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지도부, 군권으로 당대 반대세력 억누르고 1단계 무역합의 타결”

한동훈
2019년 12월 30일 오후 6:38 업데이트: 2020년 01월 16일 오후 3:13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양측 정상의 최종 서명만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무역합의 체결을 위해 당내 반내세력을 극복하기 위해 군권(軍權)을 휘둘렀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무역전쟁 여파로 인한 경기 둔화가 통치위기로까지 이어지면서 협상 타결이 절실했던 시진핑 총서기가 반대세력을 군부의 힘으로 찍어 눌렀다는 것이다.

홍콩의 중국전문가 팡톈량은 “지난 13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은 ‘미국 경제의 큰 승리’라고 자축했지만 중국은 태도가 묘했다”고 분석했다.

팡롄량이 지적한 ‘중국의 묘한 태도’란 13일(베이징 현지 시간) 밤늦게 베이징에서 열린 1단계 무역합의 타결 보고 기자회견을 가리킨다. 이날 중국은 미국과 같은 시간 무역합의를 발표하기 위해 오후 11시에 외신 등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회견장에는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차관급), 랴오민(廖岷) 재정부 부부장 등 부부장급 관리만 참석해 “큰 승리”라며 자축하던 미국과 큰 대조를 이뤘다.

팡톈량은 “이런 저조한 분위기는 공산당 지도부의 태도가 담긴 것”이라며 “왕 부부장은 합의 조항에 대해서도 애써 감추고 싶은 듯했다”는 평가를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중국의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 무역합의 직전 시진핑의 행보를 살펴야 한다”며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5일 동안 단행된 대규모 군 인사를 언급했다. “시진핑은 이 기간 군 간부 170여 명에 대해 승진인사를 단행해 이들을 소장, 중장, 상장 등으로 대거 진급시켰다. 인민해방군 최고 계급인 상장(上將) 진급자는 7명이었고, 중장 16명, 소장 147명이었다. 이러한 진급 인사는 시진핑의 총서기 취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상장 진급은 보통 인민해방군 창건일인 8월 1일 이전에 단행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2018년 단 한 명도 상장으로 진급시키지 않았던 시진핑은 미중 무역합의를 코앞에 두고 대규모 군 진급인사를 실행했다.

팡톈량은 “시진핑은 군 인사권을 통해 군 장악력을 과시하며 무력시위한 것”이라며 “미중 무역합의 직전이었음을 고려하면, 무력시위는 앞서 미중 협정 체결에 반대했던 인물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시진핑은 장쩌민(江澤民) 계파와 마오쩌둥 좌파 등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향해, 이번에는 반드시 합의를 이룰 것이며 가로막는 자는 대가를 치를 것임을 똑똑히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4월 말에는 장쩌민 계파 인물인 한정(韓正) 부총리가 당 정치국 회의에서 협상 체결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시진핑은 지난 1년간 류허를 통해 미국과 합의했던 것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미중 양국은 지난 5월 초 고위급 협상에 전 합의안 초안을 완성했지만, 시진핑은 초안을 공개한 직후 중국 내 반대파로부터 ‘매국한다’고 비난받았다. 시진핑의 경제 책사 류허(劉鶴) 부총리도 함께 매도됐다. 이후 시 주석은 지방 시찰에 일부러 류허를 데리고 다녔다. 류허에 대한 지지와 그의 협상전략이 자신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장시성의 희토류 생산업체 진리(金力)를 시찰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 수석대표 류허(뒤쪽 검은 상의) 부총리가 동행했다. |신화=연합뉴스

무역합의 전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라는 짐작도 제기했다.

팡톈량은 “지난 10일 중국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예상보다 10여 일 앞당겨 열렸다”며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중앙정치국 위원을 비롯해 중앙서기처 서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국무위원, 최고법원장, 최고검찰원 검찰장, 정협 지도자, 중앙군사위 위원 등이 참석했다. 여기에 31개 성·자치구·직할시의 당정 책임자들까지 모두 모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대륙을 관장하는 중요인물이 모두 참석한 이 회의는 12일날 끝났다. 그리고 북미 시간으로 13일 트럼프가 ‘중국과 큰 합의에 가까워졌다. 그들도 원하고 우리도 원한다’고 귀띔했다. 이는 시진핑이 회의 직후 트럼프에게 당내 동의를 얻었음을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팡톈량은 관영 언론의 태세 변화도 지적했다. “관영 언론은 지난 8일부터 갑자기 반미 선전의 수위를 낮추고 ‘미중 관계를 이성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논조를 바꿨다. 리뤄구(李若谷) 전 인민은행 부행장이 ‘무역전쟁과 관련해 미국이 지적하는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며 ‘양보하는 것도 힘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편, 팡톈량은 “이번 미중 무역합의는 미국의 대승”이라며 “1단계 무역합의 협정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요약본에 따르면 중국에 불평등한 합의다. 그러나 이는 중국 공산당이 자초한 것이다. 공산당은 17년 전 WTO 가입 때 약속을 지금껏 지키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에 대해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