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환상을 버려야 한다” 왕윤종 교수, 신설 대통령 경제안보비서관 내정

보고서, 강연에서 "안미경중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

최창근
2022년 05월 3일 오후 2:59 업데이트: 2022년 05월 3일 오후 5:34

지난 5월 1일,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차기 정부 대통령실 주요 보직자 인선을 발표했다.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비서관 체제로 운영될 대통령 보좌 조직 중 국가안보 부문은 국가안보실(장관급)과 제1·2차장(차관급)을 두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1차장 산하에 △안보전략비서관 △외교비서관 △통일비서관 △경제안보비서관을 두고 2차장 산하에 △국방비서관 △사이버안보비서관 △위기관리센터장을 설치한다.

그중 눈길을 끄는 인물은 ‘신설’ 경제안보비서관으로 내정된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이다. 왕윤종 교수는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 패러다임을 탈피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제가 곧 안보고, 안보가 곧 경제이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지론과 일맥상통한다. ‘작고 슬림한 정부’ 기조하에 대통령실 조직 축소 개편을 단행한 윤석열 당선인 측이 이례적으로 경제안보비서관 직을 신설한 것에도 경제안보를 강조한 의중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신임 경제안보비서관으로 내정된 왕윤종 교수는 2019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연구보고서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책과 비전’에서 “중국이 알아서 잘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일 뿐이다.” “중국은 한·중 관계를 미·중 관계의 하부구조로 인식한다.” “차이나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헤징(hedging)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5년 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겨냥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통렬한 경험이라고 규정하며 오늘날 한국은 미·중 간 신냉전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한·중 관계의 새로운 좌표를 분명히 설정해야 할 엄중한 시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목표로 하는 중국과 북한의 주장을 수용한다는 것은 한·미 동맹관계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며 중국이 종전협정에 이어 평화협정의 체결 과정에 참여해 미군 철수를 고집한다면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9년 전국경제인연합회(FKI) 주최 ‘한·중 패권전쟁과 대응전략 세미나’에서도 왕윤종 교수는 대중국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사드 사태를 전후로 롯데 등이 중국에서 철수한 것을 언급하며 “현재 삼성전자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D램 공장이 볼모로 잡혀있다. 우리 기업들이 하루빨리 중국에 가진 환상을 완전히 깨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을 맡고 있는 왕윤종 교수는 인수위원회 유일한 중국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다 2004년 SK그룹에 영입되어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 SK차이나 수석부총재를 역임하며 ‘최태원 회장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리기도 했다. 경제학 전공자이지만 중국 연구에도 천착하여 2019년 제21대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왕윤종 신임 경제안보비서관이 논문이나 강연에서 경제안보와 관련해 대중 관계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것을 종합할 때 인선이 윤석열 정부의 대중정책 예고판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5월 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경제 안보에 방점이 찍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차기 정부 국정과제에 따르면 외교에서 ‘가치’를 강조하며  중국과 갈등의 소지가 있지만 전략적 소통을 통해 그 여파를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일본과는 ‘가치’, 중국·러시아와는 ‘이익’에 방점이 찍힌 외교를 펼 것으로 보인다. 이 속에서 ‘안미경중’ 패러다임 탈피를 주장해 온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의 추후 역할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