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지지로 촉발된 NBA 파문서 드러난 중국 진출의 명암

거대한 소비사장을 내세워 정부·기업·개인에 자기검열 종용
LI MUYANG
2019년 10월 23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단장의 홍콩 시위 지지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NBA 인기구단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레이(Daryl Morey) 단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홍콩을 지지하는 글을 남겨 중국에서 대대적인 NBA 보이콧을 불러온 사태가 차츰 진정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NBA 내부에서 또다시 불씨가 당겨졌다.

NBA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가 LA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레이가 상황을 잘 모르거나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한 말일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트위터나 말과 행동은 항상 조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제임스는 이후 트위터에도 “사람들은 트위터나 공개 발언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며 “모레이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올린 트위터 글로 인해 그의 팀과 연맹이 매우 힘든 한 주를 보냈다”고 올렸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 곧바로 비난이 쏟아졌다.

미국 공화당의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제임스의 트위터를 ‘쓰레기 같다’고 표현하며 “당신은 홍콩의 거리를 가보고 시위자들을 만나봤나?”라고 반문했다.

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도 “중국 공산당이 재교육캠프에 가둔 백만 위구르족은 매우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인권과 자치를 위해 싸우는 홍콩 시민들도 지난주 힘든 한 주를 보냈다”고 말했다.

터키 출신의 NBA 선수 에네스 칸터도 트위터를 통해 “나는 5년 동안 가족을 보지 못했고, 그들과 대화조차 나누지 못했다. 아버지는 감옥에 끌려갔고 형제들은 직업을 구할 수 없으며, 내 여권은 정지당했고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우리 가족들은 해외에 나가지 못하며, 매일 죽음의 위협을 받고 공격과 괴롭힘을 당한다. 또한 인도네시아에서는 나를 납치하려 하고 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칸터의 글은 홍콩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도, 제임스를 직접 겨냥하지도 않았지만, 미국의 소리(VOA)는 “이는 제임스에게 하는 쓴소리“라고 보도했다. 칸터의 이 글은 24만 개가 넘는 공감을 받았다.

중국 시장을 잃을까 봐 겁먹은 미국 회사들

제임스가 모레이를 비난한 주된 이유는 그와 농구팀, 심지어 NBA 전체가 중국에서 거둬들이는 거대한 이익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레이 폭풍’으로 파문이 확대되면서 사람들은 중국 공산당의 비위를 건드리면 제아무리 미국 최고의 브랜드라 해도 ‘빠르고 강력한 좌절’을 맛볼 수 있다는 걸 지켜봤다. 중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지만 전통적 가치를 지키면 중국 공산당을 화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사람들은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중국과 세계를 인질로 삼는지 진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에서 ‘금광’을 캐고 싶은 모든 회사가 직면한 문제이다.

모레이가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캠페인 사진을 한 장 올렸다가 파문이 크게 확산한 후 갭, 베르사체, 코치도 자칫 잘못해 중국 시장을 잃을까 봐 겁을 먹고 스스로 단속에 나섰다.

미국의 보석 회사인 티파니는 ‘오른쪽 눈을 가리고 반지를 보여주는’ 사진을 삭제했다. 그 사진은 5월에 찍은 것이었지만, 7월에 홍콩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한 시위 여성이 오른쪽 눈을 실명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비난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는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도 원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광고. | 네트워크 캡처

중국 공산당이 중국인을 인질로 삼는 방법

사업가들에게 14억 인구라는 거대 시장은 분명 매력적인 금광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중국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금광을 채굴하고 싶다면 먼저 중국 공산당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매스컴을 전면 통제하고 있어서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교묘하게 선전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

홍콩에서 4개월 넘게 송환법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6월에만 두 차례나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를 보고 전 세계가 놀랐지만, 중국 본토 언론은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고 인터넷에서도 모든 정보가 차단됐다.

7월이 되자 중국 관영언론은 홍콩 시민들을 일방적으로 헐뜯으며 그들을 독립을 노리는 ‘폭도’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홍콩의 일부 소식을 전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중국 정부에 유리하거나 중국 공산당 관영언론의 뉴스를 전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로부터 시달릴 수밖에 없다.

산둥(山東)성 옌타이(煙台)시에 사는 바루닝(巴魯寧)이라는 네티즌은 위챗을 통해 일부 홍콩 시위대의 실상을 전했다가 체포됐다. 미국의 소리(VOA)는 “중국 공산당은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만 허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법률학자이자 뉴욕시립대 겸임교수인 텅뱌오(滕彪)는 “중국 언론은 중국 공산당의 독재 도구로, 그들은 진실을 감추고 사실을 왜곡해 헛소문을 퍼뜨리고,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두려움을 전파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중국 공산당은 진실을 알리고 거짓에 도전하는 사람을 국가 폭력으로 통제하고, 체포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며 “이런 폭력적인 조건 없이는 거짓말을 아무리 한다 해도 진실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중국 톱스타 양양(楊洋)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산당이 ‘애국’이라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그 대상이 일본이든 NBA든 상관없이, 또 왜 반대하는지도 모른 채 모두 그저 따라서 외국 세력을 반대하고 나선다”고 밝혔다.

세계를 인질로 삼는 중국 공산당

그러나 이런 선동적인 ‘애국주의’ 광풍은 중국 공산당 스스로도 믿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푸궈하오(付國豪) 기자가 스파이로 의심받아 홍콩에서 붙잡히자 일부 사람들은 톈안먼에서 집회를 열고 푸궈하오를 성원하자고 호소했다.

중국 당국은 즉각 푸궈하오 관련 기사를 모두 삭제했고, 톈안먼 인근의 경계를 강화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푸궈하오(付國豪) 기자가 스파이로 의심받아 홍콩에서 붙잡혔다. | Anthony Kwan/Getty Images

중국 공산당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전 국민을 인질로 잡고 여론 파장을 일으키며 ‘애국 불매운동’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분명히 중국과 사업을 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겁먹게 했다.

지난 15일, 마르코 루비오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폭스뉴스를 통해 “중국과 사업을 하는 많은 사람이 이익을 위해 중국 공산당에 충성을 표하고 있고, 중국 공산당은 시장진입을 이용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엄청나게 훔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호주 언론은 퀸즐랜드 대학의 정규 학위 과정이 공자학원의 지원을 받고 ‘중국에 대한 이해’라는 강의를 개설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장의 ‘재교육캠프’ 정책을 설명하는 슬라이드에 위구르족이 많은 테러 활동에 참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중국 공산당의 관점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퀸즐랜드대는 쉬제(徐傑) 브리즈번 주재 중국 총영사를 겸임교수로 임명해 중국 공산당 이데올로기를 선전했다. 이는 퀸즐랜드 대에서 중국 공산당 외교관이 교수가 된 5번째 사례이다.

루비오 의원은 “중국 공산당은 14억 인구의 시장과 경제적 이익을 미끼로 미국을 위협하고 세계를 인질로 삼고 있다”며 “미국은 이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으며, 조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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