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선 중국계 출마자, 공산당 통일전선공작 경력 논란

한동훈
2022년 05월 26일 오후 4:37 업데이트: 2022년 05월 31일 오후 1:22

지난 21일 노동당의 승리로 끝난 호주 총선에 출마했던 중국계 후보자의 ‘통일전선’ 전력이 논란이 됐다.

호주 수도 준주 상원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중국계 리푸신(李復新)은 지난 10년간 중국 통일전선조직에서 요직을 맡아 중국 공산당의 해외 선전 정책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전선조직은 중국 공산당 중앙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 산하 조직으로 전 세계에서 공산당에 회의적인 인물에게 압력을 넣거나 친공 인사를 만드는 작업을 벌인다.

호주 ABC 방송은 리푸신이 지난 10년간 중국 내 최소 6개 지역의 통일전선 관련 정부기관에서 요직을 역임하며 지금까지 중국 당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리푸신은 1990년대 멜버른 모나쉬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3년 캔버라에 호주현대중국어학교(ASCC)를 설립했다. 이 학교는 호주 내 4개 캠퍼스를 운영하며 아동·청소년과 성인반 수백 명이 재학 중이다.

리푸신은 2015년 중국 화교 국제문화교류협회(ICEA) 임원, 국제중국어교육학회(ISCLT) 집행위원 3명 중 한 명으로도 선출됐다.

두 단체는 호주 주재 중국대사관, 공산당 통전부의 지시를 받고 있으며 임원이 되려면 단체 내부 규정에 따라 중국 정부기관 혹은 중국대사관의 추천 또는 인가가 필요하다.

호주 ABC는 리푸신이 설립한 학교에서 중국문화캠프를 개최했는데, 이 행사는 중국 공산당 문화를 선전하는 자리였으며, 중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리푸신은 문화캠프가 끝난 뒤 중국에 건너가 한 달간 체류했으며, 이 기간 간쑤성 공산당 위원회 통전부 부부장급(차관급) 인사와 만나 사진을 찍었다.

리푸신은 최근 호주 중국어교사연합회 회장에도 오르는 등 호주 내에서 중국어 교육, 중국과의 교류 분야에서 활동 영역을 계속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푸신은 공산당 통전부와의 관계를 묻는 ABC 방송에 통전부에서 어떤 직위를 맡았는지 여부에 관해 모호하게 답했으며, “최근 2~3년간 어떤 단체와도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중국 정부를 위해 일한 적이 없으며, 중국 정부로부터 선거 자금을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이 씨의 선거용 페이스북 팬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해 사실관계를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RFA는 리푸신이 2년 전 호주 지방선거에 출마했으며 당시 현지 언론을 통해 리푸신이 공산당 통전부에 소속돼 있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리푸신이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는 단체들이 모두 중국대사관이나 중국 본토 공산당 기관의 지시를 받는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의 호주 정치권 침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콩 출신의 호주 하원의원 신디랴오는 중국 간첩이라는 의혹이 따라다닌다.

또한 지난 2019년에는 한 중국계 사업가가 의원선거에 출마하는 대가로 중국 정보요원들로부터 1백만 호주달러(약 8억9천만원)를 받았다며 이를 호주안보정보원(ASIO)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 사업가는 같은 해 3월 한 모텔방에서 숨진 채 발견돼 호주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이웃국가인 뉴질랜드에서는 중국계 하원의원이 젠양(楊建)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에서 스파이 훈련을 받고 이주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다수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논란이 됐다. 젠양은 결국 지난해 퇴임했다.

티베트 망명정부 출신의 한 인사는 RFA에 “중국 정부는 정치·경제 양면에서 주도면밀한 국제사회 침투 계획을 세웠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정치인은 자금 동원력이 막강해져 일단 정치권에 진입하면 정책 수립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