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언론 “中 공산당, 왕리창에 폭로 철회 동영상 찍으라고 협박…대만 대선 개입 시도”

왕리창, 중국 측 인사가 접근..."민진당 돈받고 꾸민 일로 허위자백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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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9일 업데이트: 2020년 1월 10일

호주로 망명을 신청한 전 중국 공작원 왕리창(王立强)이 최근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 시드니모닝헤럴드와 더 에이지 등 호주 현지언론은 왕리창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폭로 사실을 공개적으로 철회하지 않으면 본국으로 송환돼 죽을 수 있다는 중국 측의 위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호주로 망명을 신청한 왕리창은 자신이 중국 인민해방군(중공군) 정보부 소속 정보기관의 공작원으로 홍콩, 대만, 호주 등지에서 정치개입과 의회침투 공작을 벌였다고 폭로해 국제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 외교부는 “왕리창은 사기혐의로 수배된 범죄자”라며 반박했지만, 호주 안보국(ASIO) 마이크 버제스(Mike Burgess) 국장은 “이 사건과 관련한 외국의 침투에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심각한 반응을 보였다.

신문에 따르면, 왕리창은 차이정위안(蔡正元) 대만 국민당 부비서장과 중국 사업가 쑨톈췬(孫天郡) 등을 통해 ‘공개 성명을 발표해 중국 스파이였다는 발언을 철회하면 가족들은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 측 협박을 전달받았다.

현재 왕리창의 가족들은 호주 시드니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왕리창은 전달받은 원고대로 동영상을 녹화하도록 요구받았는데, 원고에는 대만 여당인 민진당이 거금으로 그를 회유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신문은 전했다.

왕리창 사건은 오는 11일 치러지는 2020 대만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된 상태다. 만약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를 뒤집는 내용의 동영상이 공개된다면 선거 결과에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하다.

왕리창 사건을 보도한 대만 TV방송화면 | 방송화면 캡처

왕리창은 망명 신청 후 다수의 호주언론과 만나 중국 공산당이 대만, 홍콩, 호주에서 거의 아무런 제재 없이 공작활동을 벌였고 정계와 언론계에 상당한 커넥션을 구축했음을 폭로했다.

아울러 자신이 상부의 지령을 받아 2018년 대만 지방선거에 개입했으며 2020 대선에도 개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왕리창에 대한 협박과 회유는 중국 공산당이 민진당을 ‘돈으로 허위 망명 사건을 조작한 집단’으로 매도해 대만 대선 결과를 뒤엎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민진당 대선 후보 차이잉원 현 대만 총통은 골칫거리다.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은 공산당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독립 대만’을 내세우고 있다.

왕리창에게 전달된 대본에는 중국창신투자(CIIL)의 샹신(向心) 회장에 대한 발언을 철회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보도됐다.

중국창신투자는 왕리창이 망명 신청 전 근무하던 홍콩의 투자회사다. 왕리창의 폭로에 따르면, 샹신 회장은 홍콩 반환 전 홍콩에 파견된 중공군 정보부 고위관리다. 샹신 회장은 중국 자본으로 중국창신투자 등을 인수해 사업가 신분으로 홍콩과 대만을 오가며 중국 첩보조직을 구축에 일조했다. 샹신 회장 부부는 왕리창의 폭로 후 대만에 억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호주 연방경찰(AFP)은 “왕리창이 위협받은 사건에 대해 특별수사팀이 조사 중”이며 “조사범위에 은밀한 영향 시도에서 일반적인 스파이 활동까지 외국의 간섭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외국 영향 투명성 제도'(Foreign Influence Transparency Scheme)를 발효했다. 이 법은 외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의 내정간섭을 형사처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호주의 정치와 사회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겨냥해 제정된 법이다.

한편, 왕리창을 회유하고 협박한 차이정위안 국민당 부비서장과 사업가 쑨톈췬이 왕리창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시드니모닝헤럴드가 공개한 대화 캡쳐.

이에 따르면 이들은 왕리창에게 △상하이에서 홍콩과 호주에 간 경위 △호주 언론과 접촉 내용 △호주에서 대만 측의 인사와 접촉 내용 등을 밝히도록 요구했다.

또한 차이정위안 부비서장이 왕리창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차이정위안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만나는 사진이 첨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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