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계·언론 “중국의 의회 침투는 심각한 위협”…총리도 “깊은 우려”

보웬 샤오
2019년 11월 26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28일

호주 정치권이 또다시 불거진 중국 스파이 파문에 달아오르고 있다. 스콧 모리슨 총리가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관련 법 강화를 지시했다.

24일(현지시간) 호주 방송 나인네트워크 시사 프로그램 ‘60분’은 중국 공작원들이 멜버른의 고급 차 딜러인 닉 자오에게 연방의회 선거 출마 대가로 100만 호주달러(8억9천만원)를 건넸다고 보도했다.

닉 자오는 지난 3월 멜버른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닉 자오는 중국 측 공작을 호주안보정보원(ASIO)에 제보했다고 전했다. ASIO는 닉 자오의 죽음에 대해 조사 중으로 알려졌다.

이날 닉 자오 사건 조망은 전날 왕리창(王立强·27)의 발언에 따른 것이다. 중국 스파이 왕리창은 호주에 망명 신청했으며 “중국 정보당국 지시로 호주에서 스파이로 활동했으며, 지시받은 명령에는 암살까지 포함됐다. 호주 의회에 스파이 중 한 명을 침투시키려고 했다”며 닉 자오에 대해 언급했다.

닉 자오 사건이 언론에 재조망되자 ASIO 마이크 버지스 안보국장은 “‘60분’을 통해 방영된 내용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응하고 있다. ASIO는 호주 내에서 적대적인 해외 정보원들의 활동이 호주의 국익과 안보에 실제로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왕리창의 증언은 이미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호주의 경계심에 불을 지폈다. 왕리창은 호주에 침투한 중국 스파이들이 호주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정치자금 후원내역과 은행계좌 거래내역을 ASIO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호주 정계침투와 내정간섭을 지속해오고 있다. 2005년 호주로 시드니주재 중국영사관 서기관 천융린(陳用林)은 “중국 스파이 천여 명이 호주에서 활동 중”이라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천융린의 주장과 맞아떨어지는 소식들이 이어졌다. 2015년 ASIO는 중국인 부동산 재벌 황샹마오(黄向墨) 등이 호주 노동당 등 3개 정당에 670만 호주달러(약 59억원)를 기부했다고 보고했다.

이듬해 황샹마오는 노동당 샘 다챠리 상원의원의 도움을 얻어 호주 시민권 획득을 시도하다가 ASIO의 개입으로 실패했다. 황샹모는 노동당에 계속 거액을 후원했는데, 이와 관련 중국 공산당 계열 언론과 인터뷰에서 “후원은 정치적 요구를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ISO 2016년 호주 정치인들에게 “중국 공산당이 호주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며 “중국인 재벌로부터 정치 기부금을 받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 현지언론은 2013~2015년 호주 정치권에 유입된 중국계 정치 기부금이 수백만 호주 달러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천융린 전 중국영사관 서기관은 2016년 호주 내 중국 스파이 활동에 대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위성채널 NTD와 인터뷰에서 “최근 호주에서 활동하는 중국 스파이와 정보원이 수천 명으로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호주 내 중국인 네트워크가 스파이 양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호주 전체 인구 약 2천400만명. 중국계는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인 유학생은 14만명이고 여기에 호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과 유학생이 연간 100만명 선이다. 이들은 중국 정보기관의 회유와 압력에 취약하다는 게 호주 안보전문가의 견해다.

그렇다면 중국이 호주 정계에 침투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중국·러시아 전략가 제프 나이퀴스트는 “중국 공산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국의 정치체제에 침투한다”며 “호주를 위협해 미국에 등을 돌리고 중국 편에 서도록 하는 일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관영 영어신문 글로벌타임스는 “호주는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원하는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호주와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장기적인 군사·정치적 대립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미국-호주 동맹에 대한 불만과 위협을 드러냈다.

이처럼 중국의 스파이 행위와 내정간섭에 대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역시 심각한 인식을 드러냈다. 모리슨 총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깊이 우려스럽다”며 “국립해외간섭대응관을 처음으로 임명했다. 또 해외영향력 투명성 제도를 설립했고, 선거 대응 대책반도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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