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식 발표 2명인데…상하이 코로나 사망자 100명 리스트 확산

한동훈
2022년 04월 18일 오후 12:36 업데이트: 2022년 04월 18일 오후 12:36

상하이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직접 집계한 코로나19 사망자 100여 명의 명단이 공유됐다.

이 명단에는 사망자 이름과 거주지역, 간략한 사망 경위 등이 담겼다. 봉쇄로 인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이들도 있었다.

사망자를 추모하는 소셜미디어 계정도 생겼다. 중국판 카톡인 위챗 채팅방 ‘상하이 사망자'(上海逝者)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의료시스템 마비로 숨진 사람들 13명의 사연을 정리한 글이 게재됐다.

현재 사망자 100명의 명단과 ‘상하이 사망자’ 계정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중국 당국은 사망자 명단이 허위라고 주장하며 검열하고, 이 명단을 공유한 계정을 삭제 조치하고 있다.

중국 SNS에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사망자 명단(일부) | 화면 캡처

상하이 주민들이 사망자 명단을 직접 집계하고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은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다. 길어지는 봉쇄와 강압적 통제에 대한 불만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보건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하이와 길림성에서 재확산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사람은 지금까지 2명이다. 지난달 18일 길림성에서 나온 사망자다.

2020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중국의 코로나19 공식 사망자는 모두 4638명이다. 이 가운데 4634명이 작년 1월 13일까지 사망한 사람들이다.

즉, 작년 1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진 사람이 4명이라는 이야기다. 같은 기간 홍콩·마카오·대만에서는 117명이 사망했다.

인구 규모와 중국의 낙후된 의료 시스템, 확진자수를 고려하면 믿기 힘들다는 게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 평론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15일에는 상하이에 거주하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돼 논란이 됐다.

바이올리스트 천순핑(陳順平)은 전날(14일) 상하이 시내 동제병원 병동에서 투신했다. 하루 전(13일) 급성 췌장염으로 병원을 찾았으나,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치료를 거부하자 고통 속에서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쇄로 텅 빈 상하이 시내 도로. 2022.4.14 | 로이터/연합

천씨는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사인이 아니었으므로, 그의 죽음은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는 집계되지 않았다. 천씨의 죽음은 17일에야 언론에 보도가 됐지만, 중국 온라인에는 사망 다음 날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언론이 뒤늦게야 소문을 확인해준 셈이다.

상하이 푸둥신구 주민 지샤오룽(季孝龍)씨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상하이에서 비정상적인 죽음이 잇따르고 있지만 모두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씨는 “상하이는 하루 평균 7천 건의 수술이 이뤄진다. 투석을 받아야 하는 신장병 환자, 자주 병원을 찾아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이 많다. 병원이 폐쇄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음식을 못 먹어 죽은 사람, 괴로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정부는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젖먹이들도 생존의 위기에 놓였다. 아기를 키우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지 못한 지 한참 됐다”며 “봉쇄 전 분유 6통을 사놨는데, 봉쇄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아이에게 먹이는 브랜드는 지금 오프라인에서 살 수 없다. 지금 온라인 매장에서 파는 것은 모두 항저우 창고에서 출하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파리에서 개최된 새 영화 ‘SOS’ 시사회에 참석했다가 귀국한 중국 영화감독 후쉐양(胡雪楊)은 봉쇄된 상하이의 비참한 실정을 글로 남겼다.

후 감독은 귀국 후 핵산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강제로 격리됐다면서 “당국 발표에 따르면 상하이 오미크론 사망률은 0(제로)이고, 중증 확률은 13만분의 1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혹독하게 봉쇄하고 있는 것이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후 감독은 또한 “하루 종일 수십만 명씩 핵산 검사를 하게 한다. 검사 현장에서 교차 감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왜 당국은 2차 재난을 더 키우고 있는가”라며 상하이 방역 현장에서 기초적인 과학적 상식조차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바이러스판 문화혁명”이라면서 “문화혁명 때를 돌이켜보면 지방당국은 권력을 남용하면서 서로 모순되는 정책을 내놨고, 대중을 선동하면서 상식을 살해했다. 그리고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모든 사람을 없앴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