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의원 선거…범민주파 vs친중파 치열한 접전 예고

Li Xin
2019년 11월 23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24일

(홍콩=에포크타임스) 리씬 기자 = 홍콩에서 구의회 선거가 24일 치러진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지 6개월 만에 실시하는 첫 선거다.

이번 선거는 캐리 람 정부에 대한 민심을 가늠하는 객관적 지표가 되는 동시에 시위의 영향으로 친중파를 누르고 범민주 진영이 우세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홍콩 시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구의회 선거는 왜 중요한가

오늘 구의회 선거에서는 홍콩 유권자 413만 명이 18개 선거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한다. 홍콩은 현재 18개 구로 나뉘어 있으며 구마다 구의회가 있다.

사실 홍콩 구의원은 지역 생활 현안을 다루는 만큼 정치적 실권은 제한돼있다. 구의회는 단지 하나의 지역 자문 조직일 뿐, 어떠한 법정 권력 및 독립재정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구의원 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는 홍콩 구의원은 우리나라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회 의원을 겸직할 수 있고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 선거인단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1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선거인단 1200명 중 117명을 구의회 다수당이 선정하기 때문에 구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진영이 이를 차지할 수 있다.

현재 친중파 진영이 절대적인 의석을 차지하며 18개 구의회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이 117명 행정장관 선거인단도 친중파 진영이 모두 차지했고 범민주 진영은 현재 전체 452명 구의원 중 120명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압승을 거두면, 차기 행정장관 선거 1년 전인 2021년에 선출될 전체 선거인단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구의회 선거가 홍콩 정치에서 중요한 이유다.

‘친중파 vs 범민주파’ 격돌 예고

올해 선거는 홍콩 주권 이양 이후 가장 치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송환법 개정에 따른 정치적 파장으로 많은 홍콩 시민들이 홍콩의 통치 체제가 친중 성향의 건제파(建制派)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는 것이다.

이번 구의회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무투표 당선되는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1982년 시작된 구의회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선거구에서 두 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해 경선이 이뤄진다. 이들 중 많은 후보는 지역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데이터에 의하면 무투표 당선된 구 의원들은 홍콩 입법회 친중파 정당인 민건련(民建聯) 등 거의 다 친중 성향의 건제파 정당들이다. 건제파는 현재 327석으로 구의회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홍콩 선거는 18세 이상의 시민이 유권자로 등록해야만 투표 자격이 주어진다. 이번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 명으로 지난 2015년 선거 당시 369만 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번에 신규 등록한 유권자는 대부분 젊은 층이며 이 중 18~20세 유권자가 약 5만 8000명이 증가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홍콩 이공대 충킴와(鍾劍華) 사회정책연구센터 소장은 최근 젊은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중문 BBC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에서 지난 수년간 범민주파 입법회 의원들이 실격되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해 많은 사람이 선거제도를 더는 신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 사태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만약 선거마저 잃게 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는 송환법 반대 사건이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포기해 건제파가 제멋대로 체제를 독점하게 한다면 큰 손해라는 것을 깨닫게 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구의원 선거가 홍콩 시위 분수령

홍콩에서는 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많은 건제파 입법회 의원들과 구의원 사무실이 시위자들에 의해 파괴됐고, 일부 구의회 후보들도 습격당해 부상을 당했다. 건제파 후보 주니어스 호(何君堯)는 선거 운동 중에 흉기 공격을 당했고 범민주파 지미 샴(岑子杰)은 쇠망치 테러를 당해 중상을 입었다.

홍콩 명보(明報)가 10월에 홍콩 중문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홍콩 경찰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응답은 9.3%에 불과했다. 충킴와 소장은 이는 시민들이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범민주파에 더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여론조사에서 시위자들의 지나친 무력 사용에 동의하는 응답자들은 지난 9월에 비해 약간 상승한 반면, 경찰의 지나친 무력 사용에 동의하는 응답자들은 약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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