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특구’ 선전시 시장 등 고위직 18명 대거 교체…배경은?

류지윤
2021년 05월 1일 오후 3:21 업데이트: 2021년 05월 2일 오전 10:45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시장, 감사원장, 검찰청장 등 고위직 18명이 무더기 교체됐다.

당국은 대규모 인사조치를 단행하고도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아 다양한 추측을 일으켰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설이 유력하다.

홍콩 언론에서는 내년 중국 공산당(중공) 지도부 교체와 관련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4일 선전시 인민대표대회(의회 격) 상무위원회는 제50차 회의를 열고 선전시 시장, 부시장, 감사원장, 중등법원 법원장, 검찰청장 등 청장급(국장급) 이상 관리 18명의 보직 변경 및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10명은 좌천 인사를 당했고 8명은 해임됐다. 해임된 대부분의 관리가 정년을 채우지 못한 데다 주요 요직에 있는 인물들이었다. 이번 인사 조치가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시사했다.

천루구이(陳如桂·59) 시장은 해임됐고, 광둥성 부성장 탄웨이중(覃偉中·50)이 시장대행 부시장으로 임명돼 한동안 시장 역할을 맡는다.

선전시 감사·사법 계통에도 지각 변동이 일었다. 감사위 주임(감사원장 격) 장즈씽(張子興∙55), 중등법원장 완궈잉(萬國營∙55), 검찰청장 (王雁林∙58)이 해임되고 빈 자리에는 다른 인물들이 승진 발탁됐다.

선전시의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서는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 폭로된 선전 지역 불법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자료가 기폭제가 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달 초 중국에서는 한 네티즌이 선전 지역에서 인지도가 있는 부동산 회사 ‘선전주택인테리어(深房理裝修隊)’ 설립자 리쉐펑(李雪峯)의 불법 부동산 투기 관련 자료 102건을 웨이보에 공개했다.

결국 이 폭로의 여파로 선전시 주택건설부, 공안, 은행보험감독위원회 등 7개 부처가 선전 지역 부동산 회사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합동 조사에 나섰다.

선전은 중국 내에서도 주택 가격이 높은 도시의 하나다. 올해 1월 신규가 아닌 아파트 가격은 전월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15.3% 상승해 중국 70개 도시 중 주택가격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선전은 작년 ‘소득 대비 주택가격’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한 도시다. 도시마다 소득 수준 차이가 큰 중국에서 ‘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주택 구입의 어려움을 표시하는 주요 지표다.

실수요자 사이에서 “집 구하기 어렵다”는 불만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언론은 “선전 집값은 영원히 오른다”며 위장결혼 등 편법 대출 수법을 소개하며 다른 지역 투자자들에게 “선전 주택을 사라”는 기사를 내 원성을 샀다.

치솟는 주택 가격에 대한 불만 여론은 중국 공산당 중앙정부로서는 무시하기 힘든 부담이다.

중공은 2016년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것이 아니다(房住不炒·팡주부차오)’라는 슬로건을 발표한 이후 주택금융, 주택 구입자 신용대출 등 주택 관련 규제책을 내놓으며 집값 잡기에 힘쓰고 있다.

중앙정부 정책에 발맞춰 여러 지방정부에서 집값이 안정됐거나 떨어졌다는 보고를 앞다투어 발표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주택 가격 상승율 1위를 기록한 선전은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대규모 인사 조치가 집값 잡기에 실패한 선전시 지도부에 대한 책임 추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공 내부소식에 정통한 홍콩 명보(明報)는 색다른 해석을 내놨다.

신문은 28일자 논평에서 “선전의 비싼 주택 가격은 한두 해에 이뤄진 게 아니다”라며 이번 인사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문책이라는 견해는 비약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중공 20차 당대회가 열리면 시진핑이 연임하든 물러나든 고위 지도부 모두 바뀌게 된다며 “올해부터 각급 지방 당 위원회와 정부도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인사 조치로 퇴임하게 된 천루구이 선전 시장은 중국 경제특구 선전의 리더로, 재임 기간 여러 한국 기업인, 언론인과 만나 친분을 쌓은 바 있다.

그러나 임기를 다 채우기 전에 공식적인 사유 발표 없이 단번에 쫓겨났다. 내년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권력 판도 변세가 극심하다.

이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공 관리들에 줄을 대려는 외국 기업, 관리들에게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