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여름에는 청량한 ‘오이’

2013년 8월 8일 업데이트: 2019년 6월 28일

이번 주 주제는 오이입니다. 요즘 오이를 시원하게 식혔다가 큼지막하게 잘라서 고추장에 찍어 드시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오이 이야기를 해드리기 전에 제가 과거에 체험했던 오이에 관한 경험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시절 끼니를 대충 먹으면서 공부에 열을 올리다가 위장병을 얻었습니다. 속이 냉해져 성질이 찬 음식을 잘 못 먹게 되었는데, 수박은 입에도 대지 못했고 오이도 먹으면 곧바로 위장이 냉해져서 먹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한의대에 입학해서 공부를 해보니 당시 잘 먹지 못했던 음식 대부분이 성질이 차가운 것들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다음에도 한동안 냉한 음식을 잘 못먹었는데, 딱 한 가지 제가 오이를 먹을 수 있었던 방법은 오이 소주였습니다, 지금은 술과 담배를 멀리 해서 먹을 일이 없지만, 당시에는 소주에 뭔가를 담그거나 타서 먹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레몬소주, 오이소주 등이 유행이었는데, 오이소주는 소주의 쓴 맛과 독한 냄새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오이의 냉한 기운도 소주의 뜨거운 기운이 중화하기 때문에 궁합이 괜찮았던 것입니다. 확실히 다음날 숙취가 덜했고, 대부분이 이런 이유로 오이소주를 찾았습니다.

 

오이 소주 근거 있었다?

 

오이를 과(瓜)라고 합니다. 이 과라는 한자가 들어가는 것은 하늘타리나 참외도 있습니다. 하늘타리나 참외도 오이처럼 냉한 성질이 있으며, 효능도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한의학 서적 중에서 오이에 관해 다룬 것을 잠시 살펴보면, 소주독(燒酒毒)을 풀어준다는 구절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서 소주는 우리가 흔히 먹는 희석식 소주보다는 증류주를 뜻합니다. 이를테면 안동소주처럼 진하고 맑은 증류주 종류입니다. 앞서 소개한 오이소주의 예처럼 오이의 청량함은 소주의 뜨껍고 매운 기운을 잡아주기 때문에 소주독을 풀어준다는 구절이 있는 듯합니다. 처음 오이소주를 생각한 사람은 이런 지혜를 알고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오이, 수세미오이, 하늘타리 등은 모두 뱃속을 깨끗이 해줍니다. 장과 위의 오래된 염증 등에 활용합니다. 물론 위장이 냉하고 오이 자체를 잘 못 먹는 사람은 예외입니다. 또 오이는 이뇨 작용이 있어 부종이 있을 때 먹으면 몸을 가볍게 합니다. 여름에 더위를 먹고 목이 마를 때도 오이를 먹으면 갈증을 해소하고 열을 내려줍니다.

 

흔히 오이를 얼굴에 붙이는 팩으로 활용하는데 좋은 방법입니다. 얼굴은 특히 몸의 양기와 열기가 몰리는 곳인데다, 여름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따가운 햇볕에 피부도 쉽게 손상됩니다. 쉽게 피부가 붉어지고 트러블도 잦습니다. 이때는 식혀주는 것이 필요한데, 오이는 열기를 내려주고 수분을 보충해 주기 때문에 마스크팩으로 제격입니다. 알로에와 수박껍질을 팩으로 쓰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오이는 폐를 비롯한 호흡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앞서 소개한 오이의 친척들이 대부분 가래를 삭히고 기침을 가라앉히는 약으로 쓰입니다. 오이는 작용이 그리 강하지 않지만 가슴을 시원하게 하고 기침을 가라앉히는 작용이 있습니다.

 

오이가 주가 되는 음식을 만들 때도 오이의 이런 성질을 감안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오이의 차가운 성질을 상쇄하고 보완하기 위해, 성질이 뜨거운 마늘과 고추 등을 곁들이는 것입니다. 오이 소박이를 만들 때도 고추를 얇게 썰어서 넣는 것도 지혜입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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