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자학원 운영서 손뗀다? 홍콩 언론 “간판만 바꿔단 것” 비판

류지윤
2020년 07월 7일 오전 11:14 업데이트: 2022년 06월 2일 오후 3:44

중국 정부가 공산당 선전기관이라는 비판을 받던 공자학원 운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그러나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 운영은 그대로”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교육부는 5일 공자학원 총본부인 국가한판 홈페이지를 통해 ‘중외(中外)언어교류협력센터’(언어협력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국가한판은 중국어(漢語·한어)와 중국문화를 보급한다는 명분으로 올해 4월 기준 세계 162개국에 설치된 545개 공자학원, 1170개 공자학당을 운영해왔다.

이번 결정으로 국가한판은 문을 닫고, 앞으로 공자학원 및 학당 운영은 민간단체인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기금회)가 맡기로 했다.

그러나 빈과일보 등 중화권 매체는 “간판만 바꿔 단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외적으로는 ‘기금회’가 공자학원을 운영하지만, 실제로는 ‘언어협력센터’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리라는 것이다.

신문은 지난달 30일 입수한 국가한반 관련 자료를 통해 ‘언어협력센터’ 마젠페이 박사의 이력 대부분이 국가한반과 겹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마 박사는 국가한반 내 공산당 위원회 당서기, 공자학원 본부 부총간사, 국가한판 부주임을 지냈다.

공자학원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중국 정부 결정의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공자학원이 중국 문화가 아닌 공산당 선전에만 열을 올린다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델라웨어대, 캔자스대 등 11개 대학이 캠퍼스 내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한 대학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인권탄압을 비난한 학생에 대해 공자학원 측이 학교 측에 항의해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공자학원이 캠퍼스 내 학문 추구와 표현의 자유에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국가인 스웨덴에서도 지난 4월 자국 내 공자학원 4곳을 모두 폐쇄하기로 했고, 호주에서도 지방정부가 공자학당(수업)을 폐지하거나 관련 예산지원을 중단했다.

그러나 빈과일보는 “공자학원이 공산당의 선전도구라는 지적을 받게 되자, 중국 공산당이 ‘겉만 바꾸고 속은 그대로 유지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며 여전히 공산당 선전도구로 작동하리라 전망했다.

공자학원은 한국에도 설치됐다. 올해 1월 기준, 중국 공산당 교육부가 전 세계에서 최초로 설치한 1호 공자학원을 비롯해 대학과 일반 어학원 등으로 23곳이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