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자르시는 거 맞으시죠?”
누가 봐도 애써 기른 긴 머리를 싹둑 자르겠다는 남성의 말에 미용사는 재차 물었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자랑 좀 하겠다는 한 이용자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우선 머리카락을 기부하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본인을 40대 중반의 평범한 직장인이자 두 아이를 둔 한 집안의 가장이라고 소개했다.
기부는 5만 원 정도의 정기 후원이 전부였다고.

그러다 3~4년 전에 우연히 아동암센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두 아이를 둔 아빠로서 소아암 환자들의 아픔이 더 크게 다가왔고, 가발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지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머리카락 기부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머리를 기르자니 어려움이 많았다.
주변 사람들은 “왜 기르냐?” “네가 자연인이냐?” “도 닦냐?” 등 온갖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때마다 그는 “내 꿈이 장발로 무대 위에서 기타를 치는 거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어넘겼다.
머리카락을 관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만 삼십 분이 걸렸다. 밥을 먹을 땐 머리카락이 입으로 같이 들어왔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머리카락에 따귀를 맞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모질게 3년 이상을 견뎠다.
머리카락이 드디어 30cm를 넘겼다. 기부가 가능한 머리카락 길이는 25cm 이상이다.
기부를 할 수 있게 된 그는 최근 신경 써서 머리를 감고서 미용실을 찾았다.
긴 머리를 자르겠다는 그에게 미용사는 머뭇거리며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진을 한 짱 찍고서 주저함 없이 말했다.
“기부 예정입니다. 최대한 머리카락 길게 살려서 컷해주세요.”
미용실을 나온 그는 자른 머리카락을 지퍼백에 담아 보냈다고 알렸다.

이어 “부디 보잘것없는 제 머리칼이 암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여러 방향으로 선한 영향력이 있는 기부가 이어지길 바라며 자랑하려고 글을 쓴다”고 적었다.
해당 글을 확인한 이들은 “실천하는 삶 대단하다” “3년 기르는 동안 얼마나 말들이 많았을까요” “멋지다. 회사 다니면서 하기 힘드실 텐데” “이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도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라며 그의 실천력과 선한 마음에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