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의원 선거, 범민주 진영 ‘과반’ 압승…투표율 71%

에바 푸
2019년 11월 25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25일

6개월 동안 도시를 뒤흔든 홍콩 민주화 시위 속에서 ’11월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는 범민주 진영의 압도적인 승리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홍콩 정부의 기존 정당에서 민심이 돌아섰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민주화를 열망하는 홍콩 시민이 소수가 아니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25일 오전 7시(현지시각) 홍콩 현지 언론의 개표 결과 집계에 따르면 선거 개표가 마무리에 접어든 시점에서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중 278석을 차지해 3분의 2 가까이 석권하는 압승을 거뒀다.

지난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범진주 진영이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홍콩의 18개 구 중에서 범민주 진영이 과반수를 차지한 구는 12개에 달하며, 개표가 완료되면 범민주 진영의 의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친중파 진영은 오전 7시 기준으로 42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구의원 선거에 약 294만 명이 참여하면서 투표율 71.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47%보다 2배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친중파 후보 주니우스 호가 홍콩 툰먼 선거구에서 낙선하자 민주화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9. 11. 25. | Philip Fong/AFP via Getty Images

현재 충완(中環) 지역구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테드 후이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가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후이 의원은 지역 방송사 RTHK와 인터뷰에서 “나는 시위대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시민이 나에게 표를 줬다는 것은 시위대를 지지한 것”이라며, 이는 ‘중대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최근 후이 의원은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는 현장에서 한 커플을 체포하려는 경찰을 막으려다 체포된 바 있다.

홍콩 선거에서 당선된 후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범민주 진영의 후보 지미 샴(왼쪽) 2019. 11. 25. | APPhoto/Vincent Thian

홍콩 시위대의 집회를 조직하는 데 앞장섰던 ‘민간인권전선’의 의장인 지미 샴 후보는 “이 선거는 특별하다. 정부의 실책으로 기존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의 대립이 몇 달 동안 지속되던 상황 속에서 치러졌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10월 집회에서 망치를 든 남자들에게 맞아 부상을 당한 샴 후보는, 몇 주 전 목발을 짚고 서서 “이것은 홍콩인의 승리다”라고 외쳤다.

범민주 진영의 후보 중에는 2014년 민주화 운동 학생 지도자였던 레서트 셤이 선거에서 승리했으며, 지방선거 출마 금지를 당한 조슈아 웡의 뒤를 이은 켈빈 람도 다수 득표에 성공했다.

홍콩에 있는 한 투표소에서 홍콩 의회의 선거 집계를 위해 투표소 관리들이 투표함을 옮기고 있다. 2019. 11. 24. | Adnan Abidi/Reuters

민주화 활동가인 렁쿽훙(梁國雄) 입법부 의원은 “홍콩 지도자 캐리 람은 본인이 다수의 홍콩인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보여 주니, 캐리 람은 사임 연설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5194표 차로 당선된 범민주 진영의 헨리 신호페이 의원은 “우리는 오늘 작은 전투에서 이겼지만, 이는 홍콩인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결의했다.

친중파의 패배

툰먼(屯門) 롯츠이 지구당에서 경쟁자와 약 1200표 차로 패배한 변호사 주니어스 호를 포함한 몇몇 친중파 현역의원들은 낙마의 충격에 시달렸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 결과는 비정상적이다. 천지를 뒤집었다”고 게재했다.

주니어스 호 의원은 지난 7월, 유엔 롱의 한 지하철역에서 시위대와 행인, 기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삼합회 조직과 연계된 사람에게 악수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에 휩싸였다. 흰색 셔츠를 입은 남성 100여 명이 막대기와 금속 막대기로 승객을 무차별 공격해 45명이 다쳤다. 백색테러라고 명명된 이 사건에 대해 시위대는 경찰이 삼합회와 결탁했다고 비난했으나, 경찰은 이를 부인했다.

툰먼에서 100명이 넘는 범민주 진영의 지도자들이 주니어스 호의 패배를 축하했고, 홍콩 시민은 환호하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비슷한 장면들이 도시 전역에서 일어났으며, 군중들은 기득권의 패배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홍콩 툰먼에서 친중파 후보인 주니어스 호가 구의원 선거에서 의석을 잃은 뒤, 그날 새벽 범민주파 지지자들이 투표소 밖에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2019. 11. 25. | Philip Fong/AFP via Getty Images

주니어스 호를 물리친 민주당 로춘위 의원(36)은 이번 선거는 홍콩 정부의 기존 정당에서 민심이 돌아섰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의 지지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이것은 전투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로춘위가 홍콩 록추이 지구당 선거에서 승리한 후 언론과 인터뷰 하고 있다. 2019. 11. 25. | Sung Pi Lung/The Epoch Times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신규 등록 유권자 약 40만 명 중 18~20세 사이의 유권자가 약 5만8000명으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사전 선거 운동 중에 다수의 범민주 진영의 후보가 구속되고 정치인들과 운동가들이 공격받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가해자가 칼을 휘둘러 귀의 일부분이 잘린 앤드류 치우 의원은 타이구싱(太古城)에서 4390표를 얻어 재선이 확실시 됐다.

선거일

선거 당일, 수개월에 걸친 홍콩을 긴장시켰던 민주화 운동 속에서 정부를 심판하기 위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홍콩인 수 백만 명은 줄을 서서 투표를 기다렸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평화롭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가 치러져 기뻤다”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 시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앤슨 찬 전 홍콩 행정장관은 투표 전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폭정에 반대한다고 말하려면 우리 손에 달려 있는 투표용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선거는 정부에 진정한 민심을 보여주는 기회라고 전했다.

지미 샴(오른쪽) 민주당 후보가 홍콩 샤톈(沙田)지구당 시의회 선거 중 영국 정치인 데이빗 앨튼(왼쪽)과 공공주택 단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 11. 24. | Philip Fong/AFP via Getty Images

영국 상원의원 데이빗 앨튼은 홍콩의 선거 과정을 감시하는 여러 외국인 감독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홍콩 시민의 ‘전대미문의 열정’을 환영한다며 이번 선거는 “많은 사람이 투표함에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법에 통제를 받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자유와 자치권을 보존해 지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자 하는 갈망을 표현했다”고 페이스 북에 게시했다.

선거에 앞서 홍콩 시위를 지지 해온 팝 가수 데니스 호는 에포크타임스 계열사인 NTD와 인터뷰에서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 이래 캐리 람 행정장관과 집권당은 “길거리의 시위대를 소수”라고 치부하려 노력해왔다고 지적했다.

선거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자 데니스 호는 이번 선거가 저항운동의 일부이며, 시민의 바램이 우회적으로 드러난 투표였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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