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청단 불매운동에도 나이키 신상 ‘완판승’…H&M 매장도 북적

류지윤
2021년 03월 27일 오후 1:54 업데이트: 2021년 03월 27일 오후 6:07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나이키의 한정판 신발이 순식간에 매진돼 불매운동을 무색게 했다.

지난 26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한 장의 캡처 사진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이 사진은 타오바오, 톈마오(天猫·T몰), 징둥닷컴 등 중국 유명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한정 판매 소식을 알리는 어플 ‘쥐하오창’(聚好搶)의 화면을 캡처한 것이었다.

화면에는 이날 오후 8시부터 나이키 여성용 신발을 선착순 한정판매한다는 소식이 담겨 있었다.

한국에서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시간을 ‘순간 삭제’한다는 의미로 ‘순삭’으로 불리지만, 중국에서 ‘순삭’은 쇼핑몰 상품을 순식간에 동낸다는 의미로 쓰인다.

소위 ‘순삭’ 어플에 뜬 나이키 한정판 상품 소식은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 주도로 촉발된 불매운동을 순삭해버렸다.

판매 개시 시간인 오후 8시가 되기 전에 이미 33만명7천명이 구매를 예약했고, 상품은 8시가 되자 거의 1초 만에 완판됐다.

나이키 제품 한정판 판매를 알린 ‘쥐하오창’(聚好搶) 어플 | 화면 캡처

 

앞서 지난 24일 공청단은 중국 내 인권탄압을 언급한 H&M에 ‘좌표’를 찍고 불매운동을 개시했다.

H&M은 작년 9월 성명을 내고 “신장의 강제 노역과 소수민족 차별 관련한 보도에 우려를 표한다”며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 구매하는 것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6개월 전의 일이었지만, 공청단은 뒤늦게 문제 삼으며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신장 면화를 보이콧하면서 중국에서 돈을 벌려 하나? 허황한 망상”이라며 중국 누리꾼을 자극했다.

다음날 온라인 쇼핑몰인 T몰 등에서 H&M 관련 상품은 완전히 사라졌고, 바이두맵 등 중국 지도앱에서는 H&M 매장이 사라졌다.

이러한 삭제는 공산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취소문화의 한 사례다. 정치인 등 개인이나 단체(기업)가 정권의 눈 밖에 날 경우 불매운동 등을 벌여 아예 사회에서 없애버린다.

미국에서도 정치적 올바름(PC)을 지지하지 않거나 소신 발언한 개인이나 기업들이 불매운동 폭격을 받는 것도 사회주의 교육이 미국 사회에 침투된 이후 부쩍 잦아진 현상이다.

H&M에 이어 나이키도 불매 대상으로 지목됐다.

나이키 역시 신장의 강제 노역과 관련한 보도에 우려를 나타내고 “나이키는 이 지역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온라인에는 나이키 신발을 불에 태우며 분노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나이키 광고모델인 중국 인기스타 왕이보(王一博)는 광고 계약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청단 등 공산당 주변 조직, 온라인 댓글부대와 이들에게 선동당한 일부 중국인들의 과격한 행동과 불매운동과 별개로 적잖은 중국인들은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쇼핑몰에서는 사라졌지만, 순삭 어플에 떠오른 나이키 한정판 신발 구매 버튼을, 중국 누리꾼들은 불매운동의 광풍 속에서도 의연하게 클릭했다.

누리꾼들은 “이 시국에 한정판 판매라니 너무 풍자적이다”, “NBA한테 그렇게나 체면 구겨놓고 또 불매운동”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당국이 당 조직이나 민간단체를 내세워 일으킨 불매운동이 언론의 지원 공세를 힘입고도 흐지부지 끝난 사례는 적잖다.

지난 2019년 10월에는 NBA 구단 휴스턴 로키츠 단장인 데릴 모리가 홍콩 민주화 운동 지지 발언을 했다가 중국 당국이 NBA 보이콧을 벌인 바 있다.

당시에도 중국 쇼핑몰의 휴스턴 관련 모든 상품이 내려갔고, 경기 중계업체는 로키츠 경기를 내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시즌 경기는 예정대로 중계됐고 휴스턴 로키츠와 다른 한 구단의 경기만 제외되는 데 그쳤다.

이번 나이키 불매운동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5일 한 웨이보 계정은 리셀러 앱인 ‘더우’(得物)에 올라온 나이키 신발 거래 데이터 사진을 올리며 “방금 봤는데 나이키가 엄청나게 팔렸고 거래량이 줄지를 않는다. 사람들이 거래 창을 분 단위로 새로고침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웨이보를 보면 다들 애국심 폭발이지만, 실제로는…”이라는 글을 남겼다.

불매운동의 첫 타깃이었던 H&M도 오프라인의 열렬한 분위기와는 달리 거리 매장은 평상시와 큰 차이가 없다고 전해진다.

한 현지 언론은 지난 24일 저녁 베이징 시단(西單)의 쇼핑몰인 따위에청(大悅城·Joy City)에 입점한 H&M 매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쇼핑객이 있었고, 피팅룸 앞에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날 네이멍구 후허하오터시의 H&M 매장에도 쇼핑객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쇼핑 업체 관계자는 T몰 측이 H&M 상품을 내렸지만 현재 오프라인 매장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독자인 가오위에(高月·가명)씨는 에포크타임스(중국어판)에 이번 불매운동은 블랙코미디라고 말했다.

가오씨는 “내 아들은 90년대 생인데 지금 중국에서 나이키를 가장 좋아하는 세대가 90년대 생고 그 다음이 2000년대 생이라고 한다. 현재 이들은 중국에서 나이키 신발 한정판이 나올 때마다 줄 서서 구매하는 데 몇 년 뒤에 집 한채 값이 된다며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온라인에서 나이키 같은 운동용품이나 패션제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세대들이 불매운동에 가장 뜨겁게 참여하고 있는데 앞뒤가 안 맞고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가오씨는 “중국 공산당은 집권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사회 각 분야를 건전하게 발전시키지 않고 영구 집권을 위해 왜곡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 탓에 젊은층은 건강한 인재로 자라지 못하고 스스로 사고하지 못하는 멍청이들로 전락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중국에는 진정한 종교와 신앙, (공산주의를 제외한) 사상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저 정권에 대한 충성뿐이다. 요즘 젊은층의 말과 행동을 보면 영락없는 홍위병이다”라며 “하지만 강요로 진정한 마음을 얻을 수 없는 법이다. 중국 젊은층이 진정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맛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