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세 자녀 허용’…2030세대 “먹고살기도 힘든데 3명이나?”

2021년 06월 3일 오후 12:03 업데이트: 2021년 06월 3일 오후 12:03

중국 당국이 ‘세 자녀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중국 인구 감소의 핵심은 자녀 정책이 아니라 아이 키우기 힘든 팍팍한 삶이라는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고 그동안 엄격하게 시행했던 ‘1가구 2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3명까지 자녀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초 발표한 제7차 인구조사에서 출산율 감소로 인구 증가속도가 수십년 만에 가장 느린 것으로 나온 데 따른 조치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세 자녀 정책’을 전하며 “중앙정치국은 출산 정책을 더 최적화하고 부부가 세 자녀를 낳을 수 있는 정책 및 맞춤형 지원을 도입하면 인구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세 자녀 정책’과 관련 키워드는 중국 웨이보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며 중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신화통신인 세 자녀 정책 발표 당일인 지난달 31일 웨이보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셋째를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3만1천명의 93%인 2만9천명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준비됐다’ ‘고민 중’이라는 답변은 소수에 그쳤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곧바로 삭제되면서 중국 당국이 기대했던 답변이 아님을 시사했다.

중국 온라인매체 디지털타임스가 캡처한 이미지에 따르면 신화통신의 여론조사는 마감까지 6일이나 남은 상태에서 내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소식을 전하며 “중국 청년들은 치솟는 집값, 높은 교육비, 노후 부담 등의 압박 속에서 자녀를 몇 명 낳을지가 아니라 낳을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이를 “더 깊은 영혼의 고문”이라고 묘사했다.

뉴욕대 상하이캠퍼스의 사회학자 리이페이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자녀를 낳는 걸 꺼리는 이유는 중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며 “주거, 야외활동, 음식, 여행 등 다른 비용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조사의 가장 최근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출산율은 1.3으로 세대교체에 필요한 2.1보다 크게 낮았다. 부부 2명이 평생 자녀 1.3명을 낳음으로써 인구가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인구 증가율의 둔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사회에서는 ‘부자가 되기 전에 나라가 늙는다’는 우려 여론이 확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인구조사 결과는 시급한 인구 문제를 부각했으며, 중국은 예상보다 일찍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논평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출산율 하락 문제를 너무 늦게 공론화했다며 “이미 늦었다”고 지적했다.

슈앙 딩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홍콩지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완전히 개방된 출산 정책을 적어도 5년 전에는 시행했어야 했다. 물론 늦게라도 하는 게 아예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밝혔다.

중국 지방정부의 공개자료에 의하면 중국 당국은 2020년 말까지 세 번째 자녀를 낳는 부부에 13만위안(약 1억4천만원)의 막대한 벌금을 부과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은 이날 세 자녀 정책과 함께 정년 연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강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