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부양책으로 지급준비율 0.5%p 인하…‘경제체력’ 떨어졌나

차이나뉴스팀
2019년 09월 11일 오후 8:37 업데이트: 2019년 09월 11일 오후 9:07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춘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오는 16일부터 자국 지급준비율의 전면적․선별적 인하를 단행해 장기적으로 약 9000억 위안(약 151조 원) 규모의 돈을 방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지준율을 1%포인트 인하한 데 이은 세 번째 추가 완화 정책이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방출되는 자금은 전면적 인하를 통해 8000억 위안(약 134조 원), 선별적 인하를 통해 1000억 위안(약 16조 7천억 원)이다. 인민은행이 전면적 인하와 선별적 인하의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시행한 것은 2015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에게 받은 예금 가운데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 고객 지급을 준비하는 돈(지급준비금)이 은행예금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은행이 지급할 수 있는 대출 자금이 늘어나면서 시중에 더 많은 돈이 풀리게 된다.

중국 공산당은 이번 조치의 이유에 대해 실물 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사회 융자의 실질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중요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면서 “중국은 미국에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내야 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방출을 중국 정부가 점점 악화하는 경기를 우려하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했다.

 

경제 성장 방식 변화로 경제 위기 돌파하려는 중국 공산당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 정부가 무역 전쟁의 피해로 인한 경제 위기와 외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 성장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와 수출로 경제 성장을 추진하던 것을 줄이고, 은행이 대출을 늘리도록 부추기는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틴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VOA) 기자에게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은 중국의 채무 감소와 경제성장 유지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깨뜨렸다”면서, “무역전의 부정적인 영향은 경제 성장과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빚으로 경제 성장을 추진하려는 유혹을 증가시켰다. 경제성장이 경제와 취업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칠까 두렵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외교 관계 이사회의 국제 경제와 금융 전문가인 브래드 셋처는 “채무 증가를 둔화시키면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며, “수출을 통한 추가 성장으로 이를 만회할 수도 있지만 무역전 때문에 그렇게 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정은 올해 들어 세 번째 지준율 인하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4일 국무부 상무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온건한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적시에 미리 미세한 사전 조율을 행하고, 실질 금리를 낮추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지급준비율의 전면적 인하와 선별적 인하를 적시에 운용함으로써 금융 기관들이 포용적 금융(금융을 잘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금융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에 자금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해, 실물경제 지원에 힘을 더 쏟으라는 것이었다.

앞서 이틀 전 류허 부총리도 “중국은 각종 어려움과 도전을 이겨낼 능력과 자신과 조건을 완전히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 고위관료의 발언 직후 인민은행은 곧바로 지준율 인하를 선언했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즉각 반응을 보인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가 위기에 놓여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의 장융쥔(張永軍) 연구원은 “현재 중국 경제는 하향 압력을 비교적 많이 받고 있으며 미중 무역전이 격화돼 중국의 대외무역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득이 정책 조정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 상품 750억 달러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트럼프는 대중 관세를 전면 인상했다. 총 5500억 달러의 중국 상품에 대해 관세를 5% 인상한 것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9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30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원래 10%로 올렸던 관세를 15%로 또다시 인상했으며, 또 다른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상품에 대해 기존의 25% 부과하던 관세를 10월 1일부로 3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수석 중국경제학자 왕타오(汪濤)는 “미국이 1년 이내에 중국 GDP의 0.4% 이상에 해당하는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무역전이 중국 경제 성장에 미치는 충격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는 올해 4분기와 내년 2분기일 것이고,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은 6%지만 내년에는 5.5%로 둔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경제의 2분기 성장률은 3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제조업 생산도 17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고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내수 판매는 1236만 5000대로 연간 11.8% 감소했다. 17개 상장 자동차 업체 가운데 신 에너지차를 주력으로 하는 곳은 2개에 불과해 9억 위안이 넘는 정부 보조금을 받고서야 순이익이 늘었다.

 

서민 경제는 더 어려워질 듯

그렇다면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낮추고 자금을 방출하면 중국 일반 국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부 경제학자는 중국 공산당이 9000억 위안의 자금을 풀면 대부분 부동산 등으로 다시 흘러 들어가 관계자들의 배를 불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즉, 중국 공산당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더 늘려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당국의 편파적 자금 투입은 제조업을 더 어렵게 만들고, 기업이 도산하면서 실업률도 높아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낮춰 자금을 공급해도 이 돈이 중앙은행 자체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업에 투자되지 않아 이윤을 창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결국 고통을 당하는 것은 서민들이다. 중국 공산당의 다음 행보는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될 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60여 명에 달하는 애널리스트는 무역전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너무 크고, 중국의 경제성장 동력이 부족해 이미 통화 강세를 지탱할 여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위안화의 대달러 환율이 6개월 뒤 7.19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너럴 은행의 주 런던 외환전략가인 키트 저키스는 더 많은 관세 조치는 위안화를 계속 하락시킬 수 있으며, 트럼프도 이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로이터 통신의 최근 조사에서 애널리스트는 1년 뒤 달러당 7.75위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10여 년 전 위안화 가치가 가장 낮았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중국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는 중국이 부담하고 있으며, 중국 경제는 ‘최악의 한 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4일에도 “미국이 반세기에 걸친 중공의 ‘관세 테러리즘’에 시달리고 있다”는 미국의 부동산 사업가 샘 젤의 말을 인용하며 중국 공산당을 비판했다.

무역 전쟁이 18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쿠들로 백악관 경제수석 보좌관은 “양측이 계속 소통하고 있고 협상도 진행되고 있지만 미중 간 무역 충돌 해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 미국 측은 올해 5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기 전 양측이 합의에 매우 근접했던 시점으로 되돌아가 협상을 재개하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시사 평론가 제이슨은 “중국 공산당은 구조적인 개혁을 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미국과의 협상에 시간을 끌면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기다리고 있다. 10월의 협상에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하지 말라”고 평가했다.

제이슨은 또 “미국은 이미 중국 공산당의 꼼수를 간파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플랜이 전면 실행될 가능성이 크고 중국 경제는 더 악화해 동절기를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중공 관료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고, 고통 받는 사람은 영원히 중국 서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