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해외 경찰서’ 설치된 아일랜드·스페인, 관련 조직·안건 조사

정향매
2022년 10월 13일 오전 9:22 업데이트: 2022년 12월 29일 오후 3:56

중국 공안이 해외 30개국에 54개의 ‘해외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아일랜드와 스페인 당국이 자국 내에 있는 중국 공안의 ‘해외 경찰서’를 조사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中, 30개 국서 ‘해외 경찰서’ 54곳 운영” 인권단체 보고서 

스페인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 9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 공안부가 해외 30개국에 ‘해외 경찰·교포 서비스센터(海外警僑服務站·이하 ‘해외 경찰서)’를 총 54개 두고 있다고 밝혔다(보고서). 

중국 당국은 해외경찰서를 두고 현지에 거주 중인 중국인을 위한 영사 서비스센터로 설명하고 있지만,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 공안이 초국가적인 불법 치안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확인된 중국 공안의 해외경찰서는 스페인에 9곳, 이탈리아에 4곳, 영국·캐나다·프랑스·포르투갈에 각 3곳, 헝가리·덴마크에 각 2곳, 미국·아일랜드에 각 1곳이 있다. 남미의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에도 설치돼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본에도 1곳이 운영되고 있다. 

유럽 아일랜드와 스페인 당국은 최근 중국 공안이 자국에 설치한 ‘해외 경찰서’를 조사하고 나섰다. 

아일랜드 매체 “中공안, 수도  더블린에 전초기지 설치”

아일랜드 매체 ‘아이리쉬 타임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 정부가 수도 더블린에 있는 중국 ‘해외 경찰서’ 관련 이슈의 해결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 공안국은 올해 초 더블린의 한 건물에 ‘해외 경찰서’를 설치했다. 이 건물에는 중국 정부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조직들도 입주해 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있는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 공안국의 ‘해외 경찰서’ 간판(하) | 트위터

앞서 아일랜드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 ‘해외 경찰서’가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운전면허 갱신 등 행정업무를 돕는 곳이라며 중국은 현지에서 치안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보고서를 공개하자 매체는 지난 9월 25일 “중국 공안이 더블린 거리에 전초 기지를 뒀다. 인권 운동가들은 중국 ‘해외 경찰서’의 전 세계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며칠 뒤 더블린의 ‘해외 경찰서’의 간판은 건물 입구에서 사라졌다. 조직을 여전히 운영 중인지는 파악이 안 됐다. 매체는 “중국 대사관과 센터(해외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 의회는 대정부 질의를 통해 중국 ‘해외 경찰서’는 대체 뭘 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이에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외무부가 중국대사관 측과 해당 조직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부 직원들은 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법·국제법을 참고해 다른 정부 부처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中, ‘해외 경찰서’ 통해 해외 중국인들에게 귀국해 재판 받으라 종용”

한편 스페인 일간지 ‘엘 꼬레오’는 지난 9일 “중국 공안당국은 ‘해외 경찰서’를 통해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에게 중국으로 귀국해 재판을 받으라고 ‘설득’한다”고 전했다. 

한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신문에 “(스페인·중국) 양국의 범죄자 인도 조건이 매우 복잡하고 번거로워 스페인 측은 범죄자를 중국에 보내기 싫어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범죄자를 압박해 (스스로) 중국에 들어가 심판받게 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법률에 따르면 이는 합법”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스페인에 있는 중국 ‘해외 경찰서’ 9개 가운데 최소 2개는 중국 공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점은 인권단체의 보고서 내용과 들어맞는다. 

매체에 따르면 이 조직들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동유럽 국가인 세르비아에서도 불법 치안작전을 벌이고 있다. 스페인 당국은 현재 관련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 

英·캐나다 매체 “中해외 경찰서, 중식당·부동산 중개업체로 위장 운영”

한편 어떤 국가에서는 중국 공안이 ‘해외 경찰서’를 부동산 중개업소, 중국 음식점 등으로 위장해 은밀하게 운영해온 정황도 드러났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안이 영국 런던에 설치한 ‘해외 경찰서’는 각각 부동산 중개업소와 식료품 배송 업체 내에 숨어 있었다. 스코틀랜드 남서부의 항구 도시 글래스고의 중국 ‘해외 경찰서’는 한 중식당 안에 있었다. 

캐다나 신문 ‘글로블앤메일’이 캐나다에 있는 중국 ‘해외 경찰서’ 3 곳을 조사한 결과, 각각 개인 주택, 소규모 중국계 기업과 음식점이 많이 들어선 쇼핑몰, 상업 단지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