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위층 100명 모인 파티서 확진자…캐리 람 “대실망”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1월 7일
업데이트: 2022년 1월 10일

홍콩에서 코로나19가 심각해지고 있는 시국에 정부 고위관료 및 의원 등 100명이 참석한 대규모 생일 파티에 정부 고위 관료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홍콩 당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홍콩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일이 벌어지면서 캐리 람 행정장관의 연임에 찬물을 끼얹게 될지 주목된다.

생일 파티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 훙웨이민(洪爲民)이 지난 3일 코즈웨이 센터에서 열었다. 여기에는 쉬잉웨이(徐英偉, 캐스퍼 추이) 민정사무국장을 비롯한 고위급 관료 10여 명과 의원 19명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그중 쉬잉웨이(徐英偉) 민정사무국장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격리소로 이송된 상태다. 민정사무국장은 내무부 장관에 해당한다.

당국은 확진된 쉬잉웨이 민정사무국장과 밀접 접촉을 한 이들을 조사하고 페니스베이(Penny’s Bay) 격리소에 격리했다.

방역 당국인 위생방호센터(衞生防護中心)에 따르면, 그는 밤 9시 30분경 연회장에 뒤늦게 도착했으며, 당시 사람이 몰려 있는 곳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를 제외한 고위 관리 9명 중 8명이 9시 30분 이전에 현장을 떠난 것으로 발표됐다. 파티 참가자 100명 모두 밀접 접촉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장을 일찍 떠났다는 8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민정사무국 천지즈(陳積志) 부국장, 재경사무 고무국 쉬정위(許正宇) 국장과 천하오리안(陳浩濂) 부국장, 창신과기부 중웨이창(鍾偉强) 부국장과 장만리(張曼莉) 국장정치비서, 정제본토사무국 후젠민(胡健民) 부국장, 경무처 샤오쩌이(蕭澤頤) 처장, 염정서 바이윈류(白韞六) 서장이라고 홍콩 당국은 발표했다. 나머지 1명은 취자훙(區嘉宏) 입경사무국처장(출입국관리소장 격)으로, 보건 당국은 그의 현장 체류 시간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그는 잠깐 그곳에 들러 친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뒤 식사를 안 하고 현장을 떠났다며 사과했다. 보건 당국과 협조해 격리소로 이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지역 사회에 유입된 상황에서 많은 관리들이 집단 파티에 참석한 것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특히 민정사무국장의 파티 참석에 실망했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1977년생인 쉬잉웨이 민정사무국장은 캐리 람의 총애를 받고 있다. 그는 2020년 4월 22일 캐리 람의 지명으로 류장화(劉江華) 국장의 뒤를 이어 민정국장에 임명됐다. 그는 2008년 민정국 부국장(차장) 정치보좌관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정치보좌관이 되었으며 정치보좌관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장직에 오른 인물이다.

홍콩 일부 현지 언론은 당국이 이 사건을 엄중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쉬잉웨이의 사임을 요구했다.

캐리 람 총리는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은 사적인 집회를 피해야 한다면서 관리들은 비공무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최고 책임자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처벌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어 7일 량쥔옌(梁君彥) 홍콩 입법회 주석은 생일파티에 참가한 19명의 입법회 의원 중 천중니(陳仲尼), 추다건(邱達根), 루한민(陸瀚民), 훙원(洪雯) 등 4명이 격리소로 가게 됐다고 밝혔다. 허쥔야오(何君堯) 입법회 의원은 생일 파티 이틀 뒤 중국 선전(深圳)으로 가 샤바오룽(夏寶龍)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 주임을 만난 것으로 홍콩 현지 언론이 7일 전했다.

파티가 열린 3일은 제7회 홍콩 입법회가 공식 개원한 날이었다. 이날 입법회 의원들은 선서식을 갖고 홍콩기본법을 준수하고 중국에 충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선서문을 낭독했다. 입법회 출범은 중국이 강제 실시한 홍콩 선거제도 개편 후 치러진 첫 선거에서 뽑힌 중국 애국인사들로만 구성된 입법회다. 사실상 첫 회나 다름없다.

홍콩은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서서히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일 홍콩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8명으로 그중 5명이 국내 감염 사례로 집계됐다. 이날까지 누적 확진자 수는 1만2832명이다. 홍콩에서는 지난달 31일 오미크론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홍콩으로 돌아온 승무원이 자가격리 규정을 위반한 게 시발점이 됐다.

홍콩은 중국과 같이 제로(zero)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유입으로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최강수 방역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5일 람 행정장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을 7일부터 2주간 강화한다며 이러한 내용을 밝혔다. 식당 내 식사는 저녁 6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금지하고, 술집·체육관·나이트클럽·목욕탕 등은 폐쇄했다. 미국, 영국 등 8개국발 여객기의 입국도 금지됐다. 무증상 확진자는 최소 한 달간 격리해야 한다. 6일 밤 정부는 코로나 의무검사 봉쇄구역 5곳을 지정하고 의무검사를 실시한다고 했다. 이 지역에 머문 사람도 8일까지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온 뒤, 홍콩 당국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게다가 입법회가 새 출발을 한 이 시점에서 방역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고위 관료들의 대규모 생일 파티 참석은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집단 생일 파티에서 확진자가 부쩍 늘어날 경우, 람 장관의 연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의 행정장관 선거는 3월 27일로 중국 공산당은 람 장관의 후보 승인을 내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람 장관은 중국 공산당의 입맛에 맛게 홍콩 정부를 이끌어 왔다. 앞서 지난해 12월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 리커창(李克強) 총리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향해 친중 진영이 싹쓸이한 입법회 선거 결과 및 고강도 코로나 방역 정책 시행 등을 두고 칭찬을 쏟아낸 바 있다.

홍콩 여론조사기관 민의연구계획(香港民意研究計畫)이 5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홍콩인의 40%는 불행하다고 하지만 이 수치는 과거보다 ‘개선’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조사는 지난해 입법회 선거 전인 12월 중순 홍콩인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홍콩 발전에 대한 불만족도는 52%로 지난해보다 20% 감소했다. 만족도도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26%로 나타났다. 민의연구계획은 이 상황은 지난 2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개인 생활 만족도에 있어서는 응답자 40%가 지난 1년 동안 불행했다고 응답한 반면, 29%가 행복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19% 감소, 16%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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