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내부 소식통 “6중전회서 새 후계제도 마련할 것”

김윤호
2021년 11월 10일 오후 9:23 업데이트: 2021년 11월 10일 오후 9:23

지난 8일부터 나흘간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19기 6중전회에서는 시진핑의 역사적 ‘지위’를 확립하고 그의 ‘공적’을 칭송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관례를 깨고 시진핑이 내년 20차 당대회 이후에도 계속 연임할 수 있도록 명분을 쌓기 위함이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海峽時報)는 시진핑이 이 회의에서 새로운 후계체제를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지난 8일 ‘시진핑 주석이 후계자를 선발하기 위해 새로운 후계제도를 고려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중국 공산당 역사상 발생한 정치적 불안 요인은 모두 후계자와 관계가 있어 시진핑은 후계자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낡은 후계제도를 깨고 새로운 후계제도를 세울 것’이라고 중국 공산당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익명의 공산당 내부 인사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에게는 낡은 후계제도는 불합리한 것이며, 그는 95세인 장쩌민이나 78세인 후진타오에게 자신의 후임을 결정하게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중공 지도자는 비밀리에 후계 구도를 짜고 있고 20차 당대회 이전에 확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때 가서도 대외적으로는 공개하지 않을 것 같다.

시진핑이 잠정적으로 짠 후계 구도에 따르면 그는 후계자를 한 명만 지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년 20차 당대회에서 한 명 이상을 발탁해 상무위원회에 진입시킨 후 그들의 충성도와 정치적 센스를 테스트한다.

신문은 또, 시진핑이 후계자로 지명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 5명을 언급했다. 바로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당서기,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주임, 후춘화(胡春華) 부총리, 리창(李强) 상하이시 당서기, 리시(李希) 광둥(廣東)성 당서기 등이다.

중공 내부 인사는 시진핑이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 68세 이상은 퇴임)’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자신과 같은 연령대의 인사도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내부 인사에 따르면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정한 임기 제한과 집단지도 체제 등의 규칙을 뒤집은 후 또 다른 중대 사안에서 덩샤오핑에게 등 돌릴 수 있다. 즉 당 주석직을 회복하고 직접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당 주석직은 임기 제한이 없기 때문에 시진핑은 자신의 계획에 따라 후계자를 선정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주석, 즉 당 주석은 1945년 7차 당 대회부터 1982년 12차 당 대회 전까지 최고 책임자에게 부여한 공식 지위였다. 당 주석은 중공 중앙정치국과 중공 중앙서기처의 업무를 영도하는 자로, 사실상 중화인민공화국의 최고 결정권자다.
1982년 9월 1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12차 당 대회에서 집단지도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당 규정을 개정했다. 핵심 내용은 중앙위원회 주석직을 없애고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만 두기로 하고 또 공산당 총서기의 기능은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 소집과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 소집을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당 주석직이 폐지됨으로써 중국 공산당 역사상 당 주석을 지낸 사람은 마오쩌둥, 화궈펑, 후야오방 3명뿐이다.

공산당 내 권력 게임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는 중요한 시기에 당 내부 인사가 전한 이 소식은 당내 일부 파벌이 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기 6중전회의 하이라이트는 중공 역사상 세 번째로 나오는 ‘역사 결의’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역사 결의는 주로 시진핑의 역사적 지위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시진핑의 ‘공적’을 부각해 내년 20차 당대회 이후에도 계속 집권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절차인 셈이다.

하지만 관점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프랑스 국제방송 RFI는 “시진핑의 연임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는 해외 중국어 월간지 ‘베이징의 봄(北京之春)’의 후핑(胡平) 편집장의 분석을 전했다.

후핑은 “그(시진핑)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면서 “아랫사람이 음모를 꾸미고 있어도 그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후핑은 최근 공안·정법 계통의 거물급 관료인 쑨리쥔(孫力軍) 전 공안부 부부장, 푸정화(傅政華) 전 사법부장이 숙청되고 또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의 비서가 낙마한 것도 언급했다.

그는 “그(시진핑)는 아직도 당내 숙청을 하고 있는데, 이는 그가 아직 불안해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숙청을 많이 할수록 적을 많이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순조롭게 연임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고 본다”고 했다.

시진핑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 재미 정치학자 왕쥔타오(王軍濤)는 RFI에 이렇게 말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하고 독재를 계속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 이런 체제에서 독재자를 뒤엎는 쿠데타는 모두 돌발 사건이어서 예측할 수 없다. 파악한 부분은 독재자가 사전에 조치를 취해 없앴을 것이다. 또한 사전에는 이런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낮아 보이지만 독재자가 뒤집힌 경우가 역사적으로 많다. 일이 발생한 후에 보면 일어날 확률이 높았다. 독재자가 안전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세 번째 역사 결의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을 부정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당내 반시진핑 세력이 적당한 시기에 덩샤오핑을 앞세워 결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마 이것이 시진핑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숙청하고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