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최루탄·주머니탄 쏘는 경찰 강경진압에 ‘물처럼’ 지혜롭게 대응

Zhang Ting
2019년 8월 16일 업데이트: 2019년 8월 16일

범죄인 중국 인도법(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민주화 운동으로 변모하고 있다.

홍콩정부의 고압적인 자세와 과잉진압에 사회주의 중국정권의 위협이 더해지면서 홍콩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이 사회체제 자체로 번져간 까닭이다.

시위 발생 초기 소극적이었던 홍콩경찰의 진압 강도가 나날이 높아짐에 따라,  시위대의 대응도 발전하고 있다.

최루탄·콩주머니탄(Beanbag rounds)에 안면인식 기술까지 앞세운 경찰의 진압에, 홍콩시민은 중국의 고대 병법을 참고한 듯 유연한 대처로 맞서고 있다. ‘홍콩 병법’ 8가지를 소개했다.

 

1. 최루탄 대처법

시위대에는 최루탄 전담팀이 있다. 이들은 원뿔형 표지판(고깔)을 들고 다니다 최루탄이 날아오면 재빨리 달려가 고깔로 최루탄을 덮는다. 이어 팀원 한 명이 고깔 구멍으로 물을 부어 최루가스를 무력화하면 다른 팀원이 집게로 최루탄을 집어 큰 생수통에 수거한다.

고깔이 없으면 젖은 수건으로 최루탄을 덮거나 방열 장갑을 착용한 사람이 최루탄을 집어 사람들이 없는 쪽으로 던진다.

 

2. 물처럼(Be Water) 전략

‘물처럼(Be water)’는 세계적인 액션스타 이소룡이 1970년대 미국 ABC방송 드라마  ‘롱스트리트(Long street)’에 출연했을 때 한 말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2014년 우산혁명 당시 ‘센트럴 점거’ 시위 실패로 인해 축적된 경험에 따른 지혜이기도 하다. 특정 장소 점령을 고집하는 대신 기회를 틈타 활동한 후 곧 흩어지는 산발적 시위형태를 나타낸다.

중국 공산당의 상징인 중앙인민정부 주홍콩연락판공실, 쇼핑 번화가인 코즈웨이, 신도시 정관오, 관광명소가 된 관탕과 웡타이신 등지에서 시위 후 다시 해쳐모이는 방식으로 경찰의 진압을 무력화한다. 지난달 1일 시위대는 홍콩 입법원을 점거했다가 경찰 진입 직전 썰물 빠지듯 물러났다.

입법원 앞에 모인 홍콩 시위대. 2019.7.1. | VIVEK PRAKASH/AFP/Getty Images

우산혁명 당시 홍콩학생연합 부회장 천아오후이(岑敖晖)는 ‘물처럼’ 전략에 대해 “들어갈 때는 마치 홍수처럼 물밀듯이 들어가고 나올 때는 썰물처럼 물러난다”고 설명했다.

홍콩의 작가 겸 변호사 뉴 스테이츠먼은 비워터에 대해 아주 기민하고 민첩한 전략으로 평가했다. 멈춰있거나 특정 지역을 사수하는 대신 집회를 퍼레이드로 바꾸기도 하고 퍼레이드 방향도 상황에 맞춰 수시로 바꾼다. 마치 그릇에 따라 형태를 바꾸는 물처럼.

 

3. 수신호

특정 지도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위대는 광범위하게 협력하고 있다. 시위 현장에 필요한 물품과 설비의 신속한 전달을 위해 그들만의 독특한 수신호 체계를 만들었다.

시위 현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물품 보관소를 만들어 두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물품을 수신호로 요청한다. 시위대는 해당 물품을 릴레이식으로 현장까지 조달한다.

위험지역에서 안전모, 마스크 등이 없는 사람에게는 즉각 안전장구가 지급된다. 이런 릴레이는 최대 1km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 지도자와 조직이 없는 시위대

2014년 우산혁명과 달리 송환법 반대 시위의 특징은 지도자나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뚜렷한 지도부가 없어 홍콩 정부도 처벌하기 쉽지 않다.

2014년 우산혁명 당시 지도부에 속했던 조수아 웡은 최근 석방됐지만, 베니타이(戴耀廷)나 찬킨만(陈健民) 등 다른 지도부는 아직도 감금 상태다.

BBC와 인터뷰한 21세 청년 저우는 “홍콩을 사랑하고, 홍콩이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미력해도 내가 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참석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정 지도자나 조직이 없어도 협력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저우. 그는 다른 시위자들처럼 인터넷 토론방인 LIHKG이나 텔레그램을 이용한다고 했다.

이런 플랫폼을 통해 서로 소식을 주고받고 시위 전략을 토론하며, 이 과정에서 가장 호응이 많은 제안에 따라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선다.

일부 전문가는 지도자도 없고 조직도 없는 ‘오픈 소스’ 시위라고 불렀다. 자원자가 확성기나 무전기로 협조해도 그들이 지도자는 아니다. 시위 참가자들 역시 지도자가 없는 이런 방식의 시위가 오히려 개개인의 활동을 고무한다고 본다.

 

5. 압사 사고 방지

대규모 시위 현장에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바로 압사 사고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거나, 시위대가 경찰의 행동에 신속히 대응할 때 압사 위험이 높다.

시위대는 후퇴할 때 일제히 “하나둘” 큰소리로 외치며 질서 있게 후퇴한다. 압사 위험을 예방하려는 것이다.

 

6. 통신망을 피한 정보 교유 및 전달 ‘에어드롭’

홍콩 시위대는 아이폰 등 애플기기의 무선공유기능인 에어드롭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한다.

수만 명이 밀집된 곳에서 동시에 핸드폰을 사용하면 통신망이 불안해질 수 있다. 하지만 에어드롭은 통신망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 대 사용자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 관련 보도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정보는 모두 삭제된다. 심지어 시위 관련 노래마저 삭제한다.

당국의 검열로 홍콩 정보를 접해보지 않은 중국 관광객은 홍콩 시위에 당황하고 놀라기도 한다. 홍콩 시민들은 에어드롭을 이용해 직접 관련 정보를 그들의 핸드폰에 전송한다.

중국 관광객들에게도 홍콩 시위의 이유를 알림과 동시에 중공의 인터넷 방화벽을 타파하고 있다. 더욱 많은 중국 사람들이 정보를 더 잘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홍콩인들은 또 따로 간체자로 된 정보를 전달한다.

7. 당국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대책

시위대는 홍콩정부와 중국정권의 사진 및 영상 채증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장비를 동원한다.

감시카메라 ‘안면인식’에 레이저포인터로 대응

지난 7월 21일 시위대 중 일부는 감시카메라 렌즈에 페인트를 뿌리거나 레이저 포인터를 쏘아 감시 장치의 안면인식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 국제레이저디스플레이 협회에 따르면, 레이저 포인터 등으로 감시카메라에 빛을 쏘면 기기 센서에 손상을 줄 수 있다.

통신보안을 위해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 사용

텔레그램은 개인 메시지를 전달할 때 암호를 설정하거나 익명으로 통신할 수 있다.

또는 자신이 아는 특정 사람들에게만 민감한 자료를 전달할 수도 있다. 홍콩 시위대는 이런 텔레그램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한다.

홍콩중문대학 신문방송학과 교수 록만추이는 “홍콩 시위에서 통신과 선전도구로 텔레그램이 주로 사용된다”면서, “토론방 조직에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으로 동시에 수천수만 명이 참여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텔레그램 운영사에 따르면 지난 6월 12일 국가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대대적인 인터넷 공격을 당했다. 공격자의 IP주소가 중국으로 드러나자 홍콩 언론들은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위를 겨냥해 인터넷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선불카드 전화사용, 휴대폰 위치 설정 삭제

록만추이 교수는 “각종 데이터와 시위자들이 남긴 흔적을 이용해 나중에 보복한다는 것을 알기에 선불 전화 카드를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23세라고 밝힌 한 시위자는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 기자에게 “핸드폰 위치 설정 기능을 잠그고 시위 관련 정보는 즉시 삭제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안면인식이나 지문인식도 사용하지 않는다.

 

시위 참가 당일에는 ‘교통카드’ 사용금지

시위참여자들은 승차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교통카드(Octopus card) 대신 현금으로 편도티켓을 끊는다. 시위 참가자들은 각기 다른 노선을 타고 귀가하기도 한다.

 

8. 국제사회에 ‘알리기’ 활동

홍콩 시위대는 자신들의 활동 취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방 주요 매체에 홍콩 시위를 알리는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호주·캐나다 현지 언론에 광고를 싣는 이 프로젝트에는 모금 1시간 만에 약 8억 8190만원의 금액이 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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