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대 인터넷 기업들, ‘돼지 얼굴인식’ 시스템 만들어 논란

량이
2019년 02월 11일 오후 7:23 업데이트: 2019년 11월 5일 오후 12:34

중국에서 식품 안전 스캔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잇따라 양돈산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돼지 얼굴인식’ 기술이 등장하면서, AI를 통한 양돈산업은 거물급 인터넷 회사들의 인기 사업으로 떠올랐지만, 인터넷에서는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이 사육 중인 돼지는 4억3000마리로 전 세계 돼지 총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양돈산업은 여전히 매우 비효율적이다. 이에 양식업의 현대화 추세에 따라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잇따라 이 업종을 노리고 있다.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양돈 자회사들이 계속해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을 활용하는 징둥(京東)과 아리(阿裏) 기업은 ‘과학기술+양돈’ 산업을 자신들의 사업 영역에 추가했다.

돼지 ‘종신 관리 카드’ 만들어

지난해 3월, 알리바바의 윈치대회(雲棲大會·클라우드 개발자 대회)에서 알리바바 클라우드(阿裏雲·알리윈)는 쓰촨(四川) 터취(特驅) 그룹과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의 AI 양돈’ 기술을 선보였다. 이어서 6월에는 ‘ET 농업 브레인’ 프로그램을 내 놓았다. 이는 농민들이 AI를 이용한 그래픽과 음성 인식 기술로 돼지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돼지마다 품종, 생장 일수, 중량, 먹이 상황, 운동 횟수 등을 포함한 개별 기록 문서를 작성하는 기술이다.

동시에, 이 양돈 방식은 음향학 특징과 적외선 온도 측정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돼지의 체온과 기침, 울음소리 등으로 질병 감염 여부를 판단해 전염병 발생 상황을 미리 경고해 주는 등 모든 방면에서 인공지능으로 통제하는 양돈 시스템을 실현했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2018 징둥 디지털과기 글로벌 익스플로러 대회에서 징둥은 “자(子)브랜드인 징둥눙무(京東農牧)를 만들고 징둥농업연구원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중국 농업대학과 연계해 펑닝(豐寧) 스마트 돼지 사육장 시범기지도 만들었다.

펑닝 스마트 돼지 사육장은 공기, 온도, 습도 등의 변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고, ‘돼지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하면 돼지의 부모, 출생일, 품종 같은 관련 데이터가 모두 표시되며, 돼지마다 중량, 생장 상태와 건강 상황도 알 수 있다.

이 기술은 사육량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어 모든 돼지의 생장 균형을 잡아주고, 돼지들 간의 싸움이나 먹이 경쟁을 없애 소외된 돼지도 제대로 먹이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차오펑(曹鵬) 징둥 디지털과기 부회장은 “‘돼지 얼굴인식’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알고리즘 엔지니어들은 매일 돼지우리에 틀어박혀 암퇘지들을 교배시키고, 수퇘지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고 했다.

징둥눙무는 또한 ‘신농(神農) 대뇌(AI) + 신농 사물인터넷(IoT) 설비 + 신농 시스템(서비스형 소프트웨어, SaaS)’이라는 3대 모듈을 통합한 징둥 스마트 양식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양식 프로세스를 전체적으로 디지털화했다.

지난해 3월, 광저우(廣州)의 한 인터넷 회사인 쉐도우 홀딩스(影子控股)는 최초로 ‘돼지 얼굴인식’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 ‘돼지 얼굴인식’ 프로그램은 돼지의 귀, 눈, 코 등의 다양한 특징을 통해 돼지 집단 안의 개체별 신원을 식별하고, 돼지마다 ‘종신(終身) 관리카드’를 만들어 준다.

허징샹(何京翔) 광저우 쉐도우 기술공사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돼지 출처를 추적해서 식품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네티즌 “돼지 권익 보호한다고? 웃기는 소리!”

거대 과학기술 회사들이 전도유망하다고 보고 있는 ‘스마트 양돈산업’은 ‘돼지 얼굴인식’이 관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이 기술이 여전히 많은 난제에 직면해 있다고 인정했는데, 우선 사람은 얌전히 카메라 앞에서 사진을 찍지만 돼지는 그럴 수 없다. 또한, 사람들은 생김새가 매우 다른 반면, 돼지는 다태생 동물로 생김새가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돼지들은 생활 습성상 얼굴이 지저분해 식별이 쉽지 않다.

최근 전 국민을 감시하는 ‘안면인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돼지 얼굴인식’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돼지들은 사육사가 관리하기 쉽다는 점만 빼면,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 안면인식’과 ‘돼지 얼굴인식’은 같다. 너무 무섭다!”고 했다.

또한 많은 네티즌이 “돼지 귀에 QR 코드를 찍는 것이 더 편하지 않나?” “직접 라벨을 붙이는 것이 간단하고 경제적이지 않을까?” “어째서 굳이 돼지 얼굴을 식별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얼굴에 코드가 찍혀 있으면 신경이 쓰이겠지만, 돼지는 그렇지 않으니 돼지 얼굴에 QR코드를 찍은 다음 그걸로 식별하면 끝이지 않나?”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돼지 얼굴인식’이 ‘패왕돼지가 나오는 것을 막아 약한 돼지의 권익을 확보해 준다’는 말도 들려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또 “웃겨 죽겠다.” “어이가 없다.” “정말 아이러니다.” “사회를 반영하는 것은 역시 풍자다!” “보아하니 앞으로 돼지들의 생활도 좋지는 않겠구나!”라며 비아냥거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 당에 도입하면 좋겠다!”고 했다.

돼지들의 출처를 추적해 식품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농업 분석가 마원펑(馬文峰)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돼지의 신분과 기록 변화만을 식별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돼지의 질병 감염 여부를 식별해 이를 적시에 처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마원펑은 또한 “돼지의 걸음걸이 또는 동공의 변화, 그리고 돼지의 얼굴, 입, 색깔의 변화가 모두 건강상태를 반영한다. 따라서 이 모든 데이터를 활용해야 식품 안전을 꾀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마원펑은 중국의 식품 안전 문제는 근본적으로 기술 문제가 아닌 심한 빈부 격차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자와 특권계층은 고급 식품을 즐길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싼 음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상인들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각종 첨가제를 넣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득분배의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식품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