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체코 갑부는 동유럽 中 공산당 대리인

한동훈
2021년 3월 30일
업데이트: 2021년 3월 30일

페트르 켈러, 체코 국유자산 민영화 과정서 부 축적
수십년 동안 동유럽의 공산당 대리인 노릇으로 비판
바이든 가문 가까운 中 석유왕 예젠밍 회장과도 각별

체코 최대 부자인 페트르 켈너(56) 사망 사고로 그와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동유럽 최대 금융그룹인 PPF 창업자 겸 대주주인 켈너는 지난 수십 년간 중국 공산당의 금융 대리인으로 활동해왔다.

PPF가 전액 출자한 금융기관 ‘홈크레딧(HOME CREDIT·捷信集團)’은 중국에 진출한 외국자본 중 합작법인이 아닌 독자법인을 가진 유일한 기업이었다.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소비자 대출을 주사업 분야로 하는 홈크레딧은 공산당 고위층 인맥이 없으면 발급이 불가능한 중국 소비자 금융 사업 면허도 소지했다.

켈너는 또한 중국 최대 민간기업인 화신(華信)에너지공사의 예젠밍(葉簡明·44) 회장과도 각별한 사이였다. 중국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중국 ‘석유왕’ 예젠밍은 조 바이든 가문과도 커넥션이 있다.

여행 업체 관계자 “17년 동안 없었던 사고”

AP통신 등에 따르면, 동유럽 최대 투자그룹인 PPF 창업자 겸 대주주인 켈너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오후 6시 35분께 알래스카 남부 빙하지역에서 헬기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5명이 죽고 1명이 다친 이번 사고는 헬리콥터를 타고 산 정상까지 올라가 스키를 즐기는 일명 ‘헬리스키’를 위해 이동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헬기는 유로콥터사의 AS350 B3기종이며 추락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여행 상품을 제공한 ‘알래스카 토드릴로 마운틴 롯지(산장)’ 측 관계자에 따르면 켈너는 ‘헬리스키’를 자주 즐겨왔으며, “지난 17년 동안 한 번도 이런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기사와는 무관한 자료 사진 | AFP 연합뉴스

공산당 일대일로 체코 진출의 최대 조력자

켈러는 포브스 추산 순자산이 157억 달러(약 17조8천억원)에 달하는 부호로, 그가 창업한 PPF는 지난해 6월 기준 총자산 520억 달러(약 58조9천억원)를 보유했다.

1989년 체코 슬로바키아 공산당이 붕괴한 뒤, 체코는 국유자산의 대규모 민영화를 실시했고, 켈너는 그 과정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PPF는 금융, 통신, 부동산, 제조, 미디어, 생명공학 등 분야의 사업을 다루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부분은 통신과 미디어 분야다.

PPF는 체코 최대 통신사 세틴(CETIN)과 또 다른 체코 통신사 O2를 소유했으며, 2002년 체코 최초 민영TV방송국인 노바노바(Nova Nova)를 인수했고 2019년에는 AT&T로부터 중앙유럽미디어기업(CME)을 인수했다.

통신과 미디어 기업 인수는 중국 공산당이 해외에 진출하거나 영향력 확대를 꾀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카드다.

PPF가 통신과 미디어 기업 인수에 힘쓴 것은 경영상의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그룹 최대 주주인 켈너가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동유럽에서 대변해왔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체코 대통령 밀로시 제만은 동유럽의 대표적인 친중공 인사다. 제만 대통령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연속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시진핑은 2016년 체코를 처음 국빈방문했다.

제만 대통령은 2017년부터 3년 연속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을 만났다. 이 기간 제먼 대통령은 체코-중화인민공화국 간 여러 협정 체결을 장려하고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의 체코 및 유럽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켈너 자금, 체코서 공산당 홍보에 투입돼

제만 대통령이 일대일로를 적극 도운 정치인 대표라면, 켈너는 기업가 대표였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월 5일 자 기사에서 켈너가 중국 공산당의 체코 진출 스캔들 중심에 있으며, 독일·스위스·체코·폴란드 등 중유럽 국가에서 중국 공산당의 이미지 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12월 체코 현지 언론 악투아냐(Aktualne.cz) 역시 체코에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전문직, 언론인, 정치 지도자들로 구성된 네트워크가 있는데, PPF가 출자한 금융기관 홈크레딧이 이들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홈크레딧은 언론홍보대행사인 씨앤비(C&B agency)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는 유명 교수를 대표로 기용해 온라인매체 인포닷체코(Info.cz)를 개설, 비용을 받고 공산당을 선전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또한 씨앤비는 지난해 6월 체코에 친중 성향 싱크탱크 시노스코프(Sinoskop)를 설립해, 체코 언론에 정기적으로 인터뷰와 기고문을 내며 공산당의 주장을 체코 사회에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홈크레딧은 체코 수도 프라하의 찰스 대학에 수천만 원의 후원금을 주고 ‘일대일로’ 관련 프로젝트를 개설했다가 학생들과 여론의 비난을 받고 철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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