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빈과일보 사주 수감 1천일…국제단체들, 英·美에 “석방 도와달라”

정향매
2023년 09월 28일 오전 10:31 업데이트: 2024년 01월 6일 오후 7:21

지난 26일(이하 현지 시간)은 지미 라이 홍콩 빈과일보 사주가 구속된 지 1000일째 되는 날이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날을 맞아 영국·미국 정부에 그가 석방되도록 도와달라고 잇따라 호소했다. 

민주화운동 참여했다 수감된 홍콩 미디어 재벌

중국 출신 영국 시민권자 지미 라이(75)는 패션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업주이자 홍콩 넥스트미디어그룹 회장으로 지난 1995년 홍콩에서 독립언론 빈과일보를 창간했다. 

홍콩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그는 2014년 우산 시위, 2019~2020년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2020년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국안법)이 시행됐다. 이 법안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그해 12월 31일 홍콩 당국은 라이 회장을 국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라이 회장의 국안법 재판은 오는 12월 18일 개시 예정이지만, 홍콩 당국은 앞서 이른바 ‘불법집회 참여’ ‘사기죄’로 라이 회장에게 각각 징역 1년 8개월, 5년 9개월을 선고했다.   

중국 당국이 ‘반중 매체’로 공격했던 빈과일보는 2021년 6월 24일 마지막 호를 발행하고 폐간했다. 

인권 단체 “홍콩 언론자유 위해 지미 라이 석방 도와달라”

지난 25일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은 10개 국제 단체가 이날 리시 수낙 영국 총리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홍콩의 언론 자유를 옹호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서한을 보낸 단체는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 홍콩자유재단, 미국 프리덤하우스, 국경없는기자회 영국지부, 국제 펜클럽, 국제기자연맹 등이다. 

단체들은 서한에서 중국 당국이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제도(一國兩制·일국양제)’를 적용해 홍콩의 자치권을 명시한 ‘중영공동선언(홍콩 반환 성명)’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중국과 영국은 지난 1984년 해당 선언을 공동 발표했다. 

단체들은 또 홍콩 당국이 ‘홍콩 기본법’을 어기고 언론을 탄압했다며 이로 인한 나쁜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낙 총리에게 공적·사적 루트를 통해 라이 회장이 하루빨리 석방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가 유엔 총회, 인권이사회 양자·다자 포럼에서 입장 표명과 더불어 성명을 내 홍콩 당국에 부당하게 구금된 기자를 전원 석방할 것을 촉구하라고 건의했다. 

매체에 따르면 영국 당국은 지금까지 단체들에 회답하지 않았다.  

이와 별개로 67개 인권 단체로 구성된 홍콩자유위원회(CFHK)는 지난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라이 회장이 석방되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했다고 프랑스 공영라디오 RFI가 전했다. 

CFHK는 서한에서 “홍콩 당국은 국안법 시행 이후 해당 법안을 위반한 혐의로 라이 회장을 포함한 264명을 체포했다. 지금까지 법정 소송에서 100%의 유죄 판결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에게 “오는 11월 15~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을 비롯한 홍콩 관리들을 초대하지 말라”고 했다. 

WSJ “지미 라이 수감 1000일, 수치스러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미 라이 사건을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문은 지난 25일 논평에서 ‘지미 라이 수감 1000일’은 ‘수치스러운 기념일’이라며 이는 라이 회장의 용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 당국이 국제 조약과 법치를 경멸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했다. 

같은 날 세바스티안 라이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 기고에서 “아버지는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영국 정부가 그의 편에 서서 중국 공산당의 탄압에 맞서 싸워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中, 각국에 ‘홍콩 언론 자유 행사’ 보이콧 요청

이 가운데 로이터 통신은 외교관 4명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영국 정부 주최 ‘유엔 홍콩 언론 자유’ 행사를 방해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이 행사는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의 부대 행사로 27일 열린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유엔 주재 각국 외교관에게 서한을 보내 “홍콩 관련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외부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해당 행사 참가를 삼가라”고 요청했다. 

중국 외교관들은 또 일부 국가를 개별적으로 접촉해 해당 행사에 참석하거나 지지하지 말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