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선거제 개편 후 첫 선거…유권자 달랑 4300명

김윤호
2021년 9월 21일
업데이트: 2021년 9월 21일

중국 공산당 “애국자만 출마·투표할 수 있게” 선거제 개편
전체 1500석 중 민주파 후보 단 1명 당선…투표율 89.5%

중국 공산당이 홍콩 선거제를 개편한 이후 첫 선거가 홍콩에서 치러진 가운데, 대표성 논란이 불거졌다. 유권자수가 크게 줄고 민주파 후보 출마가 사실상 차단됐기 때문이다.

19일 홍콩 선거위원회 위원 선거는 홍콩 전체 인구 750만명에서 추려진 7971명의 유권자로 치러졌다. 이마저도 총 1500석 의석(40개 분야) 중 이미 1136석 당선자가 선거일 이전에 결정돼, 나머지 364석(13개 분야)만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유권자도 4889명으로 제한됐다. 개표가 완료된 시점에서 실제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는 4380명으로 집계됐다. 투표율은 89.5%. 일부 관변매체는 “역대 최고 투표율”이라고 보도했다.

투표율이 90% 가까이 나온 건 유권자가 대폭 줄어들기도 했지만, 선거가 ‘사전 기획’ 형태로 치러진 부분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범민주 진영 후보는 단 2명이 출마해 1명만 당선됐고, 민주파와 친중공파에 속하지 않은 독립후보는 3명만 당선됐다. 범민주 진영에서는 이번 선거로 선거위원회 전체 1500석 중 1496석이 친중공파에 장악됐다고 보고 있다.

선거위원회는 일종의 선거인단이다. 선거위원회 위원 선거는 지역이 아닌 법조·건축·조경·교육·의료 등 40개 직군별 간접선거로 치른다. 선거위원회는 차기 행정장관을 뽑고, 입법회(의회 격) 선거 출마자를 결정하는 등 강력한 권한을 지녔다.

2016년 선거위원회 위원 선거는 전체 유권자수 26만6440명, 투표율 46.5%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의석수가 기존 1200석에서 1500석으로 늘어나면서도 전체 유권자는 7971명으로 오히려 97% 줄어든 기이한 형태로 치러졌다. 중국 공산당이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내세우며 선거제를 개편했기 때문이다.

출마자격 심사에는 기존 심사위 외에 국가안전처 등이 참가했다. 국가안전처는 지난해 7월 초 중국 공산당이 강행한 ‘홍콩 국가안전법’ 시행 전담 기관이다.

이로 인해 민주파 인사나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길이 막혀 대표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들에게 “기층조직, 동향단체, 본토 출신은 물론 홍콩 출신도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며 “광범위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람 장관은 선거일 오전 완차이 투표소를 둘러본 뒤 “기존 선거제를 보완한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 원칙 아래 시행된 첫 선거”라며 올해 12월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와 내년 3월 열리는 차기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양호한 기초를 수립한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에는 중국을 반대하며 소란을 피우던 홍콩 인사들이 선거를 정치판으로 만들고 의회를 정치화했다. 의회가 반정부, 반중앙(중국 공산당 중앙)으로 흐르면서 홍콩의 경제와 민생에 저애작용을 일으켰다”고 민주파를 배제한 이번 선거를 다시 한번 추켜세웠다.

홍콩 경찰들이 선거위원회 선거가 치러진 19일 투표소 주변을 돌아다니며 경비를 서고 있다. | 숭비룽/에포크타임스

19일 선거는 전체 5개 투표소에서 진행됐으며, 홍콩 경찰은 유권자보다 많은 6천명의 병력으로 투표소 주변을 삼엄하게 경비했다.

람 장관은 선거 후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유권자보다 많다’는 지적을 받자 “경찰의 판단을 존중한다. 폭도들이 주변에 숨어 있을 수 있다”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펼쳤다.

홍콩 민주정당인 사회민주연선(사민련)은 개표 결과가 나오자 성명을 내고 불공정 선거라고 항의했다.

사민련은 성명에서 “범민주 진영 후보들은 자격 심사에서 대거 탈락했다. 당선자 상당수는 후보 1명만 출마해 자동당선됐다. 구의원 상호 선출로 뽑는 117석은 전원 취소됐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9년 구의원 선거에서는 범민주 진영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며 친중공 세력이 대패했다. 당시 사민련은 “베이징(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노(No)’ 하라”라며 민주 세력의 약진을 선언했다.

이후 중국 공산당은 선거제 개편에 착수했다. 사민련은 이를 “투표로 이길 수 없으니 선거 제도를 바꿔, 정권에 다시는 도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제 홍콩에서는 민주 정당이 활동할 여지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천바오잉 사민련 총재는 투표 당일 당원 3명과 홍콩 시내 중심가에 이번 선거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다가 경찰의 저지를 당해 중환 광장에만 머물러야 했다. 그는 이 광장에서 “공산주의 정권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홍콩 범민주 진영 정당인 사민련 관계자 4명은 19일 불공정 선거에 항의했다. | 숭비룽/에포크타임스

홍콩의 민주 성향 싱크탱크인 민의연구소의 중젠화 부소장은 에포크타임스 홍콩판과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민의를 대표하지 않아 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선거는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들을 의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선거”라고 일침했다.

중 부소장은 “완벽한 선거라는 람 장관의 주장은 민의에 대한 반역”이라며 “람 장관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일국양제의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했지만, 지금 선거제도는 70년대만도 못하다. 홍콩 정부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700만명이 넘게 사는 도시에서 단 7000여명만 선거위원을 뽑을 자격을 받았다. 람 장관은 ‘애국자에 의한 통치’라고 했지만, 그렇게 따지면 애국자가 너무 적지 않나. 홍콩 반환 24년이 됐는데 애국자는 오히려 갈수록 줄고 있다. 누구의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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