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용기 추락 미스터리…대러 무기지원 가능성(上)

선저우(沈舟)
2022년 04월 28일 오후 1:16 업데이트: 2023년 01월 3일 오전 9:19

[뉴스 분석]

23일 소셜미디어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전투기 1대가 허난성 상추(商丘)시 위청(虞城)현의 한 농촌지역에 추락한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파괴된 전투기 잔해와 추락 전 낙하산으로 탈출한 조종사 2명의 모습이 보였다. 한 명은 중국인, 다른 한 명은 외국인이었다. 중국인 조종사는 구조하러 온 마을 주민들이 외국인에 대해서 묻자 입을 다물었지만, 이 외국인은 러시아 조종사로 추측됐다.

인민해방군 전투기 추락 현장에서 러시아 조종사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하자, 소셜미디어에는 각종 추측이 무성했다. 중국이 자국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지원하기 위해 테스트 비행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영상에는 중국 전투기가 추락 전 저공 비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 수호이(Su) 시리즈의 특징적인 형태가 뚜렷했다. 그러나 정확한 기종은 확인할 수 없다. Su-27 혹은 Su-30일 수도 있다. 중국이 만든 복제품인 젠(J)-11이나 J-16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조종사 2명이 탑승하는 복좌형 전투기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와 인민해방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언론들은 추락한 항공기가 전투기가 아니라 L-15 훈련기라고 보도했다. 훈련기라고 하더라도 러시아 조종사로 추측되는 인물이 왜 탑승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번 추락 사고는 당국의 침묵과 함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전투기 전력 보충이 필요하며, 이를 해결해 줄 국가로는 중국이 가장 유력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 전투기는 빈번히 출동했다. 미국 국방부는 하루 출격 횟수를 150~300회로 추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방공부대에 의해 격추된 일부 전투기를 제외하더라도 이 같은 고강도 운영만으로 전투기에는 손실이 간다. 기간이 길어지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는 줄어들게 된다.

러시아 현역 4세대 주력 전투기는 96대의 Su-35, 133대의 Su-30, 118대의 Su-34, 359대의 Su-27이 있다.

만약, 러시아가 중국에 전투기 지원을 요청한다면 4세대 전투기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Su-30 또는 동형기일 것이고 공중전 전력과 비교적 강력한 대지 전력을 갖춘 다목적 전투기일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2022년 4월 3일(현지시각) Su-34, Su-35 전투기와 정찰기 IL-22 등 러시아 군용기 3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 우크라이나 군 제공

◇ 중국, 러시아에 어떤 기종 지원할 수 있을까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Su-27 전투기의 생산라인을 도입했고 낱개 부품을 수입해 모방품인 J-11A를 조립했다. 이후 이를 계량한 J-11B를 대량 생산했다. 300대 이상 보유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Su-27이나 그 복제품인 J-11 모두 타격 능력이 제한적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이미 다수의 Su-27를 보유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가 가장 필요한 기종은 Su-30으로 추측된다. Su-30는 Su-27을 기반으로 해 대지·대해 능력을 강화하고 비행 거리를 늘린 기종이다. 중국은 이를 도입해 복제품으로 J-16를 만들었다.

Su-30은 수출도 많이 됐다. 최대 구매국은 인도로 총 272대를 도입했다. 그다음은 중국(100대)이며 알제리, 베트남, 베네수엘라, 말레이시아 등 10여 개국도 각각 수 기에서 수십 기 구매했다.

Su-30 전투기는 총 630여 대 생산됐지만, 러시아군은 현역으로 100여 대만 보유하고 있다. 실전에서 손실을 제때 보충하지 않으면, 전력은 약화될 것이다. 러시아 항공기 생산 공장이 신속하게 가동한다고 해도 빠르게 인도하기 어렵다. 자금도 들어간다.

인도는 가장 많은 Su-30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와의 관계를 고려해 러시아에 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국가가 보유한 Su-30은 매우 적으며, 러시아가 유일하게 요청할 수 있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수입한 Su-30 100대는 이미 10년이 넘었으며, 상당한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복제품인 J-16은 빠르게 생산되고 있어 러시아로서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J-16이 Su-30을 복제하긴 했지만, 차이는 존재한다. 따라서 이번 추락 현장에서 발견된 러시아 조종사가 J-16을 테스트 중이었을 수 있다.

J-16은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공군의 핵심 전투기다. 전자전용 기종인 J-16D도 개발됐다. 일본 2021일 방위백서에 의하면, 인민해방군 공군 전투기 가운데 많이 늘어난 기종이 J-16으로 2020년 60대에서 지난해 150대로 급증했다. 러시아가 가장 흥미를 보일 만하다.

중국 주하이(珠海) 에어쇼에 등장한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J-16 전투기. 2021.9.8 | Noel Celis/AFP via Getty Images/연합

◇ J-16을 제외한 다른 기종의 도입 가능성은…

중국은 24대의 Su-35를 도입했지만, 복제하지는 않았다. 중국이 보유한 24대는 2004년 이후 제조된 양산형 Su-35S이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지원을 요청하기에는 중국이 보유한 수량이 적어 부담스럽다.

Su-34는 대지 타격에 치중한 기종으로 중국은 도입하지 않았고 복제하지도 못했다.

중국은 전략 폭격기 H-6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구소련의 Tu-16를 라이센스해서 만든 기종이다. 러시아에서는 1980년대에 Tu-16를 퇴역시키고 후계기인 Tu-22와 Tu-160 폭격기를 도입했지만, 중국은 이 기종의 기술을 확보하기 못했다. 러시아 공군은 퇴역시킨 지 40년이 된 H-6를 다루지 못할 것이다.

Su-25와 Su-24는 중국이 보유하지 않고 있어 제공할 수 없다.

중국이 자주 개발한 J-10의 수량은 500대에 달할 정도로 가장 많지만, 주로 방공에 사용돼 대지 타격 능력이 부족하고 비행 거리도 비교적 짧다.

중동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개조한 Mig-29 전투기를 공급하고 있는데, J-10으로 상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러시아 역시 방공 경전투기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정찰기, 조기경보기, 전자전기는 러시아 군인이 다루기 힘들 수 있으며, 중국도 선뜻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러시아가 원하는 기종은 J-16으로 귀결된다. 아직 문제는 남아 있다. J-16의 통신 시스템, 피아식별 시스템이 러시아군의 기존 시스템과 융합될 수 있는지 여부다.

조종석 화면이 러시아어로 제공되는지, 러시아 조종사들의 조작 습관, 탑재 무기의 호환성도 중요한 체크사항이다. 그다음에는 러시아 조종사들이 실제로 J-16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인민해방군 J-16은 러시아 Su-30의 복제품이다. Su-30으로 위장하기도 쉽다. 추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Su-30이 격추될 경우, 이번 사건의 전말을 밝힐 단서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