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속은 ‘편안’ 기운 ‘불끈’ 팔방미인 ‘두부’

2013년 11월 12일 업데이트: 2019년 6월 28일

서울 생활을 한 지도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처음 대학에 입학해 상경했을 때 여러 가지가 생소했는데, 그 중에서도 음식이 더욱 그러했습니다. 맛이 좋다 나쁘다, 처음 먹어본다 아니다를 떠나서 식재료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깻잎에서는 특유의 향이 나지 않았고, 상추를 씹으면 물맛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고추에서는 맑은 향과 맛이 없었습니다. 과일에는 생기가 없는 듯 느껴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두부도 뭔가 잔뜩 빠져 있는 것처럼 식감도 좋지 않고 맛도 구수함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직접 밭에서 따먹고, 서리해서 먹던 맛에 비할 수 없음은 당연할 것입니다.

오늘 주제인 두부 이야기만 해본다면 두부를 직접 집에서 만드는 것과 공장에서 만들어 오는 것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릴 때는 두부 만드는 과정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나는 것만 떠올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을에 걷은 콩을 물에 불립니다. 충분히 불어난 콩을 이번에는 맷돌에 넣고 곱게 갑니다. 걸쭉하게 나오는 콩물을 보자기에 넣고 거르는데, 이때 거칠게 보자기에 걸러진 게 제 기억으로는 콩비지입니다. 곱게 보자기를 통과한 것은 예비 두부입니다. 가마솥에 고아낸 콩물과 간수를 넣고 끓이면서 저어주고, 서서히 굳어 가면 보자기와 틀에다 붓고 굳힙니다.

복통에서 치매까지 팔방미인 ‘콩’

콩과 두부는 최근 각광받는 음식입니다. 충분하게 단백질을 공급해주면서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사랑받습니다. 당뇨에도 좋아서 즐겨 먹는 분이 많습니다. 콩의 종류도 많고 색깔과 효능도 다양해서 성장기 아이들에서부터 노화가 걱정되는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섭취 방법과 효능이 이미 다 공개되어 있습니다.

두부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의 흡수율이 90% 이상으로 높다거나, 콜레스테롤이 없어 고지혈증에 괜찮다거나, 레시틴이라는 성분 때문에 치매와 노화에 좋다거나 하는 내용입니다.

콩은 주로 오장육부를 고루 튼튼하게 하고 위와 장을 따뜻하게 하며 12가지 경맥을 모두 좋게 합니다. 종류가 제법 다양해서 모두 다루기는 힘들어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노란 대두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부은 것을 가라앉히는 힘이 셉니다. 서리태라 부르는 검정콩은 위장과 신장을 모두 튼튼하게 하고 소변이 잘 돌게 합니다.

한의학에서 콩팥과 관련이 있는 요통, 탈모, 이명, 식은땀, 부인과 질환 등에도 도움이 됩니다. 녹두는 해독 작용과 열을 내려주는 작용이 뛰어납니다. 성질이 찬 콩입니다. 백편두는 설사를 멎게 하고 더위로 인한 위장질환과 체력저하에 좋습니다. 완두는 속을 편하게 하고 젖을 잘 돌게 하며 해독작용도 있습니다.

얼큰한 맛과 찰떡 궁합

두부는 콩의 이런 성질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 먹기 더욱 편합니다. 두부와 콩 요리를 먹으면 아랫배가 더부룩해지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대부분 위장이 냉한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께는 순두부찌개처럼 마늘, 생강, 파 등 얼큰한 맛을 곁들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두부의 약간 냉한 성질을 보완해주고 소화를 도와줍니다. 대표적인 술안주인 두부김치도 약간 냉한 성질의 두부를 따뜻하게 데운 다음, 얼큰하게 볶은 김치를 곁들여서 궁합이 좋은 것 같습니다. 본초강목 등 여러 서적에서 말한 두부가 속을 편하게 해주고 기운을 나게 하며 더부룩한 것을 가라앉히고 열을 내려준다는 효능은 두부를 원래 잘 소화하거나 아니면 잘 소화할 수 있게 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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