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최대 원자재 업체, 21억 달러 디폴트…금융시장 위기감

크리스 스트리트
2019년 12월 10일 오후 1:12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8

중국 톈진의 국유기업 톈진물산집단(TEWOO·테우그룹)이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로 위기에 빠졌다.

소규모 은행 예금인출 사태(Bank run·뱅크런)와 시중은행 5곳 파산에 이은 대형 기업의 채무불이행 사태는 중국 금융시장의 위기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테우그룹이 660억 달러의 수입과 38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했음에도 상환 만기일인 12월 17일 이전에 3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막지 못하면 부도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최대 64%의 손실을 감수하고 원금을 탕감해 주지 않는다면 테우그룹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시장에서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게 된다.

테우그룹이 부채 재구조화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피하고자 채권을 매매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국영기업 채권 보유자들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채권을 매도한다면 중국 금융시장은 일시에 붕괴할 수도 있다.

테우그룹은 중국 최대 원자재 거래 국영기업으로 톈진시가 100% 소유하고 있다. 2위 기업과 규모 차가 5배로 인프라건설, 물류, 광산, 자동차 부품 등 무역 분야 외에 부동산과 금융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국제적 규모 사업기반에 힘입어 테우그룹은 21억 달러의 달러채를 팔 수 있었으나 이자 상환을 보증할 수 없게 됐다.

포춘 웹사이트에 따르면, 2018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서열의 132위다. 직원은 1만7000명 이상으로 순이익 1억2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독일·일본·싱가포르에까지 영업망을 뻗어두고 있다.

테우그룹의 부도 위기 조짐은 지난 4월 자회사의 부채 상환을 연장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며 막대한 양의 구리를 덤핑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같은 달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테우그룹 외채 등급을 이전등급보다 6단계 낮은 정크등급인 ‘B-’로 떨어뜨리고 신용등급 역시 ‘CCC+’로 낮췄다.

또한 피치는 6월 테우그룹의 자회사가 은행결제를 불이행하고 계열사의 2억3490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게 되자 그룹에 신용등급을 철회했다. 그 여파로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 강화 조치가 이어지면서 톈진의 많은 다른 기업에 유동성 위기가 닥치고 있다.

지난달 26일 블룸버그 통신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테우 그룹은 같은 달 19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5억 달러 규모의 달러채에 대해 이자를 갚을 수 없다고 밝혔고, 중국 국영은행인 공상은행이 대신 787만5000달러(약 93억 원)의 이자를 대신 이체했다.

공상은행은 테우그룹에 가장 많은 대출을 해준 은행으로 채권발행업체가 상환 불능에 빠졌을 때 상환을 보증해주는 신용보증장도 제공했다. 그러나 테우그룹의 나머지 채권 16억 달러는 아무런 보호 조치가 없다.

지난달 톈진시에서 지분 100%를 소유한 투자사 CIM이 테우그룹의 해외부채 관리자로 지명됐으나, CIM이 테우그룹의 지분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채권단은 충격을 받았다. 중국 정부가 국영기업 도산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테우그룹은 여전히 자사주 지분이 3조6667억 달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테우그룹의 실제 재무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IM은 테우 그룹의 달러채 지급을 못 한다고 인정했고, 상환 만기 일인 이달 16일이 지나면 20년 만에 달러화 표시 해외 채권시장에서 부도를 내는 최초의 국유기업이 될 것이다.

CIM은 테우그룹 채권 보유자들의 유일한 대책이 ‘헤어컷(HairCut·원금탕감)’이라며, 빚을 탕감해 주고 낮은 이자율로 채권을 교환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CIM은 늦어도 이달 10일까지 테우 채권 보유자들에게 ‘헤어컷’을 수락하도록 할 계획이다.

중국은 미중 무역 분쟁과 베트남·멕시코 등 값싼 노동시장에 투자하는 외국기업들이 늘면서 심각한 경기 침체 난을 겪고 있고, 임금 지불 상태도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한 곤경에 처한 국유기업을 구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중국의 재정난은 톈진 성 보하이만 특별 경제 개발구에서 시작됐다. 톈진 빈하이 신도시 건설투자그룹이 7월부터 3년 만기 달러채 매각 계획을 연기하면서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한 신규 자금 조달이 끊기고 있다. 원금과 이자를 지불하지 못하는 기업의 악성 부채를 지닌 금융회사들이 모두 부도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주 초 사상 최대 규모의 달러채 매각을 통해 60억 달러를 모금했으며, 이번 달에 20개 이상의 중국 부동산 회사가 50억 달러 이상의 달러채를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중국전자업체 동욱광전(Tunghsu)은 최근 2억6600만 달러의 채무를 갚지 못하며 한 달 사이 세 번의 디폴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