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썼던 경조사 봉투를 한글로 바꿨습니다”

이서현
2020년 8월 31일
업데이트: 2020년 8월 31일

신문이나 생활 속에서 한자 사용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경조사 봉투 문구만은 예외였다.

그런데 이 한자 봉투 문구를 한글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

바로 성제훈(54) 농촌진흥청 대변인이 그 주인공이다.

성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글이 인쇄된 경조사 봉투를 공개했다.

성제훈 대변인 페이스북

그는 “우리 글자는 한글이고, 한자는 중국 글자입니다. 경조사 봉투에 結婚(결혼), 華婚(화혼), 謹弔(근조), 賻儀(부의) 등 한자를 쓰는데, 우리 글자가 없다면 모를까
한글이라는 멋진 글자가 있는데, 굳이 한자를 쓸 까닭이 없다고 봅니다”라고 적었다.

농촌진흥청 대변인실에서 공개한 한글 봉투에는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성제훈 대변인 페이스북

성 대변인은 우리말 지킴이로 유명하다.

1998년 공직에 들어선 그는 2003년부터 아침마다 수천 명의 지인에게 이메일로 우리말 편지를 보냈다.

평소 자주 헷갈리는 말과 일본말 찌꺼기 그리고 아름다운 토박이말 등을 한눈에 알기 쉽게 정리했다.

우연히 국립국어원 관계자가 그의 이메일 편지를 접하면서 2007년에는 당시 문화관광부와 한글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우리 말글 지킴이’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한글 사랑을 본격적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2011년에는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표준국어대사전에 ‘난임(難妊)’이라는 단어를 처음 올렸다.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단어가 불임(不姙)밖에 없었는데, 시술이나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을 할 수 있다면 그건 불임이 아닌 난임이라는 의미다.

또 이미 다른 공공기관의 경조사 봉투를 한글로 바꾸는 시도를 한 바 있다.

누리꾼들은 “시대 흐름에 맞춰 잘 바꾼 것 같다” “뭔가 더 진심이 전해진다” “한자는 꼭 필요한 곳에만” “저런 봉투 많이 보급됐으면”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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