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상 당국자 “황사, 생태계에 이롭다” 황당 주장

강우찬
2023년 04월 14일 오후 4:08 업데이트: 2023년 04월 14일 오후 4:08

중앙기상대 수석예보관, 황사 예보하며 발언
황사 대책 실패 따른 비난 여론 무마용 해석

중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황사로 한국과 일본까지 피해가 미치는 가운데 중국 기상 당국자가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온라인 매체인 인민망에 따르면, 지난 11일 중앙기상대 수석예보관은 황사로 인해 좋은 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황사를 주제로 한 브리핑에서 구이하이린(桂海林) 수석예보관은 “일부 불리한 영향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생태계에 일부 유리한 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유리한 점이 있는지는 말하지 못했다.

구이 수석예보관은 또한 “강수량이 적은 곳은 초목의 성장이 더뎌 강한 바람에 따른 황사는 필연적 기상현상으로, 이는 근본적 치유(根治)를 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라며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막화가 심각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황사 현상을 두고 ‘왜 막지 못하냐’고 비난하는 여론을 ‘과학적이지 않다’고 우회 비판하면서 불만을 억누르려는 의도라는 게 중화권 평론가의 시각이다.

평론가 리닝은 “황사가 자연 현상이니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은 그동안 황사를 예방하겠다며 실시한 각종 사업을 스스로 부인하는 셈”이라며 “수석예보관이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은 비난 여론이 두려운 당국을 대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링은 “중국 공산당은 지난 수십 년간 사막화를 막고 황사를 억제한다는 방사치사(防沙治沙) 공정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다. 방사치사 공정의 성패는 유능한 집단임을 자부해온 중국 공산당으로서도 소홀히 여길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수도 베이징을 뒤덮은 황사는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공산당은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집단이라는 비판을 두려워한다”고 덧붙였다.

황사의 유해성은 익히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황사는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낮은 환경기준, 불법 오염물질 배출 등이 맞물려 납, 카드뮴, 크롬 등 중금속을 포함하고 대기 중 화학반응에 의해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황사에 섞인 다이옥신 등 내분비 교란물질은 물과 토양 오염의 한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년 이상 사막화와 황사를 통제하겠다며 전국 41개 사막화방지종합시범구를 설치하고 각종 시범사업을 수행했으며 그 성과를 자부해왔다.

인민일보 온라인판은 지난해 6월 중국 국가임업초지국 발표를 인용해 “18만8천㎢ 면적의 방사치사 공정을 완료하고 1만7천㎢의 사막 지역을 봉쇄했으며 사막화 지역의 절반 이상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또한 “지난 5년간 황사 발생이 많이 감소해 이전 5년에 비해 31% 줄었다”며 “녹색전진과 사막후퇴(綠進沙退)의 역사적 변화를 이뤄냈다”고 자화자찬도 곁들였다.

그러나 황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국 중앙기상대에 따르면 이번 황사는 당국의 방사치사 공정의 중점인 몽골 남부와 네이멍구 중서부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중국 국토 면적 3분의 1이 넘는 370만㎢ 범위를 뒤덮으며 위세를 떨쳤다.

올 들어 8번째 발생한 이번 황사는 북쪽에서 발생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16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상청의 지난 12일 낮 황사 예보. | 관서TV 화면 캡처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는 편서풍을 타고 한국과 일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 11일 밤부터 본격적으로 황사 영향권에 들었고 일본은12일부터 황사가 관측됐다.

한편, 중국 네티즌들은 구이 예보관의 발언을 공유하며 “공기 오염이 확실한데 어떻게 좋은 점이 있다는 거냐” ,”수십 년간 황사 잡겠다고 들인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모두 헛수고”라는 댓글을 달았다.

한 네티즌은 “황사를 정제하면 실리콘을 얻을 수 있으니, 반도체 생산에 유리한 점은 있을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