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지구가 끓는다?…“터무니없는 거짓말, 기후위기는 없다”

이윤정
2023년 10월 3일 오후 4:20 업데이트: 2023년 10월 3일 오후 11:49

올 7월 기온, 과거 20년 평균보다 1°C 높아
출신 물리학자구테흐스 발언은 잘못된 선전

지난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온난화를 넘어 지구가 ‘끓는’ 시대가 왔다”고 경고한 것을 두고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 명예교수는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이 말은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반박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근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가 “7월 중순까지의 온도가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역대 가장 더운 7월이 될 것”이라는 관측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후변화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지만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올 7월 세계 인구 수백만 명에 영향을 미친 극심한 날씨는 안타깝게도 기후변화의 냉혹한 현실”이라고 맞장구치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해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발언은 과학적인 자료 분석에 의해 거짓말임이 드러났다”며 “만약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정말 지구는 기후 종말로 갈 뻔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한 근거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출신 물리학자 존 카르(John Carr) 박사의 분석이 담긴 메일을 공개했다.

‘2023년 7월 지구가 끓고 있다는 공포(July 2023 Global Boiling Panic)’ 제하의 메일 | 박석순 교수 제공

카르 박사는 메일에서 “올여름 수많은 언론이 기후 분석 웹사이트의 <그림 1>과 같은 도표를 사용해 ‘과도한 기온 상승’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고 했다.

<그림 1> 기후 분석 웹사이트의 지구 평균 표면 온도(GMST) 표시. 1979~2023년 연도별, 일별 기온을 나타낸 그래프에서 실선은 2023년, 주황색 곡선은 2022년, 검은색 점선은 1979~2000년 평균 기온 및 2 시그마 범위다. | 존 카르 박사 제공

카르 박사는 <그림 1>에 대해 “이 그래프는 2023년 7월 4일의 기온이 17.2°C로, 1979~2000년 평균 기온보다 1°C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극히 희박한 확률인 350만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간에게 위험이 임박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림에서 실선은 2023년, 주황색 곡선은 2022년, 검은색 점선은 1979~2000년 평균 기온 및 2 시그마(표준편차) 범위를 나타낸다. 카르 박사는 “이러한 유형의 해석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점은 현재 10년에 약 0.2°씩 증가하는 장기적인 GMST 증가 추세를 무시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르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7월과 8월에 관측된 기온은 지난 1998, 2015년에 관측된 기온보다 추이에서 적게 벗어났다.

아래 그림은 1979년부터 2023년까지 매월 지구 기온(지상 2m 기준) 상승 추이에서 벗어난 잔차(Residual·평균에서 벗어난 정도)를 표현한 그래프다. 그림에서 보듯이 2023년 7월은 0.35°C, 8월은 0.39°C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값은 슈퍼 엘니뇨가 왔던 1998년 1월의 0.50°C와 2015년 12월의 0.45°C보다 크지 않다. 이 자료는 “지구온난화가 끝나고 끓는 시대가 왔다”는 유엔 사무총장의 선언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임을 드러낸 증거로 제시됐다.

1979~2023년까지 매월 지구 기온(지상 2m 기준) 상승 추이에서 벗어난 잔차(Residual)를 표시한 그래프 | 존 카르 박사 제공
남태평양 기온 잔차(위), 북대서양 기온 잔차(아래) | 존 카르 박사 제공

카르 박사는 올여름 기온변동의 주요인은 태평양의 엘니뇨 남방진동(ENSO)과 북대서양 진동(NAO)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두 가지 해양 진동 현상이 우연히 일치하면서 2023년 7월 기온 상승의 폭이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카르 박사는 “ENSO와 NAO로 인해 몇 년마다 기온이 최고조에 달하지만, 주기는 불규칙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지구 온난화의 시대는 끝났고, 지구가 끓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연설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카르 박사는 “전 지구적 책임이 크고 (기후에 관해) 더 정확히 알아야 하는 유엔 사무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잘못된 선전”이라고 꼬집었다.

박석순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통화에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기후평가 보고서는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는 영원히 회복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며 “하지만 매년 인구 증가와 함께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중국·인도 등에선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80억 명 인구 중 90% 이상은 탄소중립이 뭔지도 모르고 있다”면서 “기후 변화는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와 전혀 무관하며 기후 위기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