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연예계 대거 숙청 움직임…배경은?

리다위(李大宇)
2021년 09월 1일 오후 1:41 업데이트: 2021년 09월 1일 오후 2:26

중국 연예계에 ‘숙청’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감독당국이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연이어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가운데, 연예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가 이번 숙청의 ‘속사정’을 전했다.

지난 8월 하순부터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는 ‘연예인 숙청설’ 관련 키워드가 연달아 검색 순위 상위에 올랐다. 26일 오후부터는 톱스타 자오웨이(조미)의 흔적이 온라인에서 삭제되기 시작했다.

‘황제의 딸’에 출연해 한국에도 얼굴을 알린 그녀의 출연작들이 온라인 영상 플랫폼에서 사라졌고, 그녀의 프로필과 출연작을 소개한 페이지들도 삭제됐다.

자오웨이와 함께 ‘황제의 딸’에 출연했던 린신루(임심여)는 중국 내 소유하고 있던 촬영 스튜디오가 퇴출됐고, 톱스타 자오리링(조려영)은 팬클럽을 비롯해 팬덤 자체가 강제로 공중분해됐다. 유명 배우 정솽은 탈세혐의로 500억원이 넘는 벌금이 부과됐고, 이밖에도 여러 스타들의 출연 금지, 은퇴 소식이 줄이었다.

숙청 분위기는 중국 공산당의 부정부패 감찰기관인 ‘중앙기율위원회’(중기위)의 선전포고로 시작됐다. 중기위는 지난달 초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크리스 우와 관련, 온라인 팬클럽 1300곳을 폐쇄하고 수천개의 계정을 차단했으며 15만 건이 넘는 ‘위험한 발언’을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크리스 우의 팬들이 크리스 우를 탈옥시키겠다며 베이징의 파출소를 포위하고 항의시위를 벌인 데 따른 강경 조치였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연예인의 팬덤을 체제 저항 세력으로 돌변할 수 있는 ‘불안 요소’로 봤다는 게 중국 문제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중기위는 크리스 우 사건을 젊은층의 “불건전한 팬 문화”로 규정하고 시정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관영매체들은 연예인들을 상대로 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며 사회 안정 유지를 위해 그어놓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밟지 말라고 경고했다.

문화·미디어 산업을 총괄하는 광전총국은 각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에 ‘저질 연예인’ 명단을 통보하고 청산을 지시했다. 이 명단에는 크리스 우를 비롯해 가곡 가수 훠준, 정솽, 자오웨이, 판빙빙 등의 이름이 실려 있었다.

동시에 웨이보 등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문제가 된 연예인에 관한 내용들이 빠르게 삭제되거나 검열됐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고위층 돈세탁 통로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 언론인 겸 영화 제작자 스위거(石宇歌)는 에포크타임스에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중국 연예계의 이면은 매우 복잡하다”고 밝혔다.

연예계 내부 소식에 밝은 그는 “중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중소업체에서 대형 기획사로 성장하는 과정에 태자당(공산당 원로 2세 그룹)이나 재계 거물들의 후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순수한 투자 목적이 아니라, 부정하게 모은 재산을 돈세탁하려는 목적이 크다. 후원자 중에는 고위 정치인들도 많다. 이들은 처음부터 추적을 받지 않고 돈세탁을 하기 위해 수익구조와 이익 배분 경로까지 꼼꼼하게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스위거는 “태자당의 고위층 2, 3세들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대한 후원을 빌미로 성상납을 요구하거나 인기 연예인들을 성노리개로 부리기도 한다”며 “중국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급성장한 시기, 정권을 쥐고 있던 장쩌민 당시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수사당국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태자당 그룹을 혼내기는커녕 오히려 ‘풍류’라며 장려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장쩌민은 태자당 그룹이 자신들의 성추문을 감추기 위해 영화계, 방송계, 언론사를 통제하는 것이 자신의 정권 장악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해 그대로 놔뒀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베이징 정계 거물과 2세들 사이에서는 중소 엔터테인먼트 회사(중국에서는 ‘작업실’로 불림)를 소유하는 게 거의 유행이 됐고, “인기 연예인 한두명 소속되지 않은 작업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없는 정·재계 인사들은 ‘게으르다’는 핀잔까지 듣기도 했다”고 스위거는 전했다.

그는 “내가 베이징에 머물 때, 베이징의 젊은 감독, PD들이 만든 창업한지 1~2년된 작업실(중소 기획사)가 700~800개 였는데, 절반 정도는 후원자가 태자당이었다”며 “시진핑은 현재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인기 스타들 몇명을 타격하고 있다. 대중은 공격받는 스타들이 누군지에 시선을 돌리지만, 사정을 아는 이들은 그 배후 세력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연예인 숙청은 특정한 세력을 겨냥한 것이며, 세력이 강성하거나 반대 파벌이 아닌 쪽에 속한 연예인들은 숙청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8년 판빙빙의 탈세 혐의가 최대 이슈로 기록됐다. 당시 판빙빙은 100일 넘게 자취를 감추다 모습을 드러냈으나, 그 이후 줄곧 연예계에 복귀하지 않고 개인 사업에 전념해오고 있다. 사실상 연예계를 떠났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판빙빙 이슈에 가려졌지만, 2018년 중국 연예계는 영화배우겸 가수 천위판 등 마약 사범 체포, 유명 영화 제작자의 성폭행 사건 등으로 얼룩졌다.

스위거는 “이 사건들은 모두 배후와 관련된 것”이라며 “장쩌민 계파의 2인자 쩡칭훙과 그 동생을 겨냥한 조치로 이해되고 있다. 쩡칭훙은 2003년부터 홍콩과 마카오를 총괄하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이익 사슬을 만들어놨고, 그 동생 쩡칭화이가 실무자로 나서서 홍콩 환희미디어그룹, 영황오락 등 기업들을 실질적으로 관리해왔다”고 말했다.

공산당, 당보다 더 빛나는 ‘스타’ 시샘

권력 암투 외에 중국 공산당이 인기 연예인들을 경계하는 이유는 더 있다.

스위거는 “최근 몇년 사이 공산당의 스타 탄압이 거세지고 있다”며 “인기 연예인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을 포함해, 민심을 깊숙이 파고드는 사람을 모두 불편해 하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최근 비약적으로 성장해왔다. 2020년은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했지만, 2020년 1분기 시장규모는 전 분기 대비 21.7% 증가했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중국 연예인들의 위상도 과거 어느 때보다 부쩍 높아졌다.

스위거는 “스타들의 영향력은 화려한 모습 뒤에 가려진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거나 스캔들을 퍼뜨려 꺼뜨릴 수 있다”며 “공산당은 아무리 잘 나가는 스타라도 언제든 순식간에 ‘증발’시킬 수 있음을 보여줘 권력을 과시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예인 숙청에 대해 “팬들은 사랑하는 연예인들이 사라지더라도 영원히 그 이름을 기억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산당은 ‘기억은 하지만 감히 입에 올릴 수는 없는’ 국가 공포주의를 강화한다”며 “문화대혁명 시절의 일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거는 “진짜 문화대혁명이 시작됐다고 본다. 타도된 사람들은 모두 스타였다. 텐센트의 마화텅과 알리바바의 마윈은 재계 스타이자 창업을 꿈꾸는 젊은 세대의 아이돌이었다.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그들은 공산당보다 빛나던 스타였다. 그들이 고꾸라지게 된 진짜 이유”라고 덧붙였다.

연예계 숙청, 시진핑 ‘공동부유’ 정책과도 관련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 칼럼니스트 왕샤는 연예계 숙청이 ‘다 같이 잘살자’는 공동부유를 강조하기 위한 본보기라고 분석했다.

왕샤는 “중국 연예계는 권력층 입장에서 동네북”이라며 “연예계는 종종 정치의 희생양이 된다. 워낙 문제가 많아 언제든 ‘꺼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다, 인기 연예인 몇몇을 처리하면 손쉽게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예인 숙청은 고위층 비위사건이 터졌을 때 물타기 하기 좋은 소재이지만, 이번에는 다른 경우 같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연예인들은 모두 고소득자들이다. 공동부유, 더불어 잘살자와 관련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왕샤는 중국 공산당은 중국을 분열시키고 일부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갈등과 모순을 증폭시키는 것을 고비를 넘는 원동력으로 삼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불어 잘살자’ 역시 타겟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대중에 인지도가 높은 고소득층, 즉 연예계 스타와 유명 기업가들이다. 과거 농민들을 선동해 지주 타도 혁명을 일으킨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방식”이라고 했다.

왕샤는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경제에 선방해왔다고 하지만, 치솟는 부동산 가격, 생필품 가격, 인재로 드러난 홍수, 나날이 심화되는 빈부격차 등의 문제는 더는 감추기 어렵다”며 “공산당은 갈등을 통해 또한번 위기를 넘기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인들의 투쟁심리를 자극해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긴 뒤, 국가가 ‘정책’을 통해 이들의 부를 분배한다는 게 공산당의 시나리오다. 인민의 부를 빼앗은 것은 사실 공산당의 권력자들이지만, 부유층을 내세워 이들의 부를 환수하는 모습을 연출해 불만여론을 진화하려는 의도다. 그 대표적 수단이 제3차 부의 재분배”라고 덧붙였다.

제3차 재분배는 시진핑이 지난달 17일 ‘공동부유’ 추진을 발표한 회의에서 구체방안으로 제시한 실행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부의 재분배는 효율성의 원칙에 따른 기업의 재분배(1차), 효율성에 공정성을 더한 정부의 재분배(2차), 부유층의 자발적 기부로 이뤄지는 도덕적 재분배(3차)가 있는데 1, 2차 재분배만으로는 공동부유를 달성하기 어렵고 3차 재분배가 반드시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중국의 경제학자 리이닝(厉以宁)이 제시한 것으로 비판 측에서는 “자발적 기부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상 기부 강요”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이 정보통신 거대기업, 사교육 업체를 때리기 하는 상황에서 ‘자발적 기부’라는 단어를 누가 순수하게 받아들이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왕샤는 “이밖에도 중국 공산당의 자금난도 지적되고 있다. 그들이 축적한 엄청난 부는 부정부패로 개인의 수중에 들어갔고 상당수는 국외로 빠져나갔다. 공산당 권력층과 그 일가, 8억명에 달하는 무력한 저소층을 제외하면 돈 나올 곳은 민간기업가와 연예인들 밖에 더 있겠나. 이제 이들의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재정권은 대부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문제가 제기되면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그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없애버리는 식으로 해결한다. 공산주의자들은 비판이나 공격, 뜯어먹기는 잘하지만, 실제로 뭔가를 개척하고 만들거나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는 데에는 소질이 없다. 이 둘이 겹친 곳이 오늘날 중국”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