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中 영화시장의 덫에 걸린 할리우드…알아서 자체검열

이윤정
2021년 3월 15일
업데이트: 2021년 3월 16일

중국이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떠오른 가운데 할리우드가 중국의 검열 정책에 따르는 것을 넘어 자체 검열을 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박스오피스(티켓 판매)에서 북미 전체를 추월하고 세계 1위로 부상했다.

곧이어 중국이 할리우드에 미치는 악의적 영향력과 검열에 관한 100페이지 분량의 연구 보고서가 발간됐다.

문학 및 인권의 발전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펜 아메리카가 주도한 연구 보고서는 서양 영화산업이 중국 공산당(중공)의 검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다. 이는 할리우드가 중국 영화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수용한 방식이기도 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공은 영화를 ‘소프트파워(문화·이념·외교적 능력 등의 연성 권력)’의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공 정권의 이미지를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강화한다.

검열 규칙에는 중공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다룰 수 없는 주제들이 포함된다. 분쟁 지역인 티베트, 대만, 신장, 남중국해 및 심신 수련단체인 파룬궁, 중공 최고 지도자들,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 2019년 홍콩 등이다.

최근 몇 년간 할리우드 주요 영화사들은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이는 할리우드가 중공의 규칙에 따르는 강력한 경제적 동기가 됐다.

마블 스튜디오의 블록버스터 슈퍼히어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자기 검열의 대표적인 예다. 원작 만화에는 티베트인 남성 승려 에인션트원(Ancient One)이 등장하는데 영화에서는 영국 여배우 틸다 스윈튼이 켈트족 여성 승려를 연기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카길은 이를 두고 팟캐스트에서 “티베트를 인정하면 중국 개봉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에인션트원은 티베트인 캐릭터다. 영화에서 티베트라는 곳이 있고 그가 티베트인이라는 걸 밝히면 이를 언짢게 여기는 10억 명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중국에서 영화 상영이 취소될 위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중공 정권은 국제사회가 티베트를 중국과 분리해서 보는 시선을 못마땅해한다. 티베트는 중국 공산당 통치하에 있지만, 그들만의 정치 및 영적 지도자가 있다.

중공은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분리주의자로 규정했다. 그가 티베트의 자유를 옹호했다는 이유에서다.

할리우드가 중국의 검열에 따르는 건 단지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이를 지키지 않으면 보이콧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할리우드 제작자는 펜 아메리카와의 대담에서 “중공을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면 자신과 자신의 회사가 블랙리스트에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제작자는 중국을 모욕하면 다시는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990년 영화 ‘귀여운 여인’에 출연했던 배우 리차드 기어는 중공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어는 2017년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연하면 중국을 자극할 수 있어 함께 영화를 찍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가 티베트를 지지하고 중공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데 목소리를 높여 왔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인 감독과 촬영할 예정이었지만 촬영 2주 전에 취소 전화가 왔다”며 “감독의 가족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나와 일하면 그와 그의 가족은 출국이 금지되고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펜 아메리카에 따르면 많은 할리우드 전문가들이 중국이 할리우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중 한 명은 “이는 중국 관객뿐 아니라 미국인이 보는 내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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