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100만 시위 강제해산 빌미된 폭력사태 주동자…경찰에 ‘같은 편’ 외쳤다”

한동훈
2020년 1월 6일 업데이트: 2020년 1월 6일

새해 첫날 홍콩 시민 100만명 집회 강제해산의 빌미가 된 ‘폭력 사태’가 사복 경찰의 소행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콩 명보와 빈과일보 등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집회 도중 발생한 시위대의 중국인수(人壽)보험 건물 파손사건이 사실은 홍콩 경찰이 저지른 일로 보인다는 목격자 발언을 2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일 홍콩 완차이 지역에서 복면 차림 남성 2명이 중국인수보험 건물 1층 로비 유리창과 커피숍 기물 등을 파손했다. 이에 시위대가 ‘사복 경찰이냐’며 추궁하자 복면을 쓴 2명은 당황하더니 곧장 달아났다는 것이다.

달아나던 이들은 완차이 유흥가인 록하트 로드 쪽으로 도주하다 현장을 봉쇄하고 있던 경찰들과 마주쳤는데, 제지를 받지 않고 무사통과했다.

목격자들은 “도망가던 이들이 경찰을 향해 ‘같은 편(自己人)’이라고 외쳤다”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경찰의 불공평한 법 집행에 항의했다”고 했다.

집회를 주최한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도 이 사건을 전하며 폭력을 막아야 할 경찰이 오히려 방관했다고 항의했다.

홍콩 HSBC 건물 앞 사자상이 불타고 있다. 2020.1.1 | PHILIP FONG/AFP via Getty Images

홍콩 방송 CBC 역시 비슷한 소식을 전했다. 1일 오후 4시께 헤네시 로드 인근에서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상점을 파손하려다가 주변에 있던 시위대에게 ‘동지들이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이들은 ‘흑경(黑警·나쁜 경찰)이냐’는 추궁을 받자 곧장 주변에 있던 경찰 쪽으로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 매고 있던 가방 내용물이 밖으로 흘러나왔는데, 성분을 알 수 없는 회색 액체가 든 병 2개였다. 화염병의 일종인 ‘유지폭탄’(汽油彈)으로 추정됐다.

SNS에는 이들이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 계엄군에서 파견된 사복 공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폭력 사태는 경찰이 집회를 해산하게 하는 빌미가 됐다. 당초 홍콩 경찰이 지난 12월 이번 집회를 허가하면서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 즉각 중단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집회를 주최한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마지막까지 평화롭게 행진하자”며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해왔다. 집회 당일에는 질서유지요원 400여 명을 배치하며 질서유지에 힘썼다.

집회는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빅토리아 공원에서 센트럴(中環)까지 거리를 행진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시위대는 예정대로 3시에 빅토리아 공원을 출발했고, 행진은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4시께 중국인수보험 건물 파손, HSBC 현금자동인출기(ATM) 방화 사건 등을 계기로 경찰이 최루탄 등을 동원한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시위는 과격해졌다.

이후 경찰은 민간인권전선 측에 “HSBC 은행 지점을 파손한 사람이 있다”라며 30~40분 이내에 집회 중단을 요청하고 불응 시 형사처벌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후 5시 35분 긴급 공지를 발표해 경찰이 6시 15분까지 해산하라고 통보했다고 알렸다.

또한 오후 7시 46께 성명을 발표해 집회를 중단시킨 경찰의 방침에 대해 “‘반대하지 않겠다는 서한(Letter of No Objection)’을 경찰 스스로 위반한 것”이라고 항의하고 “경찰이 거짓말로 시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 시민은 경찰의 강제 해산 이후 흩어졌으나 일부는 밤늦게까지 남아 시위를 벌였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시민 약 400명이 체포됐다.

한편, 홍콩에서는 송환법 반대 시위 시작 이후 경찰이 시위대로 위장해 폭력 사태를 일으킨 경우가 여러 차례 적발돼, 경찰이 시위 과격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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