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는 맡을 수 있으니까…” 시각장애인 아내 위해 10년간 집 앞에 꽃 심은 할아버지

김연진
2020년 5월 22일
업데이트: 2020년 5월 22일

앞을 보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집 앞에 꽃을 심기 시작한 할아버지가 있다.

당뇨 합병증에 시달리며 얼굴에 그늘이 진 아내를 다시 웃게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그 작은 꽃 하나가 어느덧 거대한 정원을 이루게 됐고, 할아버지의 사랑과 정성 덕분에 아내는 밝은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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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자키현 신토미 마을에 사는 할아버지 구로키 도시유키(90)는 아내 야스코와 평생을 함께했다.

농사, 낙농업 등으로 소박하게 살아온 부부는 결혼 30주년을 앞두고 전국 여행을 떠나자고 약속했다.

그런데 불행이 닥쳐왔다. 아내가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게 된 것이다. 항상 웃음을 보이던 아내는 눈이 멀고 급격히 우울해졌다. 예전 같은 미소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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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아내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할아버지는 어느 날 정원에서 작은 꽃 하나를 발견했다. 분홍색 꽃이었다. 꽃향기에 취해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불현듯 떠올렸다. “아내를 위해 집 앞에 이 꽃을 심자”, “앞이 보이지 않아도 꽃향기는 맡을 수 있으니까”.

할아버지는 그 순간부터 꽃을 심기 시작했고, 약 2년이 지난 뒤 아름다운 정원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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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봄마다 분홍빛 정원에서 향기가 퍼지자 아내는 차츰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 정원이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에서 관광객들도 몰려왔다.

아내는 정원을 방문한 관광객들과 도란도란 대화도 나누고, 꽃향기를 맡으며 산책도 즐겼다. 그리고 비로소 아내는 웃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아내가 다시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시작한 일”이라며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꽃향기를 맡게 해주고 싶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꽃을 심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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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둘레만 3.2km에 달하는 이 거대한 정원은 일본의 유명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봄철이면 매년 3천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정원에서 꽃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를 듣고, 꽃향기를 맡는 아내의 얼굴에는 세상에서 가장 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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