국 경제에서 나타난 지방정부가 물리적인 힘을 가해 민간기업을 위협했던 불합리한 현상을 잘 보여준 사건이다.

체포된 기업가

중국 산둥(山東)성 더저우(德州)시에서 최근 몇 년간 가장 부자로 꼽히는 장훙보(張洪波)가 중국의 유명 기업가가 됐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이기도 하고, 2014년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동행해 유럽을 방문하기도 했다.

1998년 4월, 그는 13억 5000만 위안(약 2281억 원)을 투자해 오리 사육, 오리 사료, 오리 도축 및 육류 가공 전문 기업인 ‘중아오(中澳)그룹’을 설립했다.

차이나타임스에 따르면 장훙보는 2017년 갑자기 체포되기 전까지  중아오 지분 99.98%를 소유했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 중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은 단연 유럽연합 수출허가다. 이 허가를 받기 위해 고품질 생산라인과 엄격한 식품 안전 기준을 갖추는 데 투자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유럽연합 가금류 수출허가를 보유한 중국 기업은 37곳이었고, 이 중 2개가 중아오 소유였다.

2017년 6월 4일 저녁, 장홍보는 칭윈(慶雲)현 현장(縣長)으로부터 현 당서기 장샤동이 중아오와 국영기업 ‘중화국립곡물유류식품수출입회사’가 협력하는 문제를 논의하려고 장훙보를 한번 만나고자 한다는 내용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차이나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장훙보가 밤 10시경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사복경찰들이 적법 절차 없이 그를 체포했다.

다음 날, 경찰은 장훙보에게 중아오의 파산 신청 서류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지역 언론은 “그 후 경찰이 장훙보 가족에게 장훙보가 기업 불법 운영 혐의를 받고 있음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셋째 날, 칭윈 법원은 바로 중아오에 파산 판결을 내린 뒤, 파산 절차 업무를 르자오(日照)시 무역 회사인 ‘산둥 화신’이 처리하도록 명령했다.

중국 파산법에 따르면, 기업은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해야 하고, 그 후 법원과 지방정부는 15일 이내에 기업 청산팀을 함께 조직하는데, 이 기업 청산팀은 다른 부서 소속의 공무원, 변호사, 그리고 회계사로 이루어진다.

차이나 타임스에 따르면 산둥성에서는 법원이 지역 기업을 파산 에이전시로 지정해 파산 절차를 처리하도록 할 수 있지만, 이 기업은 반드시 같은 도시에 본사를 두고 있어야 하며 정부 관계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아오 사건의 경우에는 이 지역법을 따르지 않았다.

장훙보의 부모는 지난 21개월간 경찰에 아들을 석방해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했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장훙보의 혐의는 여러 번 바뀌기까지 했다. 법원은 심리조차도 하지 않았다.

강압적 파산

2017년 6월 5일, 지방법원이 중아오에 파산선고를 했고, 중아오는 칭윈현 정부와 화신의 지배를 받게 됐다.

국영 언론 ‘차이나뉴스’는 지방정부가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중아오의 토지를 몰수하기 위해 이러한 ‘파산’ 방법을 의도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 수출허가는 매우 값진 자산이다. 그러나 칭윈현 정부가 중아오의 생산라인을 마음대로 폐쇄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는 파산 신청이라는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2018년, 자산관리기업 ‘칭윈 싱예’는 종아오의 지분 일부를 매수했으나, 중국 세관의 의무사항에 따라 15일 이내 소유권 변경을 완료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럽연합 수출허가는 철회되고 말았다.

유럽연합 수출허가 철회 후 종아오는 생산라인 폐지를 강요받았다. 뒤이어 칭윈현 정부는 종아오 소유의 토지를 매각할 준비를 했다.

기업 토지 매각

장홍보가 체포될 당시, 종아오는 칭윈현 중심부에 약 5000무(약 100만 평)에 달하는 토지를 보유한 상태였다. 산업용 토지였다.

2019년 1월 중순, 보유 토지 중 3000무(약 55만 평) 이상과 해당 토지에 세워진 건물 18만m2(약 5만 5000평)가 매각됐다.

차이나 뉴스는 ‘칭롱 펀딩 기업’이 종아오가 구매한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토지 전체를 매수했다고 보도했다.

국진민퇴(國進民退)

2010년경부터 중국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늘리고, 민간기업을 서서히 퇴장시켜야 한다’는 의미의 ‘국진민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는 정부가 정책을 통해 민간 부문 발전을 제한하는 대신 국유기업을 장려한다는 의미다.

최근, 2019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의 정치회의 ‘양회(两会)’에서 한 정부 관계자가 이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지난 3월 4일, 쑨첸(孫謙) 중국 최고인민검찰원 부검찰장은 양회(两會)에서 “과거 민간기업 수장들은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바로 체포됐고, 기업은 즉시 마비됐다”고 밝혔다.

쑨첸은 그가 어느 성에 가서 조사하던 과정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상위 100위 안에 드는 민영기업 사장들 가운데 수십 명이 체포됐고, 이로 인해 근로자들이 실업하고, 기업이 조업을 중단하고, 정부 세수도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금융전문가 우샤오핑(吳小平)은 ‘민영기업은 공유경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다 마쳤으니 점차 퇴장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우샤오핑의 발언은 중국 공산당의 ‘국진민퇴(國進民退)’ 정책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