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대, 美 반도체 우회 입수해 전투용 AI 개발해

김태영
2022년 07월 20일 오후 9:17 업데이트: 2022년 07월 21일 오후 3:08

중국 군대가 미국 반도체 칩을 우회적으로 사들여 전투용 AI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는 새 보고서가 발표됐다.

조지타운대학교의 CSET(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에서 발간한 6월 보고서(pdf)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전투용 AI를 학습시키는 기술 개발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PLA가 체결한 반도체 계약 6만 6000건 중에서 AI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 관련 계약만 24건이 발견됐는데 대부분 미국에서 개발한 최첨단 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CSET 연구팀은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 기술이 중국군에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PLA는 미국의 AI 반도체 칩을 우회적으로 입수하고 있다”고 했다.

공개된 PLA 구매 목록에서 확인된 97개의 AI 반도체 칩은 대부분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NVIDIA), 자일링스(XILINX, 현 AMD), 인텔(Intel), 마이크로세미(Microsemi)에서 개발한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반도체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국

중국은 2017년 PLA를 대상으로 ‘신세대 AI 개발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전투용 AI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 계획에는 중국 공산당이 2030년까지 AI 분야에서 글로벌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야심이 담겨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PLA가 자체 개발한 전투용 AI 머신러닝 기능을 강화하는 기술은 현재 미국 반도체 기술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PLA가 진행한 97건의 AI 반도체 칩 계약 가운데 중국에서 직접 개발한 것은 푸단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에서 생산한 1개 제품뿐인데 이마저도 미국 반도체 칩을 복제하다시피 해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군대가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미국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중국 공산당은 과거 여러차례 미국 반도체 칩을 정권 강화에 사용

2020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과 엔비디아는 중국 공산당의 소수민족 인권 탄압에 연루돼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100만 명 이상의 이슬람 소수민족이 구금된 신장 강제 수용소에서 감시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 두 회사의 반도체 칩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CSET 연구에서도 인텔은 중국 기업인 포 패러다임(4Paradigm)과 함께 PLA가 사용할 전투용 AI 소프트웨어 개발 계약을 체결해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논란이 됐다.

당시 워싱턴에 본부를 둔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 재단’은 “인텔이 PLA에 직접적인 지원을 제공했다”며 “이는 중국 군사 현대화 및 중국이 감시 국가로 향하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심화시키는 데 불을 지핀 것”이라고 비판했다.

CSET가 발표한 이번 보고서에서 PLA의 전투용 AI 개발에 인텔과 엔비디아사가 등장한 것은 미국 반도체 기술이 암암리에 중국 군대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중국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해 지속적으로 미국의 최첨단 기술을 입수해온 사실도 증명된 셈이다.

중국 공산당은 그간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간 공급업체를 통해 미국 반도체 칩을 구입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반도체 칩 최종 사용자인 중국 군대

CSET 연구진은 미국의 수출 규제 정책과 중국의 기술 정책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해 대책 마련에 돌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은 기술 전략으로 군사-민간 융합 정책을 내세우며 군사와 민간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초점을 뒀다. CSET 연구진은 중국의 기술 융합 정책이 중국 기업으로 수출되는 모든 미국 기업의 기술이 최종적으로 PLA에 흘러 들어갈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은 6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보전만을 위해 자체적인 단속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미국의 기술 수출 규제는 최종 사용자에 무게를 두고 제정돼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제3의 중간 업체를 통해 아무런 제약 없이 미국 반도체 기술을 입수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국 수출 규제에 허점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구진들은 미국의 수출 규제는 최종 사용자보다 사용 목적 등 반도체 칩 자체의 물리적·기술적 특성에 초점을 맞춘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PLA 부대와 중국 국영 방위산업체는 그간 미국 반도체 칩 입수를 위해 중국 중개업체를 통해 거래를 해왔다”고 설명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 행정부는 기존 수출 규제법이 최종 사용자 및 용도에 초점을 맞춰온 것을 다각도로 보완하여 더욱 확장된 범위를 포함하는 새 규제 법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