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안정 위해 봉쇄 완화…전문가 “하락 계속될 것”

강우찬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0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2:24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면서 경제 안정에 힘쓰고 있지만 중국 경제의 하락은 구조적 원인에 따른 것으로, 봉쇄 완화로 장기적인 추세를 되돌리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최근 회의에서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기회복을 자극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국무원은 엄격한 봉쇄식 관리를 완화하는 새 방역 조치를 발표했다.

제로 코로나 봉쇄가 길어지면서 중국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역 정책 완화로 일시적 개선은 기대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 경기 하락 추세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올해 중국의 미국 달러화 기준 수출액은 전년 대비 8.7% 감소해 예상치인 3.5%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수입액도 10.6% 줄어 2년 반 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수출과 수입의 동반 하락은 전반적인 경기 하강을 나타낸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제로 코로나 봉쇄로 인한 경제활동 침체와 수요 감소가 꼽힌다. 올해 2분기, 상하이에서 단행된 한 달 이상의 봉쇄로 중국의 공업 생산능력 가동률은 75.1%에 그쳐 2020년 이래 최저치에 머물렀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내년 경제 발전의 중점을 전염병의 예방·통제, 더 나은 경제발전 관리, 경제운영의 전반적인 회복 등으로 제시했다.

국무원은 새 방역지침에서 시설 격리나 지역 PCR 검사, 이동 시 코로나 음성 증빙 제시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빈번한 PCR 검사는 ‘백지시위’를 비롯해 방역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대가 가장 불만을 나타낸 사안이기도 했다.

국무원은 또한 새 지침에서 “바이러스와 공존한다”며 감염자를 제로(0)로 유지하는 제로 코로나에서 탈피, 방역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제로 코로나로 중국 국내 소비수요는 한파를 맞고 있다. 올해 3분기 중국 경제 증가율은 3.9%, 10월 소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0.5% 축소됐다. 노동 시장도 계속 악화하면서 소비자들이 더욱 지출을 줄여 음식점과 서비스업에 타격이 됐다.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중국이 경제 성장을 유지하려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생산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TFP)은 1982~2010년 연평균 1.1% 상승한 반면, 2011~2019년에는 오히려 연평균 0.6% 감소했다.

이는 시진핑 정권 출범 후 효율성이 높은 민간기업에서 경직된 국유기업으로 투자와 고용이 옮겨진 것이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지난 몇 년 사이 정권은 게임·영상·음악을 포함한 인터넷 업계를 전면 규제하고, 호황을 누렸던 교육·학원 업계를 폐쇄해 창업 열기를 꺾었다.

인터넷 업계에서 검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사교육 활성화로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격차가 벌어지자 당국이 또 한 번 개입한 것이다. 이는 시진핑 정권의 공동부유, 사회정의 이념이 가져온 결과이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앤더슨경영대학원 경제학자 위웨이웅은 “중국 경제에는 이미 4가지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 장기적인 경기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구조적 변화의 첫 번째는 ‘국진민퇴(國進民退)’다. 이는 국유기업은 약진하고 민간기업은 후퇴한다는 의미다. 중국 공산당은 고위층 일가의 부정부패로 얼룩진 국영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그동안 경제 발전을 가져온 민간기업을 억압했다.

이에 중국의 많은 민간기업은 동남아시아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아예 본사를 이전했다. 인프라가 다소 빈약하더라도 정부의 개입이 없다는 점에서 다수 기업이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부동산 업계다. 부동산 업계는 과거 중국 경제성장의 주요 원동력이었으나, 현재는 과잉투자와 부실이 누적돼 정상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재와 경계도 중국 경제가 처한 구조적 변수다. 중국 공산당의 야심은 미국을 각성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이끌고 지원해왔으나, 이제는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경계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을 경쟁 상대로 여기고 견제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으로부터 반도체 등 첨단 분야 기술을 얻을 수 없게 되면서 경제 발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마지막은 중국 투자 리스크의 가시화다. 최근 몇 년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많은 대만 기업과 외국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투자 리스크를 목격했다. 여기에 임금 상승이라는 부담이 더해지면서, 많은 산업 분야에서 공급망을 다른 국가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팬데믹 이전에는 주로 저비용 기업들이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했지만 이제 애플도 생산 거점 이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의 생산기지 이전은 제조업 분야를 떠나 중국의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제조업은 생산성이 높은 수출형 산업으로 중국 경제의 광범위한 분야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

* 이 기사는 이루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