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백신 외교’에 찬물 끼얹은 페루 “실제 효율 11.5%”

하석원
2021년 03월 10일 오후 3:55 업데이트: 2021년 03월 10일 오후 4:00

세계 최대 백신제조국 인도, 쿼드 정상회담서 백신 투자 확대 요구할 듯

지난 5일 페루 언론이 중국의 시노팜 백신 효율이 최저 11.5%에 불과하다고 보도해 한창 백신 외교에 열중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중공)의 심기를 건드렸다.

중공과 백신 외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인도의 주도하에 인도와 함께 중공 견제 4개국인 쿼드 가입국인 미국, 일본, 호주가 중국산 백신 보이콧에 나섰다.

페루 언론은 지난 5일 중국 시노팜 우한바이오연구소가 개발한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이 페루에서 임상시험한 결과 33%의 유효율을 보였으며, 시노팜 베이징바이오연구소가 개발한 백신의 유효율은 11.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50%의 기본 문턱보다 훨씬 낮다.

중국 시노백 백신의 효율이 알려진 것보다 79% 더 낮다는 페루 언론 보도 | 화면 캡처

전 페루 국립보건원 출신의 미생물학자에르네스토 부스타만테 박사는 현지 언론에 출연해 “이 백신이 이미 일선 의료진에 사용됐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개발도상국 등을 대상으로 무상 혹은 저렴한 가격을 백신을 공급하며, 백신 외교를 추진하고 있는 중공은 페루에서 날아든 비보에 격노했다.

중국 백신 제조사인 시노팜 그룹은 6일 페루 언론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책임을 물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페루 보건부도 부랴부랴 아랍에미리트(UAE)에서의 테스트에서 79.34%의 유효율을 얻었다는 중공 당국의 이전 데이터 발표를 되풀이했다.

하지만 페루 보건부는 시노팜 백신의 페루 현지 임상 테스트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문제전문가 펑충이(馮崇義) UTS 교수는 “부스타만테 박사의 데이터가 정확하다면, 이는 해당 백신을 서둘러 외국에 보급한 중국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펑 교수는 “국제기준에 따른 임상시험을 완전히 마치지 못한 내놓은 백신의 실제 유효율이 페루처럼 10~30%대면 누가 쓰겠나”라고 지적했다.

시노팜 그룹은 지난해 말 이 백신의 효과가 79%에 이른다고 주장했지만, 임상 3상 데이터는 중간결과의 긍정적인 데이터만 공개하고, 전부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시노팜 그룹은 지난해 7월 긴급 접종 테스트에 착수한 뒤 100만 명 가까이 접종했으나 심각한 부작용 반응은 단 1건도 보고되지 않았으며 모두 가벼운 증상만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페루에서 지난해 말 한 피험자가 시노팜 백신 접종 후 신경계 문제를 일으켜 시노팜 후보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중국의 또다른 백신 제조사인 시노백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도 홍콩에서 접종이 시작된 이후 세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 3일 시노백 백신 접종 후 불편을 겪던 71세 노인은 7일 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곧 숨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이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이같은 자국 백신에 대한 부정적 소식이 철저하게 차단되고 있다.

중공에 비판적인 온라인 매체 종람중국의 천쿠이더(陳奎德) 편집장은 “중공에 있어 백신은 최우선적인 생존문제다. 팬데믹이 종식되면 그 다음은 전 세계적으로 사태 책임에 대한 추궁여론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공은 어떻게 해서든 그 전에 백신 외교를 통해, 사태 종식에 공헌했음을 선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공은 백신 외교에 앞서 마스크 외교를 펼친 바 있으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부실, 불량 마스크로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공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같은 백신외교로 맞불 작전을 펴는 인도 역시 중공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2020년 10월 ‘쿼드’ 회의에 참석한 미·일·인도·호주 외교수장 | AP/SIPA=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은 지난 8일 인도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쿼드가 중공의 백신 외교에 대응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쿼드 4개국은 백신의 제조, 운송, 접종을 확대하는 노력을 통해 중공의 백신 외교를 저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세력 확대를 차단하려 한다.

천 편집장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는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해 중공으로서도 연대를 깨뜨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백신을 통한 연대는 매우 유효하고 손쉽다. 게다가 중공은 현재 중국산 백신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제압했을 경우 파괴력도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공 당국은 막대한 자금력과 생산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수출과 기부를 통해 전 세계에 중국산 백신 4억 6300만개를 제공했다.

변수는 중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백신 생산국인 인도다.

인도는 오는 12월 열리는 사상 첫 쿼드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 일본, 호주 정상들에게 인도의 백신 생산에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