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사이에 이소룡 ‘물의 가르침’ 유행..“맞서지 말고 유연하게 대응”

China News Team
2019년 8월 12일 업데이트: 2019년 8월 13일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마음을 비워라. 마치 물과 같이. 물은 컵에 담기면 컵 모양이 되고 병에 담기면 병 모양이 되며 찻주전자에 담기면 찻주전자 모양이 된다. 물은 흘러갈 수도 있고 무언가를 파괴할 수도 있다. 물이 되어라, 친구여.”

이 대사는 세계적인 액션 스타 이소룡이 1970년대 미국 ABC 방송 드라마 ‘롱스트리트(Long street)’에서 한 말이다.

이소룡의 이 철학적인 대사가 오늘날 홍콩의 시위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홍콩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온라인 포럼인 ‘LIHKG’은 지난 6일 첫 민간 기자 회견을 열었다. 홍콩 정세에 대한 정부의 왜곡된 발언에 대응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자는 취지였다. 이날 기자 회견에서 중국 정부가 홍콩으로 군대를 파견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시위자 한 명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홍콩인들은 본토에서 홍콩에 군대를 보낼까 봐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홍콩 정세가 군대가 해결해야 할 상황까지 가면, 홍콩 시민과 시위자들은 모두 물처럼 대응할 것이며, 아마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자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요즘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와 관련해 회자되고 있는 ‘Be Water(물처럼)’라는 말은 이렇게 등장했다. 

6일 열린 홍콩 시위에 대한 첫 ‘민간 기자 회견’. | VANESSA YUNG/AFP/Getty Images

과거 대만 학생운동인 해바라기 운동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린페이판(林飛帆) 대만 민진당 부비서장은 최근 대만 정치 평론 프로그램 ‘연대향전간(年代向錢看)’과의 인터뷰에서 홍콩인들이 송환법 반대 운동에서 사용한 ‘Be Water’ 전략을 극찬했다.

그는 이번 홍콩의 송환법 반대 운동이 2014년의 우산운동과 해바라기 학생운동 등, 그동안 벌어진 길거리 시위와는 다르게 인터넷을 통해 시작됐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누군가 온라인에서 활동 시간과 장소를 말하면 만여 명의 시민이 모여 즉석 투표로 활동 여부를 결정한다. 게릴라전과 유사한 이런 방식은 일정한 조직과 리더 없이도 매우 조직적이고 규율 있는 시위 모델을 제시했다.

홍콩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Be Water’라는 말이 이소룡의 드라마에서 나왔지만 사실 이것은 오랜 중국의 지혜다. 우리는 도가 사상에서 이것을 볼 수 있다. 

홍콩 시위대. 2019.7.28 | Laurel Chor/Getty Images

노자는 <도덕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천하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없지만, 굳세고 강한 것을 공략하는 데는 그보다 나은 것이 없으니, 그 성질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天下莫柔弱於水 而攻堅強者莫之能勝 其無以易之)”

중국의 <손자병법>에도 필승불패의 전략을 물에 비유한다.

“군사의 움직임은 물을 닮았다. 물은 흐르면서 높은 곳을 피해 아래로 나아간다. 군사의 움직임도 대비하는 곳을 피해 빈 곳을 친다. 물은 땅에 따라 흐름을 조절하고 군사는 적에 따라 승리를 조절한다. 그러므로 군사에는 불변의 형세가 없고 물에는 불변의 형상이 없으니 적에 따라 변화해 승리를 거두는 것을 일러 신묘하다고 한다.”

노자는 또 “약함이 강함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굳셈을 이긴다. 천하 사람들 중에 이를 모르는 자가 없으나, 실천하는 자가 없다(弱之勝強, 柔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고 했다.

홍콩인들은 ‘Be Water’ 전략을 통해 중국 전통 사상 속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장샤오밍(張曉明) 주임과 중국 국무원 산하 홍콩연락판공실 왕즈민(王志民) 주임이 지난 7일 선전(深圳)에서 홍콩 시국 간담회를 열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홍콩 지역 대표, 정치협상회의 위원, 그리고 이른바 ‘애국애항(愛國愛港)’ 정치단체와 사회단체 수장들을 포함해 오백여 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석한 홍콩 젊은이들. 2019.8.7. | Anthony Kwan/Getty Images

이날 간담회에서 장샤오밍은 “홍콩은 1997년 반환 이후 가장 심각한 국면에 처했다”라며 “시위가 색깔 혁명의 특징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색깔혁명은 1990년대 말부터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등의 옛 소련 국가 등에서 일어난 정권교체 운동을 통칭한다.

왕즈민은 홍콩 사건을 생사를 다투는 전쟁이라고 표현하며, 이제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장샤오밍은 홍콩 주둔 부대가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으며 ‘애국애항’ 세력이 폭란 제압에 참여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클라우디아 모(毛孟靜) 홍콩 민주파 의원 등은 조폭을 이용하거나 군중을 선동해 서로 싸우게 하는 방법으로 홍콩 민중을 탄압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한편, 홍콩시위대가 외치는 구호는 “홍콩 광복, 시대 혁명”이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 말에서 꼬투리를 잡아 “홍콩의 ‘폭도’들이 혁명을 하겠다고 한다”라고 말한다.

같은 날 변호사들이 이 구호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담은 공개서한을 홍콩 정부에 보냈다.

서한에서 그들은 “이 ‘시대’의 정세를 파악하면, 시민들이 요구하는 ‘광복’이 바로 고도의 자치와 법치, 자유가 보장되는 홍콩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시위자들이 이른바 ‘혁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명실상부 민주 선거로 탄생한 행정장관과 입법회일 뿐이다. 둘 다 ‘기본법’이 약속하고 허용한 것들이다”라고 주장했다.

노자(老子)의 <도덕경>에는 ‘受國之垢 是謂社稷主 受國之不祥 是謂天下王’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나라의 허물을 받아들이니 사직의 주인이라 하고, 나라의 상서롭지 못한 것을 받아들이니 천하의 왕이라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많은 논평가는 중국 공산당이 사회 갈등을 강제력으로 진압하고, 공포 정책으로 위협한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의 역사는 ‘나라의 허물을 받아들이는 것(受國之垢)’이나 ‘나라의 상서롭지 못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 受國之不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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