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사상(四象)의학에 관해①

2013년 1월 30일 업데이트: 2019년 6월 28일

 

필자가 칼럼을 연재한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에게 말씀드리던 사항을 글로 옮기는 것이라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독자분들을 직접 뵙지 못하고 혼자 상상하며 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 칼럼을 보신 한 독자께서 의견을 주셨는데, 제가 음식을 분류하고 추천할 때 쓰는 사상의학이라는 잣대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소개를 해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지당한 말씀이었습니다.

 

궁극적으로 환자분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알고서, 늘 먹는 음식을 잘 가려서 챙겨 먹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암기보다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글입니다.

 

사상의학은 수양의 의학

 

사상(四象)은 주역(周易)의 한 구절인 ‘태극(太極)은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는 사상을 낳는다’에서 비롯됩니다. 양의는 음양(陰陽) 두 가지를 말하고, 사상은 태양(太陽), 태음(太陰), 소양(少陽), 소음(少陰) 네 가지를 말합니다.

 

사상의학의 창시자인 조선말기 무인이자 의학자인 이제마(李濟馬, 1838~1900) 선생은 이 기준을 토대로 사람도 네 가지 천성을 각각 타고 태어난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나온 기준이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사상체질입니다.

 

황제내경을 비롯해 한의학과 중의학의 시초는 도가 사상과 관련이 깊습니다. 사상의학도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유가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는 사상의학이라고 하면 혈액형처럼 무슨 체질일까? 어떤 음식이 좋을까 선에서 생각하기 쉽지만, 사상의학의 시작은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고 도덕을 쌓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상의학의 교과서격인 동의수세보원이라는 책의 시작과 주요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을 잘 다스리면 정기가 강해지고 튼튼해지는 반면, 악해지면 정기가 약해져 질병이 쉽게 생긴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체질별로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고, 어떤 점을 주의하고, 어떤 점을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짚어놨습니다. 쉽게 말해 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상의학은 한의학(韓醫學)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입니다. 중국과 일본에는 없는 분야입니다. 이밖에도 한국은 중국에서 의학을 들여와서 특유의 독창성을 가미해 몇가지 재미있는 한의학의 장르를 만들어 냅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상의학이고 이밖에도 사암침법 등이 있습니다.

 

건강하려면 질병의 원인이라고 흔히 생각하는 염증, 바이러스, 각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가정생활도 직장생활도 잘해야 하고, 홀로 있을 때조차 스스로를 잘 다스리는 수양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부분도 앞으로 연재에서 하나씩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이제마, 마음을 다스려 지병을 치료하다

 

이제마 선생은 23세에 처음 의학에 입문해 대학자인 기노사(奇蘆沙, 1798~1876) 선생의 집에서 3년간 기거하며 수학합니다.

 

이제마 선생은 훗날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태양인입니다. 태양인은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조급하고 화를 잘내며 물러서지 않으려는 급박한 성격이 문제가 될 때가 많고, 이로 인해 몸을 상하게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제마 선생은 얼격증 혹은 반위증이라는 병을 오랫동안 앓았지만 치료가 되지 않아, 본인이 직접 의학에 입문한 사례입니다.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하고 토하는 병이다. 요즘 말하는 식도협착증 등 식도와 위장 질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병이 나은 것은 어떤 약이나 침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노사 선생의 조언을 듣고 수년간 마음을 다스린 결과였습니다. 기노사 선생은 제자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합니다. “공은 비상한 천재이나 한 가지를 고쳐야 하니, 그 조급한 성격을 삼가고 항상 겸허하도록 하라.” 기노사 선생의 가르침은 다음 문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처세유위귀(處世柔爲貴) 처세함에 있어서 부드러움을 귀하게 여기며,

강강시화기(剛强是禍基) 굳세고 강하기만 하면 재앙의 시초라.
발언당욕눌(發言當欲訥) 말을 함에 있어서 더듬듯 천천히 하고,
임사당욕치(臨事當欲痴) 일에 임해서는 어리석은 듯하라.

 

사상의학의 태생이 수양에 있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


 

사상의학 창시자인 이제마 선생.

추천